1등 신부가 있나요? _병풍에 얽힌 이야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병풍전시를 관람하면서 오래전 병풍과 얽힌 이야기가 떠오른다.

 

서대문 로터리에서 독립문으로 가는 왼편 길가에 작은 목공소가 있었다. 학교와 가까운 거리라 여학생들이 할 수 없는 톱질이나 목공일에 도움을 준 사람이 오목수. 작은 목공으로 시작한 오목수는 다른 미술대학 생들에게까지 알려져 가구를 제작하려면 오목수를 찾는 유명인이 되었다. 훗날 오목수는 문화촌에 커다란 가구공장 사장으로 발전하였다.

 

60, 70년대 이런 우스개 이야기가 있었다. 시중에서 살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으로 된 염색병풍과 십장생조각의 현대가구가 신혼집에 있다면 그건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졸업생 즉 1등 신부를 맞았다는 이야기다. 작품으로 제작된 가구, 요즈음 용어로는 Art Furniture의 희소성과 특수성으로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의 인기는 치솟았다.

 

그 시절 요즈음과는 다른 주거문화로 각 집에서는 이불장과 양복장을 사용하였고, 병풍은 머리맡에 두어 바람을 막거나, 또는 장식용으로 쓰였다. 가구는 호마이카 장이 유행하였고, 병풍은 알록달록한 자수병풍으로 혼수품은 시중에 있는 물건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4학년이 되면 졸업 작품으로 가구와 염색병풍을 제작하였다. 그러니 졸업 후 그 병풍과 가구는 자연스레 혼수품으로 쓰이게 되었다.

 

병풍과 가구디자인을 지도했던 두 분의 교수님들도 오래전 타계하였고, 공예의 시대가 지나 80년대부터 디자인시대가 오면서 문화촌의 가구공장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도 그 오목수도 지금쯤은 이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오랜 역사를 가진 병풍을 시대에 맞게 발전 시켰더라면 지금쯤 K_Art Furniture가 일어나 가구디자인박람회가 밀라노가 아닌 서울에서 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병풍의 본래의 목적은 바람을 막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조선시대 중기 이후부터 후기에 걸쳐 그림과 수를 놓은 병풍은 장식을 위하여 8폭과 10폭 또는 12폭짜리를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병풍의 용도는 대부분 제사를 지내는 가정에서 제상 뒤에 치는 외에는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게 되었다. 전통을 지키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사라져버린 전통문화를 되찾기란 더욱 어려울 것 같다.

 

아파트시대가 밀려오면서 혼수용으로 쓰였던 가구들은 폐기되었을 테고, 보관하기 수월한 병풍은 내가 보관하였듯이 다른 졸업생들도 보관하고 있지 않을까? 그 시절 제작된 병풍은 어쩌면 겉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여학생들의 접어둔 생각이고, 펼치면 늘어나는 스케일은 여자의 통 큰 마음일지도 모른다.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가듯이, 오래전 접혀둔 화폭에서 여대생들의 숨은 능력이 발견되어 높게, 또 멀~리 나를 수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이제라도 접어둔 병풍들을 펼치는 기획전을 마련해볼까? 잠시 생각해본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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