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살아 있는 조직

 

인간의 영혼은 그 사람을 지배한다.
올바른 혼(魂)을 가진 사람은 인류역사에 보탬이 될 자취를 남기고 그 업적이 뛰어날 때 위인으로 칭송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욱 많다. 그 정도에 따라 범부(凡夫)가 되고 때로는 폐인도 악인도 된다. 한 사람의 명운을 결정짓는 의지적인 요소의 핵이 혼이기 때문이다. 플라톤도 그의 명저「국가」에서 인간의 영혼은 불멸이며 파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혼(魂)을 심령과학자들은 인간 정신의 기본이 되는 불가사의한 파동의 덩어리로 본다.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을 ‘얼’이라 하고 죽은 사람의 영혼을 ‘넋’이라 구분지어 오고 있는데, 영혼은 꿈, 텔레파시 등을 일으키는 영작용과 생명유지 기능을 조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행동을 본능적으로 변화, 적용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하는 것처럼 비생명체에도 생명체와 유사한 파동이 생성되는 경우가 있다. 사상이나 철학적인 이데올로기, 민족 또는 국가라고 하는 개념 역시 이러한 영적인 힘에 의해 형성된다. 하나의 민족이나 조직에는 무수한 이미지가 이미 구성되어 있고 그러한 복수의 복합적인 개념이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민족이나 조직의 구성원이 바뀌게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공통적인 인자가 있게 마련이고 그런 것이 바로 전통, 문화라는 말로 표현되는 영적인 힘이 되어 면면히 흐르게 된다.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런 전통을 우리는 민족정신, 기업문화 등으로 칭하고 있다. 모든 조직체에는 그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 사고와 감정이 있으며 그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방향을 결정지어 주는 정신이 있다. 민족 역시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민족정신, 민족혼이 있고 국가도 역사적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된 보이지 않는 특유의 정신이 있다. 우리의 한 사상, 영국의 신사도 정신, 미국의 청교도 정신,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 이스라엘의 시오니즘 등이 바로 민족 고유의 정체성(正體性)을 표상하는 정신들이다.

우리 몸이 세포 하나하나를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간주할 수 없듯이 우리 개개인의 생명체 하나를 떼어 가지고는 민족이라는 큰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개미를 한 마리씩 떼어내어 살펴보아서는 ‘개미’라는 무리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개미는 일정한 수 이상의 무리가 되었을 때 개미로서의 특징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어떤 동물보다도 사회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말할 것도 없이 집단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같은 지역, 같은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같은 언어, 생활양식, 문화, 역사, 심리적 습관 등을 갖게 되면 하나의 민족이 형성된다.
그리고 오랜 역사 속에서 그 민족만의 고유한 정신인 민족혼이 생겨나고 일단 형성되고 나면 이 정신은 거의 변치 않고 그대로 생존하려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이 점에서 민족은 개성을 지닌 큰 유기체이다. 마치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가 생과 사를 되풀이 하면서 하나의 큰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과 같이 개개인의 구성원들이 태어나고 또 죽으면서 민족이라는 큰 유기체를 유지해 나간다.

위대한 민족은 항상 그 바탕에 뛰어난 민족혼이 숨 쉬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신사도 정신에서 비롯되었고 세계 최강의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미국의 저력도 청교도 정신이 그 바탕이었다.
유대인의 경우는 더욱 감동적이다. 나라를 잃었어도 그들의 민족혼인 ‘시오니즘’을 결코 망각하지 않았기에 이천년 동안의 고난과 방랑을 극복하고 마침내 이스라엘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혼(魂)이 살아 있는 한, 민족은 영원하다는 교훈을 우리들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민족혼이 쇠퇴했을 때나 민족혼을 스스로 버렸을 때는 그 민족이나 그 민족의 문화도 함께 쇠퇴하거나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한때 만주 땅에서 번창하였던 여진족은 그들의 민족혼을 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까지 상실하였고 민족문화를 계승하지 못한 채 마침내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기마민족에게 번번이 나라를 빼앗겼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정복민족을 동화시켰다. 정복민족들은 그들의 민족혼인 야성의 힘을 지키지 못하고 중국의 높은 농경문화 수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 그 속의 한 인자가 되고 말았다. 즉 기마민족에게 거대한 중국의 농경문화는 동경의 세계인 동시에 하나의 큰 늪과 같은 존재였다. 이처럼 민족혼의 상징인 원형의 변화에는 항상 몰락의 위기가 뒤따른다. 그러므로 혼이 살아 있다는 것은 자기원형을 지키려는 본래의 생명력이 넘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결집해 가는 동태적인 협동체계인 기업조직체 역시 같은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나의 기업조직이 탄생될 경우 창업이념 이라는 것이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이나 前포항제철 박태준회장의 제철보국(製鐵報國) 등 무엇을 위해서 회사를 설립했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창업주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 바로 창업이념이다.
창업시의 어려움을 이기고 기업을 발전시켜 온 창업세대들의 업적은 살아있는 기업교육의 정신이 되고 그것은 사장이 바뀌고 직원이 바뀌더라도 계속 전승된다. 이 창업정신이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지 못하고 퇴색되거나 없어진다면 그 기업체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죽음에 관한 학설을 보면 혼은 신체로부터 자유로이 분리될 수 있으며 신체 사망 후에도 존속하다고 보는 혼불멸설이 우세하다. 조직 역시 그 안에 흐르는 정신이 없다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은 창업주가 바뀌더라도 영원히 존속하고자 하는 계속기업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존속과 발전은 그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의 구심점이 되는 창업정신이 살아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창업정신이 발전적으로 전승되는 기업은 계속 번창해 갈 수 있었지만 그 정신문화가 약해질 때는 기업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져간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즉, 혼이 살아있는 민족이나 단체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7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포항제철의 탄생과 그 성장의 기저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투철한 사명감과 개척정신이 있었다. 결국 개인이든 가정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정신이 살아 있으면 존속, 번창하고 정신이 죽어있으면 허물어진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치 않는 진리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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