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물질의 노예가 되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며 무엇이 사람다운 삶의 기준이 되고 있을까? 진학능력이 없는 자녀를 무조건 대학에 넣기 위해 부르는 것이 값인 고액과외와 부정입학을 시키고, 몇 천 만원의 기부금을 내고 교사 자리를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건강한 삶의 기준이 붕괴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몇 백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들먹여지는 대형 금융사건, 사기사건, 금품수수 그리고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기술개발과 시설확충에 투자를 해야 할 기업들이 자금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불건전한 투기로 경제기반을 흔들어 놓는 사건들은 한푼 두푼 아껴 저축해 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건전한 가치관을 크게 무너뜨리고 있다. 해외여행 빈도수가 가장 많은 직업이 무직이라는 통계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보여주고 어느 날 갑자기 졸부가 되어 보통사람이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은 몇 십 년이 지나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자조의 쓴 웃음을 짓게 한다.

근로자들은 어제까지의 성실한 일상을 포기하고 한숨을 쉬며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방황한다. 원칙을 준수하고 법규를 지키며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은 융통성이 없는 바보로 취급받고 변칙이 원칙을 비웃고 무리(無理)가 순리를 앞서는 사회에서 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져 가고 있다. 법의 그물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탈법을 하기도 하고 눈치껏 원칙을 벗어나기도 하며 땅을 사서 투기도 할 줄 아는 사람이 현대를 가장 유능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에서, 성실한 사람들은 정직한 근로의 대가가 초라하게 느껴져 의욕을 잃어버리고 무력증에 빠지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기존의 가치들을 무시하는 사회에서 충효, 인류에 대한 봉사, 이웃사랑, 이념 등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미래를 생각하고 후손들을 생각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자연을 보조해 나가기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식품들을 만들어내고, 깊은 밤 몰래 폐수를 바다에 쏟아 넣는다.

돈이야말로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 외치면서 쫒아갈 때는 아름다운 미래가 준비되어 있는 듯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랑, 정을 잃어가면서 항상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함이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공허함은 자신이 삶의 주체임을 망각하고 어떤 한 대상에 대해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광신열풍을 종종 낳는다.
1992년 10월 28일 휴거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며 가정도, 직장도, 학교도 다 버리는 광신도들의 모습에 일반 사람들은 처음엔 경악했고 28일 이후 그들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에 ‘무엇이 그들을 저렇게 매달리게 하였을까’ 하는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그 광신도의 상당 부분이 아직 사리판단이 분명치 않는 10대들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들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들의 미래를 책임진 10대들을 기성세대는 어디로 인도하고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하게 만들었다.

“젊었을 때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은 정말 말 그대로 옛말이 되어버렸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애써 땀흘려가며 산에 오르려 하지 않는다. 부모들이 마련해준 헬리콥터로 쉽게 산의 정상에 내려앉고자 한다. 헬리콥터를 마련해줄 여유가 없어 무능한 부모가 된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이 뒤처지고 따돌림 받을 것이 걱정되어 돈이 없음을 한탄한다. 자식 생일에 유치원 꼬마 애들을 초대해도 “너희 집 몇 평이니?” 하는 질문이 애들 사이에 오고가는 것을 보며 돈 없는 부모는 자식 키우기도 어려운 사회라고 한숨을 짓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부정과 결탁하지 않는 청빈한 삶, 학처럼 깨끗하고 고고한 삶을 이상으로 삼고, 자기재산도 이웃을 생각하며 쓰던 우리 조상들의 삶은 과연 흔적 없이 사라졌는가? 정신이 물질의 노예가 된 사회는 꿈이 없는 사회다. 한숨과 자조만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내일이 없는 캄캄한 사회일 뿐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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