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17.시경의 금슬상화와 중용의 등고자비

 

흔히들 부부의 사이가 다정해 보일 때 “금슬(琴瑟)이 좋다”라는 표현을 한다. 이렇게 부부지간의 정답고 화목한 지경을 일러 ‘금슬상화’라 한다. 요즘은 부부간에 백년가약을 맺고도 백년은커녕 몇 년도 못살고 이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이혼율 기록이 전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하니 이는 실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뜻에서 오늘의 [최기영의 세상이야기]는 부부애를 뜻하는 ‘금슬’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금슬상화(琴瑟相和)는 ‘거문고 금(琴)’자와 ‘큰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보통의 거문고와 큰 거문고가 서로 화음이 잘 어울려 연주되는 것처럼 서로 사이가 좋은 부부를 가리킨다.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을 나타내는 뜻의 사자성어 금슬지락(琴瑟之樂)과 같은 뜻으로,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詩經)》에서 유래한 말이다.

아내와 자식이 화합하는 것이 / 妻子好合(처자호합)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과 같으며 / 如鼓琴瑟(여고슬금)
형제가 모두 화합하여 / 兄弟旣翕(형제기흡)
화락하고 즐겁다 / 和樂且眈(화락차탐)
너의 집안을 화목케 하며 / 宣爾室家(선이실가)
너의 처자가 즐거우리라 / 樂爾妻子(락이처자)

위에 소개한 시는 유교의 경전이자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시경(詩經)》 소아(小雅) 상체편(常棣篇)에 나오는 시(詩)인데, 공자는 이 시를 읽고서 “그 집 부모는 참 안락하시겠다 / 父母其順矣乎(부모기순의호)”라고 하였다.

공자가 이런 표현을 한 것은 가족 간의 화목이 이루어져 집안의 근본이 되었기 때문이니, 이는 ‘등고자비(登高自卑)’의 뜻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등고자비는 중용에 나오는 말로 登高自卑 行遠自邇(등고자비 행원자이) 즉, 높은 곳을 오를 때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하고, 먼 곳을 갈 때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관저편(關雎篇)에는 “요조한 숙녀를 금슬로써 벗한다. / 窈窕淑女 琴瑟友之(요조숙녀 금슬우지)”라고 했다. 조용하고 얌전한 처녀를 아내로 맞아 거문고를 켜며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부부간의 정을 금슬로써 표현하게 되었고 부부간의 금슬이 좋은 것을 ‘금슬상화’라는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들쭉날쭉한 마름풀을 / 參差荇茶(참차행차)
좌우로 헤치며 캐는 구나 / 左右采之(좌우채지)
얌전하고 정숙한 숙녀를 / 窈窕淑女(요조숙녀)
거문고와 비파처럼 벗하고 싶다 / 琴瑟友之(금슬우지)


이어서 경남 진주 땅으로부터 오래토록 구비전승해온 조선시대의 참다운 부부애가 담긴 설화를 한 편 소개해 보기로 한다.

『 옛날 아주 먼 옛날, 진주 땅에 부부 금슬이 지극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의 성은 안 씨인데,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여 오랜 세월 동안 관직 생활을 하여 벼슬이 마침내 정이품 품계의 정헌대부(正憲大夫)에까지 이르렀다.

부부의 사랑이 너무도 각별하여 한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을 만큼 가까웠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이들 부부에게 “강산은 변할지언정 부부의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기대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안 씨 부부의 사랑도 나날이 깊어만 갔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가 없는 법. 남편이 예순 살을 넘기면서 덜컥 병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내는 사방팔방을 다니며 좋다는 약을 수소문하고, 백방으로 다니면서 의원을 초청하여 치료를 해보았지만 아무 보람도 없이 남편은 끝내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편이 마지막 숨을 거두려는 찰나, 아내는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 흐르는 피를 남편의 입속으로 흘려 넣었다. 역사의 고서(古書)에 손가락을 잘랐다는 단지(斷指)의 기록은 여럿 있으나 직접 그것을 실행하기는 어려운 일인데도 안 씨 부인은 서슴없이 행했다.

아내의 이러한 애틋한 정성도 별 소용없이 남편은 끝내 숨을 거두었고, 아내는 그 자리에서 마치 하늘이 무너진 듯 오열하였다. 이윽고 주위의 친척들이 찾아와 망자의 시신 곁에서 슬퍼하고 있을 무렵 아내는 주위의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 몰래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는 양잿물을 마시고, 그 자리에서 남편의 뒤를 따랐다.

주변 사람들이 부인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감동해 두려워하였고, 안 씨 부부를 흠모해 마지않았다. 평소 부부가 한 평생 주위의 부러움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다가 삶의 마지막 순간 역시 운명을 함께 하여 그 사랑이 진실이었음을 증명하였던 것이다.

그 후 안 씨 부부의 장례는 한 날 한 시에 치러졌고, 죽음을 함께 한 애틋한 부부애를 기리는 뜻에서 합장을 하였다. 저승길을 혼자 외로이 갈 남편의 뒤를 부인은 따랐던 것이다. 』

우리는 이따금씩 가장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산다. 참으로 묘한 것은 밉다고 생각하면 경국지색의 양귀비도 미워보이고, 곱다고 생각하면 시래기뭉치같은 사람도 양귀비처럼 보인다. 이해와 오해는 모양은 비슷한 단어이지만 뜻은 완전히 반대 방향이다. 그래서 서로가 늘 이해하는 마음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면 집안에 화목이 찾아오고 그것이 바로 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한 끼에 수백만원씩 하는 호화스런 음식을 먹어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그것은 행복하다고 느끼며 먹는 수천원짜리의 음식만도 못한 것이 아닐까. 스스로가 느끼기에 따라서 행불행이 정해 있는 것이다.
만일 내 가정에 해소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해 보라. 그럼에도 바뀌어지는 것이 없다면 그렇다고 곧바로 실망하지 말고 또 다시 한 번 더 노력해 보라. 그럼에도 또 변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모든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리어라. 대체적으로 생기는 부부간의 갈등의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다. 내 모습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상대에게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크고 작음을 떠나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갈등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삶의 진리이다.

근자의 대한민국 사회는 급속도로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쉽게 익숙해지기 힘들만치의 대량 외국문화의 도입으로 인하여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수백 년 동안 남성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억압되었던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연스레 사회 전반으로 진출하여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전처럼 이제 집에서 애나 낳고 기르며 살림이나 하는 식의 인생을 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남자들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며칠전은 우리민족의 큰 명절인 구정이었는데, 과거같으면 대부분의 집에서는 제사를 모시는 집을 기준으로 먼 타지에 사는 친인척들이 모여 분주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은 음식점들이 저마다 문을 닫아 밥 사먹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구정 당일날 문을 여는 음식점들이 많은 것을 넘어 가족단위 손님들로 북적인다. 필자의 주변을 봐도 오히려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명절음식을 장만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었던 과거하고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로인해 구정 이후 이혼신청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다시 한 번 언급하건데 현명한 남성들이면 변해야 한다. 자존심 세우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

< 2018.02.22.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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