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나지 않는 조직풍토

 

6,70년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이 왜 계속되지 못하고 주춤거리게 되었을까? 과거 우리경제는 불황의 역경을 겪으면서도 신바람 나는 성장과 발전의 연속을 연출해 내었으나 지금은 침체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회복의 기미는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방법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보나 필자는 무엇보다도 근로자의 근로의식 퇴락과 비생산적인 사고의 만연을 들고 싶다. 국가경제도 정신문화가 건강한 사회이어야 성장이 있으며 기업도 근로의식과 윤리의식이 건강한 조직이어야 발전할 수 있다.

70년대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업적에 너무 빨리 자만하면서 주저앉아 버렸다. 80년대의 민주화 진통을 바르게 치유하지 못하는 동안에 우리 근로자의 의식 속에는 자신들이 해야 될 일을 하지 않고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무사안일풍토가 특히 대기업체를 중심으로 만연해 가고 있다.
조직의 그늘에 묻혀 시간만 보내는 관리자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만 신경을 쓰는 형식주의자들이 판을 친다. 회사에 나와 있기만 한 것을 가지고 일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70년대에는 많은 공장이 세워지고 확장됨에 따라 취직이 쉬웠다. 그 당시 필자는 인사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70년대 당시에는 두서너 기업체에 합격을 해놓고 입사를 하는 신입생들이 많았다. 신입사원 도입교육 기간 중에 퇴사하는 직원들이 많이 발생하였으므로 이를 예상해서 보통 필요인원의 20~30% 정도는 높게 선발을 한 경우도 많았다. 70년대 당시 타기업체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금 이 회사에 남아있다는 자체를 이들은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직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의 이런 의식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보이지 않는 요인으로 들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냐’에 의해서 회사로부터 대접받으려는 일종의 기득권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은 회사를 위해서 기여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이 남이 해놓은 것에 편승해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고서야 어떻게 회사 발전이 있겠으며 앞으로의 한국경제 성장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큰 하자 없이 꼬박꼬박 출근만 하면 봉급, 보너스가 나오고 정기승급, 승진이 되고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일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남과 똑같이 받을 수 있고 회사는 당연히 그렇게 해주어야 된다는 의식으로 퇴락해 버렸다. 더구나 염려스러운 것은 이런 의식이 점점 하부 계층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한국 근로자의 머리 속에는 이런 의식이 어느 정도 잠재되어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일하지 않고도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때 파업을 한 적도 있었다.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근면했고, 특히 70년대의 신바람 경제기적은 그 위력이 제일 컸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부터 국가가 국민의 생활을, 기업주가 종업원의 복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한복지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급격히 발전해 온 뒤의 너무 안정된 조직상태에서 이러한 무사안일 병폐가 생겨 신바람나지 않는 풍토로 변질해 버린 것이다. 쉽게 감지하기 어려운 조직병폐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나쁜 것이 하나도 없는, 좋은 것만으로 보이기 쉽다. 어찌되었든 불황 하에서도 그런대로 이익을 내고 있으며 고용도 안정되어 있어서 모든 종업원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모르는 사이에 무서운 조직병들이 커가고 있다. 아무리 고함쳐도 국제경쟁력이 향상 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들에게 더 이상의 능력신장을 기대하기란 과연 어려운 것이다. 다 같이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조직이 안정된 상태에서 생긴 무사안일의 병폐와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경기불황으로 인한 감축경영의 바람 때문에 생겨난 또 하나의 조직병폐가 있다. 이 감축경영이 실업자의 증가와 함께 또 다른 종업원의 나쁜 의식변화를 야기시키고 있다. 조직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일어나는 자기보신주의가 그것이다. 자기의 운명이 타인에 의해 결정될 때, 어떤 변화가 내 자신과 내 가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때,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해 내 자신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불안해지고 공포에 떨게 된다.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면 종업원의 사기는 떨어지고 생산성도 낮아지게 된다. 조직에 대한 일체감이 사라지고 조직 목표에 참여하려고 하기 보다는 냉소적으로 되고 불신감이 팽배해지게 된다.
많은 종업원들은 회사가 종업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까지 일해오던 양식이나 과정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본인이 해고될 위험이 있다거나 본인의 일하는 방법을 변화시켜야 할 때는 불안감을 느끼고 당황하게 된다. 이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자기에게 영향을 주는 ‘힘’에 대해 민감해지며 윗사람들의 의중을 살피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다.
종업원들은 불안 속에서 자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가장 안전하게 처리하려 들며 가능한 상사나 타부서에 업무를 떠넘기게 된다. 언제 성과가 날지도 모르는 장기적인 일보다도 당장에 성과가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조직전체를 위해서보다 자기 자신과 부서를 위해서 일을 하고 되고, 위험한 일이나 새로운 일을 기피하게 되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왜곡시키게 된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것만 처리하게 되고 의사소통은 줄어들고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신뢰와 능률은 땅에 떨어지고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해진다. 최근 인력합리화를 주로 한 감축경영의 통제수단도 신바람나지 않는 나쁜 조직풍토로 변모해 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처럼 지금 한국 대기업의 조직풍토가 이상한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점점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대기업 경영자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로에서 마땅한 치유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이러한 벼랑 끝에서 한국기업이 살고 한국 경제를 재활시키는 방법은 ‘품질향상’과 ‘생산성향상’이라는 확실한 정공법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이 방법이 크게 되살아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생산성 향상이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인가? 이들의 과거 신명난 춤을 어떻게 재현시킬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당면 문제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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