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놀이의 어울림

 

우리 민족은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지금도 어디를 가나 분위기만 조성되면 판을 벌이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신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또 그 신바람에 잘 취하는 민족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인은 노래를 좋아하여 밤낮으로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삼국시대의 기록도 있지만 각 지역의 특징에 맞게 만들어져 구전되고 있는 민요의 그 흥겹거나 혹은 구성진 가락은 역시 우리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멋과 여유를 즐겨왔던 조상의 후예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애환과 감정을 소리와 거기에 맞는 가락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왔기 때문에 민요에는 작자가 따로 없다. 판소리, 시나위, 잡가, 민요, 산조 등의 민속음악 역시 대부분 일반 서민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생성되어 대중과 호흡을 같이 하는 민족예술로서, 소탈하고 자유분방하여 인공적 규제보다는 스스로 내뿜는 정서적 힘을 느끼게 한다.
이런 민속음악을 살펴보면 협동심이 요구되는 힘든 노동에 관련된 음악이 무척 많다. 이는 노래와 가락으로서 신명을 돋워 그 신바람으로 일을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해온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논농사와 밭농사로 구분되는 농요의 가사와 가락을 살펴보면 이 음악적 리듬감에 맞춰 여러 사람이 하나가 되어 일을 해나가는, 그래서 노동도 하나의 율동으로 보이는 신명나는 일판을 어렵지 않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아낙네들의 힘든 일 중의 하나였던 길쌈에 관련된 노래 역시 많다. 삼째기 노래, 삼삼기 노래, 물레 노래, 실것 올리는 노래, 베날기 노래, 베메기 노래, 베틀 노래 등 노동의 단계마다 그 특성에 따라 일을 즐겁게 해낼 수 있는 노래와 가락이 있다. 또 어촌에서의 배치기 소리는 어떤가? 강화시선 뱃노래, 붕기 풍어노래, 위도 띄뱃노래, 가거도 뱃노래, 제주 해녀 노래, 제주 멸치잡이 소리, 수영 어방놀이 등 다양한 노래가 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어부들이 출선을 하고, 노를 젓고, 또 그물을 던지고 가래질을 하면서 고기를 푸고, 그리고 마침내 만선하여 돌아오며 기뻐했으리라.
그 외에도 다양한 사회계층에 따라 그 생활 방식과 놀이방식이 다른 만큼 상두꾼이 부르는 상여소리, 달구소리, 가마꾼의 권마성소리, 보부상들의 보부상소리, 각설이패의 장타령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래가 있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음악인 농악을 보자. 그 가락과 북장단은 얼마나 흥을 돋우는가! 어깨춤이 절로 난다. 이는 우리 민족의 피를 뜨겁게 하는 살아있는 가락이다. 이 농악 역시 작업 능률을 높이고 일의 호흡을 맞춰 노동의 피로를 잊게 하여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신명 나는 일판을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한다. 동네 사람들이 명절 때 흥을 돋우기 위해, 농군들이 모를 심을 때, 논을 맬 때 피로를 풀기 위해 빠짐없이 함께 했던 이 농악은 꽹과리, 징, 장고, 북의 네 가지 타악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꽹과리, 징을 치고 북, 장고를 두들기며, 또 열두발 상모를 꼬리치며 우리 농민들은 쌓인 피로를 풀고 풍요한 수확을 기원했다.
이 농악은 굿친다, 매구친다, 풍물친다 했으며 마을굿, 걸립굿, 두레굿과 같은 의식에도 사용되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청에서 편찬한「한국의 축제」는 농악과 굿의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준다. 우선 잡귀, 잡신을 몰아내고 복을 맞이한다는 정신이나 부정을 몰아내고 놀이판을 청정케하여 신을 맞이하고 집돌이를 하여 집안의 부귀와 무병을 축원해 준다는 목적이 비슷하다. 또 용어면에서도 보면 무당굿에서 장단가락을 덩덕체, 꺽음채, 올림채 등 ‘채’라는 말을 쓰고 있고 겹마치, 세로치로 표현하는데 농악에서도 삼채, 오채, 칠채 등을 쏘고 있으며 외마치, 두마치, 세마치 등으로 쓰고 있다. 무당들의 굿은 마을 공동체 굿인 별신굿과 집안굿인 오구굿이 대표적인 것이며 농악대가 행한 굿은 당산굿과 지신밟기(마당밟기), 그리고 판굿으로 나누어진다.
농악에 있어서 동제장(洞祭場)굿은 신을 맞이하여 대접하는 가운데 신과 교합해 봄으로써 심신을 신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농악대들은 제삿날 사흘 전부터 음주육식을 금하고 일주일 전부터 목욕재계하고 신역(神域)의 청결, 마을청소, 마을의 부정을 없애기 위해 마을 입구에 새끼줄을 치고 외인의 숙박을 금지하는 등 정성을 다하고 아침 일찍 신당에 당도하면 축문을 읊으면서 제사를 지낸다. 그리고 농기에 마을신을 받은 후 신역에서 굿판을 벌이고 춤추고 논다. 또 잡귀를 몰아내고 복을 맞이하며 마을의 공동체를 확인하기 위해 당에서 신받이한 농기를 앞세우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집돌이를 한다.

명절에 행하는 농악의 판굿은 묵은 것을 흘려보내고 새로운 질서를 얻어 들이는 것, 즉 삶에 생기를 북돋우는 것은 물론,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로 조화를 이루게 한다. 또 조상들과의 교합, 마을 수호신과의 교합이라는 소박한 신앙행위가 곁들여 있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전투행위적 성격도 있다. 이처럼 고되게 살아가는 농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체를 굳게 하는 동시에 여러 신들과의 교류를 통해 마을의 무사와 번영을 기원하는 신앙적 체계에서 농악이 시행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생활에서 이런 굿들이 재현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지만 풍장의 장단, 그 소리의 가락에 취하고 동화되는 감성은 계속 살아있어 무엇인가에 정신없이 빠져 듦으로써 자기를 벗어나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 보다 큰 ‘우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잠재해 있는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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