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으로 만들어낸 예술과 사유의 공간

 

형광등빛에 의해 공간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환영을 만들어낸 사유의 공간이 있다.

348개의 초록색 형광등으로 이어진 40m길이의 일명 ‘녹색 장벽’으로 불리는 긴 벽, 그 빛을 따라 걷다보면 시간도 공간도 모두 사라진다. 미니멀리즘의 거장 댄 플래빈(Dan Flavin)의 작품 '무제- 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1973‘ 이다. 이 작품은 58cm 정방형의 형광등 348개가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빛에 의해 공간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환영을 만들어낸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 7층에 롯데뮤지엄(Lotte Museum of Art)이 개관됐다. 지하철 잠실역에서 내리면 방향을 잡을 수 없으리만치 엄청나게 넓고 큰 규모가 롯데왕국임을 절감한다. 롯데뮤지엄은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의 벽을 낮추고 전 세계 예술의 흐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역동적인 예술 문화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문을 연 미술관이다.

롯데뮤지엄은 개관 첫 전시로 1963년부터 1974년까지 댄 플래빈의 초기작품 14점을 선보이는 ‘댄 플래빈, 위대한 빛’(2019. 1.26~ 4. 8)전시를 열고 있다. 댄 플래빈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흔하게 접하는 형광등을 소재로 단순하면서도 형광등 빛으로 공간을 변화시키는 작품을 설치해 관람자로 하여금 그 공간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댄 플래빈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형광등이라는 특정 소재를 사용하여 빛을 통해 변화되는 시공간을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창조했다. 마르셀 뒤샹의 영향을 받은 댄 플래빈은 산업사회의 재료, 기성품을 대변하는 형광등을 하나의 발견된 오브제로 예술에 도입했으며 이것은 미니멀리즘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완성되었다.

댄 플래빈이 선택한 형광등은 규격화되고 산업화된 사회를 반영함과 동시에 지적이면서 신비로운 빛으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빛을 통해 회화와 조각의 영역을 넘어 공간을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그의 작품들은 현대미술은 물론 음악·건축·삶의 방식에까지 혁명적인 의식의 변화를 가져와 우리의 삶과 예술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플래빈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53년부터 미 공군에 입대, 이듬해에 한국 오산의 제5공군사령부에서 기상정보를 수집하는 기상병으로 근무했다. 이후 뉴욕으로 돌아간 그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1961년 뉴욕의 저드슨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며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개척했다.

댄 플래빈은 ‘1963년 5월 25일의 사선’을 발표하며, 이때부터 그는 오직 형광등만을 사용하는 작품에 주력한다. 플래빈은 형광등을 활용해 작품이 놓인 공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래빈에게 전시장은 단순히 작품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가 되어, 관람객은 플래빈의 작품을 단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롯데뮤지엄이 잠실지역을 뛰어넘어 우리나라 문화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바라며.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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