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아몰입의 심층구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일시적인 최면이나 인공적인 것에 의한 것이 아니고 무한히 커져가는 스스로의 느낌에 심취하여 용색하고 좁게 느껴지는 자신을 초월함으로써 보다 큰 자기에게로 빠져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다. 우리 민족은 신바람에 취할 때 자신을 잊는다. 배고픔도, 서러움도, 원망도, 자잘한 일상사에 얽매인 자신마저도 잊고 현실을 떠나 탈혼의 경지인 더 큰 세계로 빠져들어 간다.
주위에 이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신바람이 일어나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열두발 상모가 꼬리치며 휘돌아가는 농악에서 어깨춤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신바람이요, 무당이 누리는 신명에 취해 같이 신에 씌우는 것도 신바람이요, 같은 마음, 같은 기분으로 마음과 힘을 합쳐 보다 큰 가치를 쫒을 때 어떤 어려움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신바람이다.
신바람은 사람들을 같은 기분에 빠져들게 만든다. 주위의 누구하고라도 마음만 맞으면 어깨춤을 같이 출 수 있는 일체감으로 사람을 묶어주면서 자신을 잊고 대상에 몰입하게 만든다. 모든 의식을 하나에로 쏟아 넣게 한다. 굿판에서의 신바람은 자신을 뛰어넘어 신과 접촉하게 하고 일상사에서 일어나는 신바람은 개인과 개인의 벽을 허물어 보다 큰 가치로 향하는 발걸음을 맞추게 한다.

사람들은 소아적인 자기, 눈앞의 작은 이익에서 벗어나 보다 크고 높은 자신과 만나게 된다. 접신탈아(接神脫我)의 경지가 바로 신바람인 것이다. 신에 들리지 않고는, 신령에 잡히지 않고는 신명도 신바람도 피울 수 없다. 조상들이 여러 날 동안 음주가무하면서 하늘과 함께 누린 흥이고, 날카로운 칼날 위에서 춤을 추는 무당의 신명이다.
우리 민족의 집단 무의식인 이 신바람의 민족성은 자기를 잊고 대상에 열중하는 망아몰입의 심층구조를 지니기에 창의적인 면에서는 문화와 예술창조의 원동력, 구국호국의 행동철학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6.25 이후 폐허의 땅 위에서 잘 살아보자는 하나의 목표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수차례의 수․당 침입을 고구려가 막아냈던 것도, 거족적인 3․1운동도 우리 민족 특유의 신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반면 자신과 전혀 다른 이질적 세계를 수용하지 않는 배척, 배타성을 잉태시키기도 하여 계층, 지역간 갈등과 극한의 당파심으로 조직 공동체의 단결력을 저해하는 나쁜 특성도 있다. 이 신바람 기질이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공동적 이념에 의하여 유기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할 때에, 스스로의 무당기질을 폐쇄적으로 만들어 자기 소원만을 풀려고 하기 때문에 ‘탓’의 심리가 타인에게로 향하면서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식의 발상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역사를 통해 변하지 않는 신바람의 집단 무의식은 민족 에너지 확장에 활력소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민족 에너지를 병리 현상으로 몰고 갈 힘도 지닌다. 우리 역사에서 구국, 호국, 창조의 사실(史實)은 신바람의 저력이 아름답게 꽃필 때였음을 상기해 보면, 앞으로 우리 민족을 빛나게 할 사상과 철학은 우리 민족의 성격인 신바람을 도외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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