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삶

 

“.....정말 묘한 것이여.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은 것이 색깔도 없고 냄새도 안나는디 그것이 들면 화끈해지고 그것이 나면 오싹해지며 그것이 부풀면 사족을 못 쓰고 그것이 닳으면 사지가 풀리며 그것이 붙으면 엿처럼 끈적이고 그것이 떨어지면 세상이 캄캄하니 정말 묘한 것 중에 하나다....” 정(情)을 노래하고 있는 호남지방에 전래되고 있는 속요의 한 대목이다.
우리 민족의 모든 인간관계의 유대가 되어 왔던 이 정(情)이란 감정은 우리 민족을 구별 짓는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눈만 마주쳐도 당신을 사랑한다. 조금만 피가 더워져도 당신을 원한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조금만 어긋나면 쉽게 헤어지는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뚝배기처럼 무뚝뚝하고 거칠어도 그 따스함과 사랑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고 옷고름 입에 물고 아무 말 없이 부엌 뒤로 숨어도 평생을 사랑과 신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이다. 물건을 훔치러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간 도둑이 그 집의 가난함에 가슴이 아파 오히려 자기집 쌀을 퍼서 살며시 갖다 두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는 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정서이다.

우리말에 ‘미운 정’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미워도 생각해보면 그동안 같이 지내온 세월 속에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 미묘한 감정이 묻어나와 도저히 무관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 민족의 감정적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낸 말로 생각된다. 우리 민족은 선천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무심하지 못했다.
집안의 조그만 제사를 지내도 옆집, 뒷집, 앞집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고 동짓날에 동지죽을 쑤어도 그릇 그릇을 돌리는, 부족한 속에서도 나눔으로써 오히려 더 큰 기쁨을 느끼며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일을 하더라도 네일, 내일을 가리지 않고 일손이 없는 집을 자발적으로 도와주었다. 새참을 먹다가도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소리치고 손짓하여 불러 자기 밥을 덜어주며 권하는, 인심이 넉넉한 사람들이다.
자기 혼자만의 이기적인 삶이 아니고 함께 어울려서 서로의 능력을 합쳐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함께 누리는 생활이었다. 모든 일에는 서로 호흡을 맞추어 작업능률을 높이고 피로를 잊게 하기 위한 리듬과 가락이 있었다. 일과 놀이를 한데 묶어 기막힌 조화를 이룰 줄 알았으며 어떤 어려운 일도 혼자 힘으로 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묶어서 이루어내는 강한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 결코 힘든 힘을 힘만으로 하지 않았고 서로의 마음과 감정으로 해냈다. 서로의 호흡을 스스로 맞출 줄 알았고 여러 사람의 마음과 지혜를 합칠 줄 알았다. 또한 수많은 외부의 침략 속에서도,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하기 쉬웠던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비관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았다. 장고를 두드리며 괴로움을 잊었고, 춤을 추면서 풀어버렸고, 소리를 하고 시조를 읊으며 모든 것을 초월했던 멋을 아는 민족이었다. 가슴에 피멍이 맺혀도 그것을 직설하지 않고 아름다운 노랫가락으로 승화시키는 멋을 알았다. 시원섭섭이라는 말을 함께 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감정을 가지면서 우리 민족은 액운도, 맺힘도 억울함도 풀 줄 알았다. 자기의 한(恨)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 죽은 사람의 원(怨)까지 풀어주며 더불어 밝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다.
우리 민족은 이렇게 풀어주어야 힘이 났고 이 힘은 같은 사람들, 같이 일하고 쉬는 주위 사람들, 같은 피를 가지고 있는 민족에 대한 강한 신뢰와 애정의 기반위에서 커다란 신바람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랬기에 그 무거운 역사의 짐을 지고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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