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11.생활은 검소하게, 생각은 고상하게...

 

정신분석학(Freudianism)의 전문용어 중에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는 ‘자기애(自己愛)’정도로 해석되는데, 이것은 자기 보존의 본능이며 인간에게 갖추어진 것으로, 자기의 행복과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것은 타인의 복리를 자신의 복리에 종속시키는 그러한 이기주의는 아니기 때문에, 이 성향은 도덕적으로는 선도 악도 아니다. 영국의 도덕 철학자 버틀러(Joseph Butler)는 “단지 일시적인 쾌락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영속적인 만족을 바란다는 점에서, 이것을 ‘합리적 자애(合理的 自愛, rational self-love)’라 부르고, 또한 이것이 ‘양심(conscience)’과 조화를 이룬다.”고 주장하였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네케(Wiihelm Nacke)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해 죽은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를 주제로 만든 그리스 신화의 한 내용과 연관하여 1899년 나르시시즘이란 의학용어를 처음으로 명명하였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리비도(libido)의 힘이 자신의 내부로 향하는 것. 즉, 자기 자신을 사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을 일컫는다.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드는 “정상적인 발달단계에서도 자기 스스로를 사랑의 대상으로 하는 때가 얼마 동안은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어느 정도의 자기애는 일생을 통해서 지속된다. 자기애적 성격이 강한 사람은 자기 가치감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하기 쉬우며, 대인관계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다른 사람을 수단시(手段視)하는 특징적인 경향을 보인다. 어쨌든간 자기애를 의미하는 정신분석학적 용어인 ‘나르시시즘’은 그리스 신화속의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나르키소스(Narcissus)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美少年)의 이름이다. 불어로는 나르시스(Narcisse)라고 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인 오비디우스(Ovidius)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에 따르면, 보이오티아의 강의 신(神) 케피소스(Cephisus)가 일으킨 물결이 백합의 음성을 가진 님프(nymph) 리리오페(Liriope)를 감싸안아 임신을 시켰는데, 이 때 태어난 아들이 바로 나르키소스이다. 리리오페는 나르키소스를 낳자마자 테베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Teiresias)에게 아들이 오래 살 것인지를 물었는데, 테이레시아스는 “자기 자신을 모르면 오래 살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나르키소스의 빼어난 미모(美貌)에 반한 숱한 처녀들과 님프(요정)들이 구애하였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성(同性)인 아메이니아스(Ameinias)라는 한 청년이 나르키소스를 마음깊이 사랑하지만 끝끝내 거절당하고 예전에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하인을 시켜 선물로 주었던 비정한 의미의 칼을 꺼내 결국 자살하고 만다. 또한 숲과 샘의 님프 에코(Echo)도 그를 사랑하여 구애하였는데, 제우스의 아내이자 최고의 여신인 헤라(Hera)는 자신의 남편인 제우스가 요정(妖精)들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동안, 에코가 헤라에게 계속 말을 걸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하였으나, 마침내 이를 알아채고 화가 난 여신 헤라는 에코에게 귀로 들은 마지막 음절만 되풀이하고 말은 할 수 없는 형벌을 내렸다. 해서 에코는 나르키소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결국 에코는 나르키소스로부터 무시당하게 되고, 실의에 잠겨 점점 야위어가다가 몸은 없어지고 메아리만 남게 되었다.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을 거절당한 수많은 이들 가운데 하나가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Nemesis)에게 나르키소스 역시 우리랑 똑같은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 달라고 빌자, 네메시스는 이를 들어 주었다. 헬리콘산에서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는 목이 말라 샘으로 다가갔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하고 샘만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탈진하여 죽었다. 나르키소스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나르키서스(수선화, 水仙花)라고 부르게 되었다. 』

다음은 김동길교수님께서 가끔씩 특유의 세련된 영어발음으로 암송하시곤 하는 영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유명한 작품 중 <수선화(The Daffodils)> 란 제목의 아름다운 서정시이다.


『 골짜기와 산 위에 높이 떠도는 /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 다니다 / 나는 문득 떼 지어 활짝 피어 있는 /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다 / 호숫가 줄지어 늘어선 나무 아래 / 미풍에 한들한들 춤을 추는 수선화.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 A host, of golden daffodils /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은하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 별처럼 총총히 연달아 늘어서서 / 수선화는 샛강 기슭 가장자리에 / 끝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 흥겨워 춤추는 꽃송이들은 / 천 송이인지 만 송이인지 끝이 없었다.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 Along the margin of a bay /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그 옆에서 물살이 춤을 추지만 / 수선화보다야 나을 수 없어 / 이토록 즐거운 무리에 어울릴 때 / 시인의 유쾌함은 더해져 / 나는 그저 보고 또 바라볼 뿐 / 내가 정말 얻은 것을 알지 못했다.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 Out-did the sparkling leaves in glee / A Poet could not but be gay / In such a jocund company /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하염없이 있거나 시름에 잠겨 / 나 홀로 자리에 누워 있을 때 / 내 마음속에 그 모습 떠오르니 / 이는 바로 고독의 축복이리라 / 그럴 때면 내 마음은 기쁨에 넘쳐 /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춘다.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


위에 소개한 ‘수선화’란 시는 워즈워스가 자신의 여동생 도로시와 도보여행 중 스코틀랜드 호수지방의 알즈워터 호숫가에 만개한 수선화를 보고 몇 년이 지난 후 회상하며 쓴 작품으로, 《2권의 시집(Poems, in Two Volumes)》에 수록되어 있다.

영국 문학사의 낭만주의(Romanticism)의 선구자격인 윌리엄 워즈워스와 새뮤얼 콜리지(Samuel T. Coleridge)와 깊은 시적 영감의 교류를 가진다. 둘은 공저시집 《서정 가요집(Lyrical Ballads)》를 발표하여 영국 낭만주의의 중심이 된다. 범신론적 자연관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생과의 내면적 교감을 단순하고 선명한 언어로 형상화하여 ‘호반의 시인’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 두 위대한 시인들이 초석이 되어 영국의 낭만주의는 《서풍에 부치는 노래(Ode to the West Wind)》를 지은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 《나이팅게일에게 부치는 노래(Ode To a Nightingale)》를 쓴 ‘존 키츠’(John Keats),《차일드 헤럴드의 순례(Childe Harold`s Pilgrimage)》의 ‘G.G.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당대 최고의 시인들을 배출해 낸다.

워즈워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노수부의 노래(The Rime of Ancient Mariner)》, 《틴턴 수도원(Tintern Abbey)》, 《루시(Lucy)》, 《영혼불멸송(Ode:Intimations of Immortality)》, 《서곡(The Prelude)》, 《서정 가요집(Lyrical Ballads)》등이 있다.

1843년 그의 나이 73세에 윌리엄 워즈워스는 ‘영국 비평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의 뒤를 이어 영국 왕실로부터 계관시인(桂冠詩人, Poet Laureate)의 칭호를 받았다.

김동길 교수님은 당신의 홈페이지인 “Freedom Watch”의 (1146) 2011/06/20(월) -생각은 고상하게-에서 당신의 좌우명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노랫말 “생활은 검소하게, 생각은 고상하게(Plain living and high thinking)”를 인용하여 “사치와 낭비에 빠져 스스로의 명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말고, 모두들 검소하게 살면서 생각만은 고상한 그런 멋진 인생을 살아봅시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하셨다.

또, (685) 2010/03/16(화) -검소하게 떠날 수 있었더라면-에서 젊은 시절 함석헌 선생이 창간한 <씨알의 소리> 의 편집위원으로 법정스님과의 양연(良緣)을 회고하시며, “장례식은 검소하게, 간단히 치러 달라”는 법정스님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생전에 법정스님을 따르던 수많은 불교계의 관계자들이 준비한 파격적인 다비식을 보시고는 “입적한 스님의 아름답고 깨끗하던 사람됨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좋아할 처사는 아니었다고 믿습니다.”라며 필주(筆誅)하셨고, 또한 “법정의 죽음을 대하는 속인들의 처사는 반성의 여지가 많다고 느꼈습니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못내 아쉬워하시며 고인의 무소유와 상반된 우리들의 옳지 못한 행동을 거리책지(據理責之)하셨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無所有)》 中

검소한 생활 속에서 고상한 생각이 나오고, 고상한 생각 없이는 검소한 생활을 하기 어렵다. 사부 언필칭(言必稱), “생활은 검소하게, 생각은 고상하게(Plain living and high thinking)”

< 2017.12.28.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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