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는 서서 쉬어라

 

부하를 신바람 나게 만들려면 관리자는 자신이 스스로 먼저 신명난 춤을 추어야 한다. 소극적인 관리자 밑에 적극적인 부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관리자 밑에는 유능한 인재가 육성되며 어떤 부하도 따라오게 되어있다. 어떤 조직이든지 조직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여 성공하기까지에는 신바람 나서 뛰었던 훌륭한 리더들이 반드시 있었다.
잘 알려진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도 솔선수범의 본을 보인 탁월한 덕장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간언에 의해 옥에 갇혀 있다가 호남의 거진방법의 특명을 받고 임지로 떠날 때 권율장군은 자신의 집도 들리지 않고 그 길로 전선을 향했다. “어찌 그렇게 떠나십니까?”하고 묻는 승정원 당직인 이항복(권율의 사위)의 말에 권율은 “내 사사로운 일을 공직에 앞서보면서 어찌 생사를 가름하는 싸움터에서 부하를 통솔할 수 있겠느냐?”고 대답했다.
올바른 부하 통솔의 원칙이 아닐 수 없다. 사사로운 욕구를 참으면서 부하보다 더 많이 일함으로써 부하의 일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관리자의 할 일이다. 리더십에 관해서만은 서구사회에서도 배워야 할 점이 있다.
미국사회에서는 직위가 높을수록 일을 많이 한다. 평사원보다는 계장이, 계장보다는 과장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상례이다. 이런 상황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혹은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다. 부하직원은 오후 5시에 퇴근시키지만 상사는 일을 끝내놓고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상식화 되어있다. 우리의 솔선수범이라는 동양적 윤리관과 상통한다. 심지어 타이피스트까지 퇴근시켜 놓고 다음날 회의에 임하기 위한 타이핑을 하는 상급자도 많다. 부하들을 붙들어 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 자신이 앞장서서 열심히 일을 한다. 관리자가 이런 자세일 때 부하는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일과가 끝난 후에도 억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성을 의식해서 일하는 적극적인 풍토가 자연히 일어나게 된다.
잘 알려진 대로 포철신화를 이룩한 주역, 박태준 명예회장도 자신의 집안일보다 ‘제철보국’이라는 공인(公人)으로서의 임무완수에 모든 젊음을 바쳤다. 한 번도 가족들과 오순도순 편안히 앉아서 쉬어보지 못한 솔선수범의 실천자였다. 신종 이산가족이란 말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출옥 후 자신의 집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전선을 향한 권율 장군과 다를 바 없다. 세계3위의 제철소를 건설할 때까지 제철소 현장에서만 살았다. 오직 투철한 사명감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제철보국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당대의 훌륭한 지도자상을 보여줬다.
이와 같은 박회장의 솔선수범의 지도이념은 지금까지 포철 전 간부의 마음 깊숙이 새겨져 있다. 포항제철은 과거 어려운 경영상황 하에서도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최고 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철통같은 단결력으로 회사를 굳건히 키워온 모범적인 기업이다. 포항제철의 4반세기 역사가운데 회사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꼭 소개하고 싶은 한 분이 있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끝까지 회사업무에 참여하다가 결국에는 고인이 된 김준영 이사이다.
고인이 포철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회사 창립 초기인 70년 2월1일이었다. 입사 이후 공작정비공장에서부터 근무하기 시작하여 80년 1월 10일 상무이사에 이르기까지 투철한 사명감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포항제철에 전 생을 바친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는 언제나 아침 출근과 동시에 작업지시를 내리고, 저녁에 아무리 늦더라도 꼭 확인을 하고야 퇴근을 했다. 그러기에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아홉시나 열시가 되어서야 퇴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퇴근 시에는 같이 남아있는 부하직원들을 자신의 승용차로 몇 번이고 태워서 퇴근을 시킨 후 제일 늦게야 회사를 나서는 그였기에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부하는 앉아서 쉬게 하고 자신은 늘 서서 쉬었다.
79년 12월 20일경, 약 2개월간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홀연히 회사에 내려와 다시금 웃음 띤 얼굴로 현장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그것이 무리가 되어 재입원하게 되었다. 임종이 가까워져 말할 능력조차 거의 상실한 즈음에 종이와 펜을 들고 공장의 각설비들을 도시하여 문제점을 일일이 적어두었으나 쇠잔한 힘을 가누지 못해 글씨를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임종 직전 김이사는 포항 현장을 가봐야겠다고 자꾸만 옷을 입혀달라고 졸랐다. 주위에서 옷을 입혀주는 척하면서 다 입혔다고 하자 구두를 신겨 달라고 해서 다시 신겨주는 시늉을 했다. 몽롱한 의식 속을 헤매던 김이사는 “나는 이제 포항으로 간다.”고 하면서 다리를 들어 몇 번 걸어가는 시늉을 보이다가 그대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죽는 순간까지 마음은 현장에 가 있었고 계속 서서 쉬는 그분의 고귀한 모습은 지도자의 자세를 웅변해 주었다. 고 김준영 이사는 영원히 포철인들의 곁을 떠났지만 나보다는 남을,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해 양심이 가리키는 대로 살았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은 고인의 거룩한 정신은 2만 4천여 포스코인의 가슴 속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남아 있다.
포항제철의 창업요원으로서 25년간 몸담아온 필자도 그동안의 경험을 기초로 부하의 신바람을 어떻게 끌어 낼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관리자의 솔선수범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남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기란 힘든 일이며 더구나 직원들을 모아놓고 잘 가르치는 일이란 더욱 힘든 것임을 깨닫는다. 필자는 연수원 전임 강사들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좋은 강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항상 다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해봐도 노력의 정도가 높아지지 않아 필자 자신이 본을 보이기로 마음먹고 틈틈이 강의 소재를 모으고 설명의 논리를 세우고자 노력했다. 입과식이나 수료식 때만 나타나서 미리 정해진 축사 원고만 읽을 수도 있지만 교육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렇게 소극적일 수 없었다.
필자 스스로 포항, 광양, 서울로 신바람나게 뛸 때 부하 직원들의 행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연수원 전임강사들이 점차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교육진행에 피곤함을 잊은 채 강의준비에 골몰하는 기미를 보였다. “강의를 잘 해라!”고 말로만 떠드는 것보다 실제로 솔선수범하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가 있음을 느낀다. 이사(理事)라고, 연장자라고 해서 부하를 쉽게 움직이게 할 수는 없는 시대다. 물리적․ 외형적 조건만으로는 부하를 다스릴 수 없다. 부하를 이끄는 힘을 스스로 배양해야 한다. 리더십이란 관리자 스스로 부하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이다. 부하는 앉아서 쉬게 하고 관리자는 서서 쉬어라! 그렇게 될 때 부하는 관리자 당신을 따를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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