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로 만들어가는 흔적의 예술_ 신미경 ‘비누 조각’

 

전시장 안은 어디선가 맡았던 것 같은 은은한 향내가 풍긴다.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화장실에 들어서자 세면대위에 놓인 비너스 조각을 보면서 놀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그러진 얼굴과 코는 닳아서 납작함에 또 놀란다. 화장실에 비누 조각을 설치해 관객들이 비누처럼 사용하면서 닳아가는 과정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화장실 프로젝트’다. 관객이 전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번 전시 기간에 아르코 미술관의 입구와 화장실에 설치된 비누조각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시가 끝남과 함께 완성작이 된다. 시간의 흔적이 담긴 비누조각이야말로 유일무이한 작품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유물을 다루듯 소중하게 보관한다. 나의 작품 중 닳아서 완전히 없어진 비누 조각은 없다.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이 나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 신미경은 말한다.

전시장 1층은 막 발굴된 것 같은 폐허된 유적지를, 2층은 폐허에서 발견된 유물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영원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2층에 전시된 도자기는 비누로 조각된 도자기의 표면에 순은박과 순동박이 실제로 부식되어 시간의 흐름을 체험하게 한다. 관람객은 시간의 흐름과 영원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함께 경험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소멸과 영원성을 생각하게 된다.

아르코미술관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동시대 미술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가가 신미경을 초대작가로 선정하여 ‘사리지고도 존재하는’(2018. 7. 5~9. 9)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작가는 비누를 대리석처럼 재료로 사용해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을 비롯해 아시아의 도자기 및 불상 등 동서양 미술사의 다양한 문화적 생산물들을 재현한다.

신미경은 비누를 주된 재료로 하는 작업을 20여 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비누는 다른 재료에 비해 시간의 흔적을 명확하게 빨리 보여줄 수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 ‘화장실 프로젝트’처럼 비누가 닳거나 ‘풍화 프로젝트’처럼 풍화되면서 주변 환경이 비누에 다 스며들고 기록된다. 글씨로 기록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기록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시는 비누로 표현 가능한 조각의 다양한 형식 외에도 작가의 작업이 가진 내용적 토대가 전면에 나타난다. 작품의 장식적 아름다움 이면에 문명, 시간성, 장소성, 유물 등의 개념이 나타날 수 있도록 부식되고 유물화된 작업들을 소개한다. 사라지는 것이 정체성인 비누로 영원성을 부여받은 가치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고대의 조각 작품 같고, 아시아의 명품 도자기 같은 비누조각들이 우리나라 대형 호텔이나 박물관과 미술관의 화장실 더 나아가 각 가정의 화장실에서 향내를 풍기는 비누로 사용된다면 우리는 Art & Life의 현장에서 예술품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게 될 것 같다. 더 나아가 이 비누조각들이 세계로 번져 나간다면 머지않아 ‘K_ Art 비누’로 확산 될지도 모른다.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드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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