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29.죽음 앞에서도 당당히 읊었던 ‘육신애상가(六臣哀傷歌)’

 

세조는 계유정난을 일으켜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세종대왕과 문종의 총애를 받던 당대의 집현전 학사들 중 단종복위의 거사를 감행하려다 발각되어 세조의 회유를 끝까지 거절 질책하며 불사이군의 충의로 죽음을 택했던 여섯 명의 충신을 두고 우리는 사육신이라 한다. 이들의 충절을 읊은 시조를 두고 ‘사육신충의가(死六臣忠義歌)’ 혹은 ‘육신애상가(六臣哀傷歌)’라고 하며, 육신 중 하위지의 시조를 제외한 다섯 시조가 《청구영언(靑丘永言)》과 《가곡원류(歌曲源流)》를 통해 전해진다.

먼저 사육신의 대표격으로 조선 최고의 충신으로 손꼽히는 매죽헌(梅竹軒)성삼문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성삼문과 함께 세종시대를 대표하던 충신 취금헌(醉琴軒)박팽년

가마귀 눈비 마자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 밤인들 어두오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이시랴

성삼문 박팽년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에 적극 참여했던 충신 백옥헌(白玉軒)이개

창 안에 혔는 촛불 눌과 이별하였관대
겉으로 눈물지고 속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촛불 날과 같아야 속타는 줄 모르더라

거사발각 후 스스로 자결한 낭간(琅玕)유성원

간밤에 부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요

무신으로 문학수준도 남달랐던 단종복위 거사의 행동대장 벽량(碧梁)유응부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려더니
문전의 수성어적이 잠든 나를 깨와라

유성원을 제외한 거사의 주역들은 모진 고문을 받고 끝내 거열형 이상의 참형을 받는다. 그들이 죽음 직전의 순간에 세조를 향해 읊은 시조는 심금을 울리고 남음이 있다.

먼저 성삼문이 죽음 직전에 쓴 절명가이다. 특히나 이 시조는 김동길 박사님께서 꽤나 자주 암송하시곤 한다.

둥 둥 둥 북소리는 사람 목숨 재촉하는데
머리 돌려 돌아보니 해는 이미 기울었네
머나먼 황천길에 주막 하나 없으니
오늘밤은 뉘 집에서 재워줄꼬

성삼문의 죽음 직전 이내 수레가 떠나려하자 모시던 종이 울며 술을 올리자 몸을 굽혀서 마시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고 전한다.

임이 주신 밥을 먹고 임 주신 옷을 입었으니
일평생 한 마음이 어길 줄 있었으랴
한 번 죽음이 충의인 줄 알았으니
현릉(顯陵)의 송백(松柏)이 꿈속에 아련하네

박팽년 또한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분별없이 여러 임금을 섬길 수는 없다는 것이 박팽년의 생각이었다. 결국 굴복하지 않는 사육신의 충절을 본 세조 또한 이들을 가리켜 “당대의 난신(亂臣)이요, 후세의 충신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금이 아름다운 물에서 난다고 해서 물마다 금이 나는 것은 아니며,
옥이 곤강(崑崗)에서 나온다고 해서 산마다 옥이 나는 것이 아니며,
아무리 여자가 사랑하는 지아비를 따른다고 하지만 임마다 좇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육신충의가로 청구영언 등에 기록되어 남겨지는 않았지만 단계(丹溪)하위지의 작시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시조인 듯해서 한 번 소개해 보기로 한다.

객산문경하고 풍미월락할 제
주옹을 다시 열고 싯귀를 흩부르니
아마도 산인득의는 이뿐인가 하노라

까마득히 먼 과거의 슬픈 역사이지만 후세에 이 어른들이 남긴 고귀하고 아름다운 충신으로서의 절의는 두고두고 영원하리라.


< 2018.05.31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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