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 작품을 폐기한 해운대 구청의 사후책을 주목한다

 

‘본 작품은 작가의 요구에 따라 자연적인 현상에 의한 부식 및 변질되는 상태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송파구 올림픽공원 조각공원에 설치된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위장지(Impersonation Station)’ 에는 이러한 설명이 붙어있다.

내가 소미미술관 관장으로 일하던 2010년 10월. 수수한 차림의 나이든 외국인과 그를 안내하는 한국인이 소마미술관을 찾았다. 창원에서 열리는 ‘2010 문신 국제조각심포지움’에 참석한 뒤 올림픽조각공원에 있는 작품을 보려고 찾아온 그가 대형작품 ‘위장지’의 세계적인 조각가 데니스 오펜하임이다. 조각공원 담당자와 책임큐레이터의 안내로 잘 조성된 조각공원에 자리 잡은 ‘위장지’를 둘러보고는, 작품의 푸른색 부분 수정을 요구하고 떠난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몇 달 후 2011년 1월 오펜하임은 뉴욕에서 타계하였다.

서울 올림픽조각공원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하여 올림픽공원에 1,2차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과 국제야외조각대전을 통해 조성되었다. 오펜하임은 1988년 서울 올림픽조각공원에 ‘위장지’를 설치하면서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오펜하임은 조각과 건축이 결합된 대형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모색하는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개념미술작가다.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세계적 미술의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 무단 철거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자 부산 해운대구청은 “작품을 무단철거한 데 대해 오펜하임 유족과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해운대 구청장은 사과문에서 "이번 일은 행정기관으로서 민원 해결에만 급급하다 보니 예술 작품에 대한 상식적인 절차를 소홀히 해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 유족과 미술계, 문화계 관계자들의 상처를 조속히 치유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꽃의 내부' 철거 논란과 관련해 데니스 오펜하임의 부인이자 데니스 오펜하임 재단 책임자에이미 오펜하임(Amy Oppenheim)은 “오펜하임의 모든 작품과 그에 관련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내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것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데니스 오펜하임과 수십 년 동안 함께 일하며 전 세계에 수백여 작품을 제작했고,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이다. '꽃의 내부'의 저작권은 현재 데니스 오펜하임 재단이 갖고 있고, 현행 세계 저작권 협약에 따르면 작가의 저작권은 사후 70년까지 보호된다.

에이미 오펜하임은 "데니스 오펜하임은 한국 사회와 문화를 사랑했다"며 "그가 살아있다면 80세가 되는 해에 접한 이번 뉴스는 아주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1월 21일은 오펜하임의 80번째 생일이다. 에이미 오펜하임은 해운대구청이 본인과 재단 측에 철거에 대한 어떤 협의도 없었음을 밝혔다. 그는 "오펜하임의 작품에 대한 법적 권한은 데니스 오펜하임 재단에 있다"며 "'꽃의 내부' 복원 등의 절차는 재단 승인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부식되고, 시간의 흐름으로 변화됨까지 작품으로 아우르고자했던 데니스 오펜하임이 올림픽 조각공원으로 걸어가던 뒷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미 폐기 처리된 ‘꽃의 내부’가 어떻게 수습될지 전 세계 미술인들과 미술 애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제발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다운 수습책으로 세계미술계에 오점이 남지 않기를 바라며.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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