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한물간 복서에게 덜컥 생겨버린(?) ‘서전트증후군’ 동생과의 불편한 동거?

 

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혼자 웃음 지을 때가 종종 있다.
주로 승객이 많지 않은 시간인데 그렇다고 도청하듯이 남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웃는 것도 아니고 관음증 환자처럼 몰래 승객들을 엿보다 웃는 것은 더욱 아니다. 필자의 맞은 편 자리나 가까운 주변에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승차한 부모가 눈에 띠었는데 “씨도둑 못 한다”는 옛말과 같이 똑같이 닮았을 때 웃음이 나와 고개를 숙이고 만다. 특히 아빠 닮은 아들, 엄마 닮은 딸 또는 그 반대일 경우 처럼 공평하게 닮았거나 아이들의 얼굴에서 부모의 어느 한 부분을 완벽히 옮겨 놓은 듯이 빼다 박았다(?)고 느꼈을 때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으면 안 되겠는가 묻고 싶을 지경이다. 더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똑같이 생긴 손자, 손녀와 같이 지나가는 광경을 보게 됐을 때는 결례인줄 알면서도 눈길을 떼지 못하고 연신의 웃어가며 쳐다보게 된다.
이렇듯 닮은 얼굴을 한 가족들끼리도 티격태격 다투기 일쑤이며, 심한 가족은 아예 인연을 끊고 살자며 서로 발도 들이지 않는 일이 적잖이 있는 판에, 어디 한군데 비슷한 곳조차 없는 동생이 난데없이 생겼다면 어떻겠는가?

최성현 감독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소한 것들이 가장 중요하고 사소한 것으로 인해 큰 분노도 생기고 큰 사랑도 생기게 된다.”며 작품 <그것만이 내 사랑>을 연출한 계기가 되었다며 두 형제의 이야기를 일상 속에서 풀어내며 짙은 감동으로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게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 ‘조하’는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주사/酒邪와 폭행으로 숨죽이며 살다가 학창시절로 접어들 쯤 이를 도저히 참지 못해 가정을 포기하고 나가버린 무정한 엄마를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게 된다. 예민한 학창시절 가출한 엄마를 원망하며 이십여 년을 사는 동안 아버지는 교도소에 가있고, 가난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보려 권투선수가 되어 WBC 웰터급 동양챔피언까지 거머쥐었으나 38살의 나이를 먹다보니 스파링 상대로도 링에 서기 힘든 한물간 전직 복서에 불과하다. 먹고 살기 위해 낮에는 업소전단지를 돌리고 밤에는 만화방에서 새우잠을 자며 지내던 중 친구와 함께 간 식당에서 엄마와 마주치지만 맺힌 한이 풀릴 이 만무하다.
그러나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탓하며 잠이라도 편히 잘까 싶어 엄마를 따라 가보니 닮은 곳이라곤 단 한군데도 없는 낯선 동생이 있다. 라면 끓이기, 게임의 고수급에 피아노 솜씨가 뛰어나지만 불행이도 ‘서번트증후군’이 있는 ‘진태’란 녀석이다. 가장 자신 있게 하는 말은 “네!” 라는 대답 한 마디일 뿐 가까운 어느 곳도 혼자 다닐 수 없는...

<그것만이 내 세상>... 관객은 영화를 고르기 전에 줄거리를 먼저 보게 된다. 줄거리를 알고 보면 이해가 쉬울 뿐만 하니라 작품에 흥미를 느끼는 순간 엔딩까지 예견하면서, 자신의 예견이 맞을지 틀릴지 게임하듯 몰입하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영화 중반까지 원망하던 엄마와의 재회, 난생 처음 마주친 ‘서전트중후군’ 동생과의 불편한 동거, 지속되는 갈등을 웃음 섞이게 만든 그저 그런 코미디영화라고 느끼게 될 즈음인 중반부를 넘기자 예견한 것과 같이, 때로는 확연히 다르게 반전되며 관객의 감성에 툭툭 잽을 날리다 끝내 눈물을 흘릴 만큼 강한 펀치를 날린다.

<이것만이 내 세상>... 평생 가정을 버린 죄책감과 ‘서전트증후군’에 걸린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아들바보 엄마 ‘주인숙’역을 맡은 ‘윤여정’, 퇴물 복서로 세상을 헤쳐 나가려는 아들 ‘조하’역으로 카리스마를 벗어던진 ‘이병헌’,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워 천재처럼 연주하는 ‘서전트증후군’ 동생 ‘오진태’역으로 등장하는 ‘박정민’의 능청스런 연기가 멋진 트리오를 이루며 작품을 살려낸다.

세상의 모든 집안이 완벽하고 행복하다면 이는 오히려 신의 실수가 아닐까?
영화 <이것만이 내 세상>을 보는 사이, 마치 겨울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은 마음에 빗장까지 걸어놓은 듯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찬 얼굴에 눈 녹듯 따뜻한 눈물을 흘리게 할지 모른다.

- 인 승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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