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31.당대 최고의 문인으로 손꼽히던 충신 매월당(梅月堂)김시습

 

사육신이 절의로 목숨을 바친 충신들이라 한다면, 살아 있으면서 귀머거리나 소경인 체 또는 방성통곡하거나 두문불출하며, 불사이군(不事二君), 다시 말하여 한 하늘아래서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충성된 신하의 도리를 끝까지 지키며 단종을 추모했던 여섯 명의 충신들을 일컬어 “생육신(生六臣)” 이라고 한다.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쫒고 왕위를 찬탈하자 더 이상 그런 세상에는 뜻이 없다며 벼슬을 내버리고 초야에 묻혀 평생 굳은 절개를 지켰던 여섯 신하는 매월당(梅月堂)김시습, 관란(觀瀾)원호, 경은(耕隱)이맹전, 문두(文斗)성담수, 어계(漁溪)조려, 추강(秋江)남효온 이다.

특히 매월당 김시습은 3살 때부터 외조부로부터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한시를 지을 줄 알았다고 한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의 나이 3살에 유모가 맷돌을 가는 것을 보고 “비는 아니 오는데 천둥소리 어디서 나는가, 누른 구름 조각조각 사방으로 흩어지네.” 라는 한시를 지어 온 동네뿐만 아니라 궁궐에까지 신동이란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시습이 다섯 살 되던 해 그 소문을 들은 세종대왕의 부름을 받고 궁궐에 들어갔다.

이때 세종대왕은 도승지를 시켜 어린 시습에게 여러 가지 시를 지어보게 하였는데 김시습은 승지의 요구에 맞춰 시를 척척 지어내어 임금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고 한다. 시습을 영특하고 귀엽게 여긴 세종대왕은 비단 50필을 하사하고 훗날 성장하여 학문을 이루면 큰 인재로 쓰겠다고 약속까지 하였다. 김시습이 이날 임금님께 받은 비단을 직접 묶어 허리에 차고 궁궐을 나갔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세종대왕은 김시습이 16세 되던 1450년 세상을 떠났고, 김시습이 21세 되던 1455년에는 단종이 수양대군의 핍박을 받아 상왕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하다 수양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발광한 김시습은 뒷간에 빠졌다가 자신의 모든 서책을 불태우고 삭발하고 설잠이라는 법명으로 승려가 되어 전국을 방랑하는 등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집필한 하늘이 내린 천재문인 김시습은 불사이군의 충심으로 방랑과 은둔으로 일생을 보냈지만 결코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수양대군의 시대가 가고 예종 이후 성종의 시대에 이르러 왕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오랜 은거 생활을 접고 한양 수락산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영의정으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세도를 자랑하던 정창손의 행차를 보고는 가로막고 “네 이놈 당장 관직을 내려놓아라”라고 일갈했던 것이다. 정창손은 사육신의 단종 복위 계획을 고발하여 좌익공신 2등에 올랐고, 남이 장군 등의 옥사를 처리하여 익대공신 3등에 오른 인물이었다. 성종이 즉위하자 유교이념에 충실한 바른 정치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했던 김시습은 정창손 같은 인간이 영의정으로 앉아있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김시습은 꿈을 접고 부여로 내려가 무량사에서 머물다 5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손꼽히는 매월당 김시습선생께서 임종 직전에 지으셨다는 아생(我生)이라는 시를 소개하며 오늘의 칼럼을 갈무리한다.

백세 뒤 나의 무덤에 표할 적에
마땅히 꿈속에서 죽은 늙은이라 써 준다면
거의 내 마음을 안 것이라
천 년 뒤에는 나의 회포를 알아줄까나


< 2018.06.21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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