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35.고불 맹사성의 좌우명이었던 겸양지덕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나 행동을 일컬어 겸양지덕이라 하는데, 오늘은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한 정승 황희와 함께 조선 전기의 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였던 명재상, 고불(古佛)맹사성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 한다.

맹사성은 고려 말기의 문신 맹희도의 아들이자 당대 최고의 명장 최영 장군의 손서(孫婿). 즉, 손녀사위였다.

그는 평소 하인들이나 노비들에게는 늘 관대했으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냉엄하게 대했다고 하는데, 이른바 억강부약(抑强扶弱). 즉,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소위 고귀한 인품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그는 일찍이 김종서를 나라의 큰 재목감으로 선견한바 김종서에게는 더더욱 사소한 잘못에도 호통하였다 한다. 고불은 훗날 김종서를 병조판서로 천거하였으며 자신의 후임 재상으로 추천하였다 한다.

또한 맹사성은 그 사람됨이 소탈하고 숙정(肅整)하여 비록 벼슬이 낮은 사람이 그를 찾아와도 반드시 공복을 갖추고 대문밖에 나가 맞아들여 상석으로 앉히고, 돌아갈 때에도 역시 공손하게 배웅하여 손님이 말을 탄 뒤에야 들어왔다고 한다.

다음의 일화는 맹사성이 열아홉에 문과에 급제하고 파주 군수로 나가기 전, 어느 유명한 선사로 하여금 겸양지덕에 대한 가르침에 크게 깨달은바 그것이 곧 그의 좌우명이 되고 몸소 겸손을 실천하여 당대에는 물론 후대에도 명재상으로 만인의 존경을 받게 된다는 아주 유명한 내용의 이야기이다.

『 맹사성이 이른 나이에 과거에 급제, 이제 막 군수가 되려는 자만심 가득한 어느 날, 선사를 찾아가 성정을 베풀기 위한 자문을 구하게 되었는데, 선사는 맹사성의 큰기대에 미흡한 “나쁜 일은 하지 말고 착한 일만 많이 하라.”는 상식적인 말만 하였다. 그런 선사의 말이 하도 못마땅하여 맹사성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던 찰나, 선사가 차나 한잔 하고 가라고 권했다.

맹사성이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자 선사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을 따르는데, 찻물이 차 넘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따라 붓는 것이었다. 맹사성이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다 적시겠다고 소리치자 선사가 일갈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건 알면서 어찌하여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모른단 말이오!”

선사의 말에 맹사성은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서둘러 방을 나서려다 그만 문틀에 이마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선사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칠 일은 없을 것이오.” 』

이 일을 계기로 맹사성은 자신의 알량했던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겸양지덕을 몸에 익히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맹사성은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한 사람이었다. 공무가 아닌 일에는 결코 역마을 이용하지 않고, 소를 타고 다니거나 걸어 다녔다고 한다. 그의 이런 공사에 대한 명확한 구분은 먼 후대의 실학자 정약용의 저서《목민심서》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오는데, 목민관(수령)이 지켜야 할 열두 가지 기본 지침 중 두 번째 편의 〈율기(律己)〉. 즉, “몸을 다스리는 원칙”이 그것이다.

『 목민관은 몸가짐을 절도 있게 해서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위엄이란 아랫사람이나 백성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동시에 원칙을 지키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가짐은 언제나 청렴결백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되며, 생활은 언제나 검소하게 해야 한다. 집안을 잘 다스리는 것도 목민관의 중요한 덕목이다. 지방에 부임을 할 때는 가족을 데리고 가지 말아야 하며, 형제나 친척이 방문을 했을 때에는 오래 머무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쓸데없는 청탁이 오가고 물자가 낭비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모든 것을 절약하고 아껴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 또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

오늘날의 목민관(공직자)들은 과연 스스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며 그것을 몸소 실천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오랜 경험을 토대로 세세히 기록하여 오늘에 남겨주신 각종 지침서들을 과연 단 한 줄이라도 읽고서는 각자의 소임을 수행해 나가는지 심히 의심스러울 뿐이다.

정치는 백성의 고충을 먼저 생각해야함의 도리가 있으니 그것의 유일한 방도가 곧 배려요, 장사는 그 이문을 남김에도 상도의라는게 있어 이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곧 상생의 유일한 방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고로, 배려(配慮)와 겸양지덕(謙讓之德)은 우리 인간이 생을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같은 맥락의 아름다운 단어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시문에도 능했던 맹사성이 만년에 벼슬을 버리고 강호에 묻혀 사는 생활을 계절의 변화와 관련시켜 지은 연시조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를 이록(移錄)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 탁료계변에 금린어 안주 삼고 / 이 몸이 한가하옴도 역군은 이샷다

강호에 여름이 드니 초당에 일이 없다 / 유신한 강파는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 이 몸이 서늘하옴도 역군은 이샷다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 소정에 그물 싣고 흘리띄워 던져두고 / 이 몸이 소일하옴도 역군은 이샷다

강호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히 남다 /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옷을 삼아 / 이 몸이 칩지아님도 역군은 이샷다


〈 2018.08.02. 한림(漢林)최기영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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