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이며, 너는 누구인가?-2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리라. 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오랜 각고와 면려(勉勵)를 통해 터득한 지혜의 말씀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꾸준하게 나간다면 어느덧 정상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때 선현의 많은 가르침과 길라잡이가 있겠으나, 내 경우에는 항시 옆에 두고 암송하고 비추어 보고 반성하는 거울이 있으니, 「주자십회(朱子十悔)」가 바로 그것이다.

대현(大賢) 주자(朱子)가 인간사를 관조하고 후회 없는 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반드시 지키고 갈고 닦아야 할 십계명을 전했으니 함께 살펴보자.

 

첫째,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이다. 누구나 당하는 슬픔 중 으뜸이 부모와의 사별이다. 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라고 하더라도 부모의 죽음을 당해서는 누구나 천애의 고아가 되었다는 허탈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뒤로 미루었던 부모에 대한 효도가 그렇게 아쉽고 후회스러울 수 없다.

 

두 번째, 소불근학노후회(少不勤學老後悔)이다. 즉, 젊어서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늙어서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묘하게도 소시에는 공부에 대한 절실함이 크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단지, 상급학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험에 매달렸을 뿐 공부의 참맛을 모른 채 대부분 졸업을 맞게 되고 사회의 세파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공부는 멈추게 되고 정신적인 노화의 길을 재촉하게 된다. 이 점이 서양과 우리는 다르다. 졸업이 학업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라는 뜻에서 <컴멘스먼트(commencement)>라고 한다.

자고로 우리 전통에서는 배우는 길에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① 생이지지(生而知之) 즉, 어린애가 태어나자마자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도 엄마 젖을 빨 수 있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학업을 않고도 알게 되는 것,

② 학이지지(學而知之) 즉, 열심히 공부하여 알게 되고 지식을 넓히는 것,

③ 곤이지지(困而知之) 즉, 열심히 노력하여 갈고 닦으면 일정한 경지에 도달하고 되고 어느 때인가 문득 ‘아하!’하고 깨닫게 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을 ‘곤이지지’라고 한다.

우리가 생이지지(生而知之)에만 의존하게 되면 어느덧 성장은 한계를 드러내게 되고, 발전은 멈추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배우고 사물의 이치를 추구하고 터득하는 과정을 평생토록 해나가야만 지속적인 성취를 도모할 수 있고, 노년에 이르러 인격적으로 완숙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셋째,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 疎後悔)이다. 일상생활 중 내게 가장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가족과 혈육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핵가족화 되고 직장이동에 따라 혈육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생활을 하게 되고, 그 보다도 이기적인 사회 풍조에 따라 혈육의 정을 두터이 하는 노력은 대부분 소홀하게 된다. 이 경우 흩어지면 인생살이 굽이굽이에서 후회하게 된다는 교훈이다.

 

넷째,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 去後悔)이다. 친구 또는 손님이 내게 왔을 때 이런저런 일로 분주하다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본의 아니게 소홀하게 되고 상대방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게 되고, 상상 이상으로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된다. 따라서 친구나 빈객을 맞아서는 뒤로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우정이 다듬어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薔盜後悔)이다. 평소에 주변을 정리하고 담장을 튼튼히 하지 않으면 도난을 당하게 되고 뒤에서야 자연히 후회하게 된다.

 

여섯째, 부불검용빈후회(富不儉用貧後悔)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절약하고 내핍하지 않으면 빈곤해진 후에 후회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우리는 건강과 재산은 있을 때 지켜야 한다고 한다. 비상시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긴요하다.

 

일곱째, 안불사난패후회(安不思難敗後悔)이다. 평시에 별일 없을 때 편안한 일상에 안주하지 말고 항시 잘못되었을 때 또는 어려워질 때를 염두에 두고 사전대비를 해야만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게 된다.

 

여덟째, 색불근신병후회(色不謹愼病後悔)이다. 젊고 기력이 왕성할 때에는 아무래도 절제와 근신이 어렵다. 자연히 주색에 탐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기력이 고갈되면 몸에 병이 생기게 되며 병을 얻은 후에는 쉽게 고쳐지기가 어렵다.

 

아홉째, 취중광언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이다. 누구나 술이 취하면 자제력을 잃게 되고 허튼 소리를 하거나 본의 아니게 남과 시비를 하거나, 남에게 가슴 깊은 상처를 주고 된다. 또 깨고 나서는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끝으로,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이다. 글자 뜻 그대로는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가서 후회하게 된다는 농사의 철리(哲理)를 담고 있다. 인간사 모두에는 각각 때가 있어 씨를 뿌려야 할 때와 거둘 때가 있으니 잘 유념하여 적시를 놓쳐서는 안 되며, 때의 경중에 따라 결과는 각각 다르겠으나 일응실기(一應失機)하면 후회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상「주자십훈」을 명심하여 실천하면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려한 직위에 올라 만인의 갈채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그 이름을 후세에 길이 빛내고자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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