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술작가 작품 고철로 버려지다

 

지난주 17일 오후. 오펜하임(Dennis Oppenheim)의 설치작품이 고철로 폐기 되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격앙을 금치 못한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되었던 세계적 설치미술의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1938~2011)의 작품 '꽃의 내부'를 부산 해운대구청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뒤 고철·폐기물로 버린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구청 관광시설사업소는 지난달 11일부터 17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 있던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을 철거하여 작품에 있던 철골 구조는 고철로, 플라스틱 등은 폐기물로 처리했다.

이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국제공모를 거쳐 2010년 12월부터 3개월여 공사 끝에 완공된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꽃의 내부' 로 가로 8.5m, 세로 8m, 높이 6m의 작품이다. 오펜하임은 작품 완성을 목전에 두고 2011년 1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꽃의 내부'는 그의 유작이 됐다. 2011년 3월 열린 완공식에는 오펜하임의 유족이 참석해 작품을 둘러보기도 했다.

2011년 3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설치한 이 꽃은 워낙 커서 안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기도 하며, 커다란 꽃잎과 잎맥은 밤이 되면 황홀한 형광색깔로 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왔으며, 해운대 해수욕장의 포토존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곳곳이 파손되고 녹이 스는데도 아무런 보수작업 없이 방치되어 왔다. 특히 2016년 10월에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어 작품 곳곳이 손상되기까지 했다.

해운대구청은 "주민들로부터 철거해 달라는 민원 요청이 수차례 있었으며, 지난해 2월 부산미술협회와 현장을 둘러봤고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와 통화도 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 부산비엔날레 측과의 통화 당시 '작품 소유권은 해운대구에 있다'는 답변을 들어 철거 때 별도로 철거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구청은 작품 철거 당시 이 사실을 작가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는 비단 부산만이 아니고 공공기관의 미술작품을 대하는 현주소를 보여 준 비극이다. 세계적 작가의 작품이 고철로 팔려 나간 것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술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철거는 사실상 유작을 남긴 데니스 오펜하임에 대한 문화적 테러"며 "공공 미술품에 대한 명확한 관리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같은 사건은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미술인들이나 미술단체들과 문화 관광부는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술품 관리 제도를 만드는 일을 서둘러야한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구입할 때 순간의 욕심보다는 구입한 작품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를 생각하여 작품의 크기나 작품재료의 선정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대형작품의 선호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가 왔음을 이번 ‘꽃의 내부’ 폐기를 보면서 절실히 느낀다.

곧 세계 미술계에 이 사실이 알려질 텐데 우리는 어디에 얼굴을 파묻을까?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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