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레스토랑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상업공간이 아니다.

 

젊은 공예가들이 만든 식기와 젊은 셰프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고 미적 감각을 한 단계 끌어 올린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조시대로 돌아가 왕족이 된 듯 창덕궁 후원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고개를 돌려보니 담장넝쿨로 뒤덮인 미술관도 보인다. 창가의 네모난 나무식탁에는 결이 드러나는 굵은 삼베를 바르고 붉고, 검게 옷 칠을 한 둥그런 테이블 멧트 위에 먹색의 무명 냅킨과 놋수저, 종잇장과 같이 얇은 백자 물 컵 그리고 7코스의 점심메뉴가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뚜껑달린 백자그릇에 토마토 죽, 유리접시에 가지선과 꽃모양의 오징어, 커다란 놋그릇에 담긴 새우살 찜, 폐병을 활용한 유리컵의 동치미국물, 방풍나물을 넣은 떡갈비에 도라지와 민들레 겉절이가 하얀 백자접시에 한 폭의 그림같이 담겨 나온다. 진짓상은 둥근 칠기쟁반에 5가지 반찬, 돼지감자를 넣은 잡곡밥과 북어국이 곁 드린다. 초록과 파랑색 칠기에 담긴 약과, 분청사기 사발에 붉은 산딸기, 하얀 배, 검붉은 불루베리를 넣은 오미자차로 마무리한다.

오랫동안 우리가 먹어오고 지켜 온 전통한국음식 보다 더 맛있고 정갈한 한국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적인 것을 더욱 전통적으로’라는 마음으로 연 식당. 아라리오 뮤지엄 4층 ‘한식 공간’은 셰프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셰프의 스승’ 조희숙 교수와 제자들이 주방을 꾸리면서 더욱 화제를 모은 아름다운 공간 한식 다이닝이다.

테이블 세팅에 사용된 식기류와 제품은 ‘정소영의 식기장’과의 협업으로 구성됐다. 도자, 목기, 칠기, 유리, 방짜유기 등 공예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정유리, 박미경, 박선민, 박강용 등 공예가들의 작품이다. 젊은 공예가들의 독창적인 감각과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진 식기들은 맛있고 정갈한 음식과 만나면서 공예가들의 그릇은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창덕궁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공간사옥으로 쓰였던 한국의 유명건축물중 하나인 아라리오 뮤지엄 신관 4층에 있던 일본 식당이 닫고, 전통 한식 레스토랑 ‘한식 공간’이 문을 열었다. 3층 이태리 다이닝 ‘브라세리 인 스페이스’, 2016년과 지난해 연달아 미슐랭 1스타를 받은 5층 프랑스 레스토랑 ‘다이닝 인 스페이스’가 외식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3, 4, 5층 다이닝은 미식가들 사이에 관심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술관이 작품을 펼쳐 보이듯 셰프들이 한 건물에 모여 자기만의 요리를 제각기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곁에 붙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옆의 고궁을 걸은 후의 여운을 나누며 휴식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음식에서 그릇까지의 예술철학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미술관에는 미술관과 공존하는 외식공간으로서의 자부심과 철학을 드러내는 개성 있는 독창적 스타일의 유명레스토랑들이 많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있는 ‘인 시투’(in situ)는 세계 미식가들의 흥미를 끄는 식당으로 유명하다. 이제 우리에게도 삶속에서 예술을 만나고 또한 예술 속에서 우리의 삶은 찾는 일상이 다가오고 있다.

창덕궁 넓은 정원과 함께하는 ‘한식 공간’이 세계적인 다이닝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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