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려거든 먼저 나를 밟고 나가라”

 

“나가려거든 먼저 나를 밝고 나가라” 소리치며 제자들에게 담대한 사랑을 보여주셨던 김옥길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고사리 마을에 선생님을 뵈러 갔는데 저녁 후 이야기를 하던 중 선생님께서 ”아래채에 누가 있는 줄 아니? 김지하가 와 있다“ 그 무서운 유신독재시절. 사형선고를 받고 수배중인 김지하가 이곳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은 내 표정을 보시고는 김지하를 부르시며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 생각납니다. 우리 선생님이 아니시면 감히 그 어느 시절이라고 김지하를 숨겨 주시겠어요.” 방청석의 김호순 선생님 추억담이다.

지난 주 화요일. 김옥길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담대한 사랑, 김옥길 스승 추모예배’ 가 열리는 날이다. 연 이틀째 쏟아진 폭우는 그날따라 가장 심하여 운전을 하는데 앞이 안보일 정도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비가 그쳤으면 하는 바람과 분명 비가 그칠게라는 믿음을 갖는다. 오후 1시 학교에 도착 할 즈음에는 언제 그리 심하게 비가 왔느냐싶게 비가 그쳐 녹음이 우거진 교정을 거닐며 중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김옥길 선생님 추모예배’가 이화여자대학교 교목실 주최로 16일 오후 1시30분 이화여대 중강당에서 열렸다. 그동안 줄곧 해온 정기 행사를 나만 모르다가 이번에야 연락을 받은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돌아가신지 28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열리는 추모예배라 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화여대의 큰 스승이고, 이 나라 여성교육의 큰 어른이셨던 선생님을 이화가 추모하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누가 기억할까 의아심을 갖으며 중강당으로 들어선다.

중강당 무대 위 오른편에는 빨강 원형의 깔개위에 2개의 가늘고 긴 투명 유리병에 하늘거리는 은색 잎사귀와 빨간 꽃 1대가 활짝 피어 선생님을 기억하며 찾는 사람들을 반긴다. 그 앞에는 커다란 성경책과 추모예배 순서지, ‘담대한 사랑, 김옥길선생님 추모예배 사진 자료집’ 그리고 높고 낮은 2개의 타오르는 빨강 촛불과 20여개의 하얀 촛불이 은은하게 불을 밝혀 추모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선생님과 추억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리고 추모예배에 이어 ‘김옥길 선생님의 삶과 리더십’을 주제로 패널 토의가 진행된다. 1973년 이화여대 시위행렬 선두에 서서 학생들을 보호하던 김옥길 선생님의 제자사랑을 기억하는 5인의 패널리스트들이 선생님에 대한 회고와 함께 선생님의 가치와 철학에 대해 발표하고, 방청석에서는 자유로이 30~ 40여 년 전 김옥길 선생님과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시간을 갖는다.

‘담대한 사랑, 김옥길 선생님 추모예배 사진 자료집’ 표지는 1973년11월28일 이화여대 시위행렬 맨 앞에 서서 경찰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며 “나가려거든 먼저 나를 밟고 나가라“ 소리치며 제자들에 대한 담대한 사랑을 보여주셨던 김옥길 총장님. 다음 장에는 화사한 한복을 입은 젊은 시절의 선생님과 1921~1990년의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그리고 1990년 70세로 세상을 떠난 소천예배사진을 보니 선생님이 보고 싶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립다.

“우리는 이화를 위하여, 이화는 한국을 위하여, 한국은 세계를 위하여, 세계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노력하고 전진해야 되겠습니다.” 라는 선생님의 글이 생각나는 요즈음.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김옥길 선생님을 추모하는 예배가 생긴 것이 다행이다.

김옥길 선생님 추모예배를 계기로 이화를 이끌었던 스승들을 추모하는 예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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