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미술의 선구자 배만실

 

내게는 스승이며 ‘롤 모델’이며 ‘멘토’였던 배만실 선생님 영정 앞에서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이 세상에서는 마지막 날이요, 하늘나라에서는 첫 날이 시작됩니다. 하나님께 3가지 감사를 드립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이 배만실 교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는 한 여성으로서 우리의 현대사를 함께 하시며 하나님이 주신 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교육자로서 후학을 지도하며 여름같이 살다 가을같이 가심을 감사드립니다. 세 번째는 평생 건강하셔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잘 완수하고 영광스런 모습으로 천국 가심을 감사드립니다.”

지난 수요일 아침 7시 30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9호실. 배만실 선생님 발인예배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이화의 오래전 제자들 그리고 선생님이 다녔던 교회 성도들의 찬양으로 시작된다. 96세로 생을 마감한 선생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이윤재 목사님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라는 말씀으로 참석한 이들은 큰 위로를 받는다.

57년 전 1961년 봄. 유난히 큰 키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머리를 높이 올린 소문으로만 듣던 미국에서 갓 귀국한 멋쟁이 젊은 여교수와 이화교정에서 마주치며 몇 마디 말을 나눈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후 선생님과의 인연은 교수와 제자 그 이상으로 선생님의 가족들과 나와 남편은 물론이고 두 애들까지 가까이 지내기를 50여년이 흘렀다.

55년 전. 배만실 선생님은 남편과 2남 2녀를 서울에 남겨두고 다시 미국유학 후 이화여대 미술대학에 그 당시에는 생소한 실내장식전공을 개설한 선구자 교육자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현장참여로 워커힐, 조선호텔, 중앙청 국무회의실 등 여러 공공기관에 격조 높은 우리 전통문화를 실현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또한 실내 환경에 필요한 인테리어 패브릭 디자인을 병행한 섬유예술가이기도하다.

1980년대 초.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섬유미술가들이 대거 귀국하였다. 1983년 배만실, 이신자, 박숙희, 이성순, 오순희 외 8명은 한국섬유미술가회를 창립하여 배만실 선생님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고, 1984년 제1회 ‘한국섬유미술비엔날레‘ 전을 개최하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각 미술대학에는 섬유예술과가 창설되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섬유예술의 붐이 우리나라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배만실 선생님은 반세기를 앞선 분이다. 요즈음같이 대학에서 융복합이 활성화 된 시기였다면 선생님이 추구한 실내디자인과 섬유예술이 융합하여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의 정점에 달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당시 까다로운 학제로 모든 전공이 세분화되어 선생님의 이상은 실현될 수 없었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화의 특성과 잠재력을 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진 안타까운 일이다.

선생님과 작별하는 빈소도 선생님의 삶만큼 절제된 아름다움이 번진다. 살짝 곡선을 이룬 하얀 꽃과 선생님이 생전에 좋아하였던 연 분홍 장미꽃으로 장식된 십자가가 선생님의 모든 고통을 지고 간 듯 평온을 준다. 우아한 한복으로 조용히 미소 짓는 선생님의 얼굴과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울리는 찬송가가 선생님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십시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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