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허(虛)와 실(實)-3

 

Ⅲ.
김유신 장군.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데 김유신장군의 위대한 결단과 용전분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거기에 대해서 더 거론할 여지도 없고 그럴 대상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한번 짚어봤으면 하는 문제의 제기는 경북 경주에는 천관사터라는 절터가 있다. 이는 신라 화랑이었던 김유신(서기 595년-673년)과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다. 평소 기생 천관의 집을 자주 찾던 유신은 어머니의 따끔한 훈계 한마디에 천관과 왕래를 끊었고, 그러나 유신의 결심을 알리 없는 유신의 말은 술에 취한 김유신을 버릇처럼 천관의 집까지 갔다. 이에 유신은 자신의 결심을 헛되게 했다 하여 말의 목을 베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천관은 그런 유신을 사모하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 훗날 유신은 옛 여인을 위하여 천관의 집터에 천관사라는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배어있는 곳이 경북 경주시 교동 244번지 천관사터이다. 이것을 어느 역사서를 보더라도 김유신의 위대한 결단, 장군으로서의 풍모를 칭찬하는 모습의 일환으로 천관녀의 죽음을 희생시키고 있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서 보자. 평소에 친하게 드나들던 천관녀의 집이었던 만큼 의례 술에 취해서 유신이 가는 곳이 거기였기에 주인의 뜻을 헤아린 총명하기 짝이 없는 말로 생각된다. 아무런 지시가 없었더라도 천관녀의 집터로 말은 자동적으로 주인을 안내한다. 그랬을 때에 뛰어내려서 단칼에 말의 목을 베고 돌아갔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과 위대한 장군의 풍모로 글마다 그리고 책마다 엮어놓았는데 과연 이것이 옳은 판단일까? 충성스럽기 짝이 없는 말, 주인의 뜻을 알아서 헤아리는 말, 평소의 행동에 따라서 움직여주었던 말, 이 말을 본인의 결단을 과시하기 위해 왜 말의 목을 쳤을까? 말도 한 삶을 살아가는 귀중한 생명체, 주인에게 충성을 다했던 말의 목을 치는 것이 장부의 도리인가? 자신의 잘못을 크게 깨달았다면 차라리 자기의 목을 치거나 그럴 수 없으면 손가락이라도 잘라서 단지를 해서 결심을 표하는 것은 모르겠거니와 애매한 말의 목을 치고 자기의 장군의 결의를 표출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가. 용렬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보면 본인의 과오를 말 못하는 짐승에게 돌리고 정직치 못한 행태가 아니었을까? 사모해 마지않는 사람의 그런 잔혹한 행태를 보고 천관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잘한 행동일까? 자기의 책임을 왜 말에게 돌렸는가. 훗날 이민족들에게 제 책임을 회피하고 남에게 "Scapegoat"를 찾게 되는 못난 행태의 시발점이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또 그 당시 작은 부인도 얼마든지 맞을 수 있는 사회였기에 오히려 천관녀를 달래서 도움을 받고 본인은 장군의 반열로 들어가 힘을 합쳐 화목한 삶을 이끌어갈 수 있고, 신라 통일의 밑거름이 되는 한 축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타인에게 책임을 미루려고 하는 그 생각을 찬송하고만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동의하기가 어렵다. 문제를 제기해 본다. 한 번 생각해서 어떤 길이 옳은 길이었을까를 함께 논의해 지혜를 모아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두루 감사할 따름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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