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걸작 병풍의 향연

 

관람자를 감동케 하는 전시가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큰 화면의 '금강산도10폭 병풍'에 압도당한다. 가로 폭이 5m가 넘는 큰 화면에는 세필로 그린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고, 먹으로 그린 그림에 작은 붉은 색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石門, 五賢奉, 白華庵, 三佛岩, 表訓寺와 같은 주요 지명을 표기한 것으로 이는 금강산의 전경과 해설임을 알게 된다.

'해상군선도10폭 병풍'은 16개월간의 수리복원 과정을 관람자와 함께 공유하고, 함께 그 감동을 경험하게 한다. 병풍 뒷면은 가로 20칸, 세로 4칸으로 80개의 나무프레임이 들어나 있다. 오른쪽 2줄의 8개는 누런 종이, 중앙 8줄의 32개는 좌우상하가 뒤바뀐 붓글씨, 좌측의 10줄 40개는 흰 종이다. 그 옆 유리장 안에는 빛바랜 배접지가, 또 다른 장에는 뜯기고 색 바랜 배접종이와 천들이, 그 옆 장에는 돌돌 휘감긴 푸른 배접종이가 마치 실타래처럼 쌓여있다.

'해상군선도10폭 병풍'은 고종황제가 한국 최초 무역회사 세창양행 창업주 독일인 칼 안드레아스 볼터에게 하사한 병풍이다. 그 후 볼터는 그의 딸 마리온 볼터에게 이 병풍을 물려주었고 그녀는 다시 그의 딸 예거후버에게 이 병풍을 유산으로 남겼다. 2013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를 경매에서 사들여 1년6개월의 복원을 거쳐 제작당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아 이번 전시에 공개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검은색 병풍이 있다. ‘금니노안도6폭 병풍’(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품)은 검은 비단에 금니(金泥)로 기러기와 갈대를 그린 병풍으로 20세기 초 평양을 본거지로 활동했던 양기훈의 대작이다. ‘금니노안도6폭 병풍’은 작가의 특기인 기러기가 내려앉는 장면을 금물로 표현한 화려한 필치가 돋보이는 호화로운 병풍으로 마치 현대회화 같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병풍을 한 자리에 모은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018년10월 3일~12월 23일)전시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열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종임인진연도8폭 병풍'을 비롯해 보물 제733-2호 '헌종가례진하도8폭 병풍', 보물 제1199호 '홍백매도8폭 병풍' 등 보물 2점과 지방문화재 3점을 포함, 국내 10여개 기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대형병풍 76점을 8개의 전시실에 나누어 선보인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서성환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출발한 미술관이다.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시작으로 여성, 화장, 녹차와 관련된 다양한 공예품과 도자기에 대한 수집 및 전시활동을 전개하여 왔다. 그리고 40여년 후 2018년 용산에 처음 박물관을 만든 자리에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을 신축하고 APMA을 열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병풍들의 방대한 스케일, 넓은 폭과 높은 길이,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이 주는 예술성과 장식적인 아름다움은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우리나라 여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전시하기 어려울 것 같은 높은 크기의 병풍들은 드넓은 공간과 높은 천정, 특수한 조명을 갖춘 APMA에서 더 돋보인다.

이 전시가 우리의 고 미술을 현대미술로 한 단계 끌어올림에 감탄하면서.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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