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이 난다는 말

 

인간은 누구나 하기 싫은 일, 강요된 일을 할 때는 불쾌하고 짜증이 나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기분이 좋고 흥이 나기 마련이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사람들,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사람들, 하고 있는 일을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항상 흥이 나 있는 사람들이고 스스로 일에 취해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주위 사람들까지 자신의 활력에 취하게 하는 즉, 신바람이 나 있는 사람들이다.
적극성과 소극성, 능동성과 수동성, 근면함과 나태함 등은 개인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욕에 가득 차 있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다면 그 조직 내에는 뭔가 그들에게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동인(動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면 동인(動因)은 욕구가 자극되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은 생명 유지를 위한 신체적, 생리적 욕구 외에도 애정, 소속, 사회적 승인 등의 사회적 욕구와 성공의식, 자기 개성의 유지 등의 자아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매슬로우는 욕구 5단계설을 통해 인간의 욕구를 1단계는 생존의 욕구, 2단계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애정의 욕구, 4단계는 존경의 욕구,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욕구는 적어도 사회적 욕구나 자아적 욕구, 매스로우의 욕구 5단계설중 소속, 애정의 욕구 이상의 영역에 속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애정이나 존경의 욕구, 그리고 자기실현을 위한 강한 성취욕구가 자극될 때 신바람이 일어난다.
거기에 남을 위한 희생적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일을 성취하겠다는 의지가 더해질 때 더욱 큰 의욕이 솟는다.
예로부터 가치가 있는 일에 대해서는 물적인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뛰어드는 특성이 강한 우리 민족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을 때, 자신이 그 일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상대방이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었을 때, 서로 마음이 통했을 때, 끈끈한 정을 느꼈을 때는 자청하여 스스로 앞장서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 눌려있던 애정, 존경, 자아실현 등의 욕구가 자극을 받을 때 이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행동이다.
인간의 행동은 대뇌작용에 의한 정신기능의 표현이다. 이는 인간은 무형의 정신(心)과 유형의 육체(身)로 형성된 이원일체(二元一體)의 조직체로서 어느 한쪽만으로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상일 교수는「퍼지와 한국문화」에서 신바람과 두뇌작용의 연관성을 현대 과학적으로 매우 흥미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두뇌는 판단, 사고, 이성작용을 담당하는 신피질(Neocortex)과 생리, 감성, 본능 작용을 담당하는 변연체(Limbic System)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중 신피질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변연계는 인간이나 모든 포유동물이 공유하는 것이지만, 신피질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부분은 서로 구별은 되지만 분리되어 있지 않고 뇌량(Corpus Callusum)에 의해 연관되어 상호 작용한다. 본능적인 변연계가 지나친 충동에 사로잡힐 때 신피질은 이를 억제시키려 한다. 중요한 것은 본능의 과잉억압이나 과잉충동에서는 결코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연계의 지나친 충동을 신피질이 조절하지 못했을 때, 또 신피질이 변연계를 과도하게 억압했을 때 두 경우 모두 신바람이 일어나기 어렵다. 신바람은 이 양자가 잘 조화된 상태, 즉 로고스적인 신피질의 작용과 파토스적인 변연계의 작용이 잘 조화된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현묘지도(玄妙之道)의 원리도 이 뇌 작용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현묘지도는 다양성의 통일을 의미하는 묘합(妙合)의 정신이나 합일의 정신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성은 정서나 욕구작용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 통제가 너무 과도하면 욕구나 감정의 분출기회가 부족하여 심신에 왜곡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본능의 조절기능이 지나치게 약화되면 정서나 욕구분출이 무절제하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야기하게 된다. 어느 편이든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욕구나 정서의 배출기회를 적절히 만들어 주면서 양자를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현묘(玄妙)란 바로 이 뇌의 신피질의 작용과 변연계의 작용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조화된 상태이다. 즉, 이성과 감성, 마음과 몸이 구별은 되면서도 분리되지는 않는 상태가 현묘지도의 상태이며 이것이 바로 신바람의 원동력이다.

많은 이들이 X이론, Y이론, 성선설, 성악설, 수동인, 능동인 등으로 인간의 유형을 분류해 왔지만 우리 조상들은 사람의 성품을 고정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으로 보았다.
선천적으로 착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후천적으로 악한 성품의 소유자가 될 수 있고, 또 반대로 악한 성품의 소유자가 착한 사람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보았다. 주위의 여러 조건과 자신의 노력에 따라 인간의 품성을 변해가는 것이며 선과 악을 대립되는 양극개념이 아닌 변증법적 지양(止揚)을 통해 합쳐질 수 있는 하나로 생각했다.
우리 조상들의 이와 같은 인간관은 인간을 고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개성을 존중해 주고 마음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이면서 상대방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줄 때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되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 민족의 특유한 정서인 정(情), 이 특유의 끈끈한 감정을 발전시켜 서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어려움을 같이 나눈 때 우리는 그야말로 일할 기분이 생겨난다.

결론적으로 신바람은 조화와 균형을 이룬 상호 일체감의 안정된 심적 상태일 때 일어나며 높은 성취동기가 자극될 때 더욱 강해진다. 신바람이 나면 잠재적 에너지가 폭발되어 어렵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할 힘과 용기가 생긴다. 따라서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서 신바람 난다는 말은 일할 맛, 살 맛이 난다는 뜻과 통하는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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