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39.추석이야기

 

가배ㆍ가위ㆍ한가위ㆍ중추절ㆍ중추가절 설날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의 하나인 추석의 이칭들이다. 설날, 단오, 한식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명절중의 하나인 추석은 음력 팔월보름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팔월 보름. 즉, 추석 때 음식을 넉넉하게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이와 같이 지내고 싶다는 뜻의 속담이다.

조선후기 당대의 문장가로 유명했던 대산(臺山)김매순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의 기록에 의하면,

“가위란 명칭은 신라에서 비롯되었다. 이 달에는 만물이 다 성숙하고 중추(仲秋)는 또한 가절(佳節)이라 하므로 민간에서는 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또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놓는다. 그래서 말하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바란다(가야물 감야물 단원장사가배일(加也勿 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라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표현은 만물이 무르익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 중의 한가운데인 중추절이 어쩌면 이날 차린 갖가지 음식들의 풍요로움보다는 과거 끼니조차 제대로 때울 수 없을 만큼 궁핍했던 민초들에게 오히려 이날을 뺀 날들의 배고픔을 더 실감나게 해주는 가슴 저미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추석을 대체적으로 ‘한가위’라고 흔히들 부르는데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로 한가위는 ‘8월의 한 가운데 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으로 “길쌈”이란 실을 짜는 일을 말한다. 신라 유리왕 때 한가위의 한 달 전인 음력7월16일부터 나라 안의 여인들이 궁궐에 모여 두 편으로 나누어, 공주 둘이 한 편씩 거느리고 한 달 동안 밤낮으로 베를 짜서 한 달 뒤인 한가윗날 그 동안 베를 짠 양을 가지고 많고 적음을 견주어 진 쪽 이긴 쪽에게 잔치와 춤으로 갚은 것에서 “가배”라는 말이 나왔다. 한문으로는 ‘아름다울 가 嘉’자에 ‘풀무 배 排’자를 써서 ‘가배(嘉排)’라고 한다. 후에 “가배”라는 말이 “가위”라는 말로 변했다.

이후로 추석이 되면 새로 마련한 새 옷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마음껏 놀기도 하였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땀 흘려 가꾼 곡식을 가지고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성묘하는 아름다운 풍습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추석이 돌아오기 전에 조상의 무덤에 가서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주는 것을 벌초(伐草)라 한다. 추석을 맞이해서 벌초를 하는 것은 자손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이자 효성의 표시라 여겨왔기에 혹시라도 추석이 지나도록 벌초를 하지 않은 묘가 있으면, 그것은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불효한 자손을 두었거나, 심지어는 임자 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자손들이 한데 모이면 정성껏 음식을 장만해 조상들께 차례(茶禮)를 올리게 되는데, 이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과일이 꼭 세 가지가 있다. 대추, 밤, 감인데, 곧 조율시(棗栗柹)이다. 그 연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보자면,

먼저 ‘대추(대추 조 棗)’, 대추의 특징은 한 나무에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열리며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가 열리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헛꽃이 절대로 없다고 한다. 이는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인데 혼례를 치루고 폐백을 드릴 때에 어른들이 신부에게 대추를 한 움큼 집어 던져주는 것도 앞으로 많은 자손을 낳아 행복하게 잘 살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또한 대추씨는 통 씨여서 곧 절개를 뜻하며 순수한 혈통을 의미한다 하여 제사상에 더더욱 빠지지 않고 오르는 제물인 것이다.

다음은 ‘밤(밤 율 栗)’, 다른 식물의 경우 나무를 길러낸 첫 씨앗은 땅속에서 썩어 없어져 버리지만, 밤은 땅 속의 씨 밤이 생밤인 채로 뿌리에 달려 있다가 나무가 자라서 씨앗을 맺어야만 씨 밤이 썩는다고 한다. 그래서 밤은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자손이 수십 수백 대를 내려가도 조상은 언제나 자기와 연결되어 함께 이어간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밤을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는 자신의 근본. 즉,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조상 신주 모시듯’이란 속담이 있다. 여기서 죽은 사람의 위패를 ‘신주(神主)’라고 한다. 예부터 문벌 있는 집안에서는 조상님들의 신주를 제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전쟁이 나서 피난을 가거나 집안에 큰 화재라도 나면 금은보화보다 먼저 챙기는 것은 바로 조상의 위패. 즉, 신주였다고 한다. 신주는 절대적으로 밤나무로만 깎아 만드는데, 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어서 ‘감(감 시 柹),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것은 천지의 이치이다. 그러나 감만은 그렇지 않다. 감 씨앗은 심은 데서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잘라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이 감나무가 상징 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이어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열린 나무를 꺾어 보면 검은 신이 있다. 이걸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만큼 속이 시커멓게 상하였다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감을 올려놓는다는 설도 있다.

< 2018.09.20.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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