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드라마 발레 ‘오네긴’

 

평생 몸으로 그림을 그려온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스타 황혜민(39), 엄재용(38)부부가 함께 은퇴한다.

2000~ , 2002~2017 숫자가 그려진 발은 마치 청동조각과 같다. 발바닥은 다 갈라졌고 발톱은 부서질 듯 으스러졌다. 2주전 일요일. 중앙sunday를 펼치면서 내 눈을 정지시킨 가슴 뭉클한 사진을 보면서 단숨에 기사를 읽어 내려간다. 지난 15년간 1000회가 넘는 공연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던 커플 황혜민과 엄재용의 은퇴 고별공연 ‘오네긴’을 곧바로 예약한다.

봄 아지랑이가 자욱한 봄날을 연상하는 담백한 무대에는 싱그러운 녹색의 가늘고 높은 나무 5그루가 서있다. 무용수들의 파스텔 톤 아름다운 의상이 출렁이며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엿가락이 휘어지듯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유연한 무용수들의 몸짓은 하늘을 떼 지어 날고 있는 나비를 보는 것 같아 객석의 관람객들도 함께 무대 위를 날고 있는 듯 착각을 한다.

지난 2013년 공연 이후 ‘다시 보고 싶은 명작’으로 손꼽혀온 ‘오네긴’이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스타 무용수 부부 황혜민과 엄재용이 드라마 발레 ‘오네긴’으로 관객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작품이다. 또한 발레리나 강수진이 지난해 7월22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고별무대에서 ‘오네긴’의 타티아나로 토슈즈를 벗은 작품이기도하다.

‘오네긴’은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1831) 원작으로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드라마 발레다. 독창적이면서 아름다운 동작과 섬세한 연기력을 함께 요구한다는 점에서 세계적 무용수들의 은퇴작으로 자주 공연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으로 존 크랑코 안무, 쿨트 하인즈 스톨제가 편곡을 했다.

‘무용계의 셰익스피어’로 불린 노베르에 의해 낭만 발레, 고전 발레가 나왔다면, 크랑코는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드라마 발레’를 확립했다. 크랑코는 자신만의 독특한 안무 스타일을 구축해 독일 발레의 발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안무는 극적인 스토리텔링과 인간의 내면 심리를 춤 위에 정교하게 풀어낸다. 특히 ‘오네긴’은 “20세기 드라마 발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1965년 4월 13일 초연된 ‘오네긴’은 곧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이 됐다. 특히 1969년 미국 순회공연 당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갈채를 받으며 독일의 지방 발레단이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지명도를 단숨에 국제적으로 끌어올렸다. 크랑코는 1973년 6월 성공적으로 끝난 두 번째 뉴욕 공연 직후 독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45세로 요절하였다.

’오네긴’은 주인공은 물론이고 30여명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섬세한 표정과 아름다운 몸짓, 유연한 동작은 마치 해외 유명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미니멀한 무대디자인에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무대의상들과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수준 높은 관객들의 메너에 우리가 성큼 문화 선진국에 와 있음을 절감한다.

커튼이 닫힌 뒤에도 관객들은 몇 번이나 박수와 환호로 무용수들을 불러낸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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