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 모더니즘 건축물의 메카 콜럼버스와 숨소리도 절제된 듯한 배우의 조화...

 

시작부터 끝까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수다를 떠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관객의 귀를 때리는 시끄러운 음악에 미간을 찌푸리느라 제대로 영상을 음미할 수 없는 영화도 있고, 출연배우들의 연기로부터 눈길을 뺏어가는 환상적인 풍광으로 인해 줄거리를 떠올리기 힘든 영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터라 쉴 새 없는 수다와 금속성 음악, 휘황찬란한 풍광이 오히려 머릿속에 각인되어 잊지 못할 작품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감독 ‘코고나다’는 비디오 에세이스트로 이름을 알려왔는데, 이번에 장편 데뷔작품으로 <콜럼버스>를 펴내 각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수다 떠는 장면이 거의 없고, 뒤집어지는 음악도 없으나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로 알려진 ‘콜럼버스’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훌륭한 건축물들이 주연 배우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조연배우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콜럼버스>... 건축학 교수로 평생을 건축물에 빠져 지내느라 잔정조차 나눈 적이 없는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콜럼버스를 찾아 온 아들 ‘진’과 엄마와의 삶에 지쳐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나 콜럼버스의 건축 예술에 마음을 빼앗겨 주저하는 ‘케이시’. 이 두 남녀주인공의 만남을 절묘하게 이어주는 모더니즘의 건축물들이 조연배우보다 더 훌륭하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두 배우에게 주어진 절제된 대사, 억지스럽지 않은 몸짓과 과장되지 않은 표정연기 등이 조화를 이루다보니 건축물은 배우를, 배우는 건축물을 서로 돋보이게 해주는 차분한 영상이 지루하지 않게 스크린을 수놓는다.

<콜럼버스>... 이 영화에서는 부자간인 ‘엘리엘 사리넨’, ‘에로 사리넨’의 노스 크리스천 교회와 퍼스트 크리스천 교회, 어윈 컨퍼런스 센터, 밀러 하우스를 비롯하여 ‘I.M.페이’의 클레오 로저스 기념 도서관, ‘제임스 폴셱’의 콜럼버스 지역병원 정신과 병동, ‘데보라 버크’의 어윈 유니언 뱅크과 어윈 가든 그리고 스튜어트 브릿지 등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콜럼버스의 대표 건축물들이 펼쳐지며 화면마다 색다른 느낌을 준다.

<콜럼버스>... ‘진’과 ‘케이시’는 자신들의 삶을 통해 겪었던 가족의 이야기, 나누어온 우정, 몸소 느꼈던 문화와 예술 등 떠오르는 주제들에 관해 흉금 없이 대화하다가도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때는 뚜렷하게 표출하지만 그런 것들조차 건축물들에 의해 차분한 여백의 미를 한껏 맛볼 수 있게 그려졌다.
특히, ‘진’이 숙소로 머물고 있는 ‘Irwin Garden’은 1864년 ‘어윈’ 가문에서 구입한 부지 위에 건축가 ‘헨리 필립스’가 폼페이 등 고대 문명에 영감을 받아 설계하여 1910년에 만든 정원으로 겉보기는 침묵하듯 묵직하나 내부 곳곳에 화려함이 숨어있는 그 아름다움이 시선을 잡는다.

<콜럼버스>... 한국계 배우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보여주는 ‘존 조’가 ‘진’역을 맡았고, ‘케이시’역으로는 장르는 넘나드는 연기로 뜨고 있는 배우 ‘헤일리 루 리차드슨’이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며 심신이 Healing됨을 느낀 드문 작품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 인 승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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