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06.단종이야기

 

천만리 머나먼길 고운님 여의옵고
내마음 둘데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물도 내안같아야 울어밤길 예놋다

왕방연이 세조의 명을 받고 단종의 처절한 죽음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잠시 냇가에 걸터앉아 지은 시조인데, 내 국민학교 시절 시인이신 내 아버지께서는 조선왕조 오백년 역사 중 가장 슬펐던 단종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을 즐기셨다. 당시 아버지께 배웠던 이 구슬픈 시조를 외워 쓰며 그때의 행복했던 나날을 회상해 보았다.

귀촉도ㆍ자규ㆍ두백ㆍ불여귀ㆍ촉혼ㆍ망제ㆍ원조ㆍ촉백ㆍ임금새ㆍ접동새ㆍ주각제금ㆍ두우ㆍ두혼ㆍ사귀조ㆍ망제혼ㆍ시조ㆍ촉조ㆍ주연ㆍ소쩍새...모두 다 두견새를 달리 지칭하는 이름들인데, 천연기념물 제 447호로 지정ㆍ보호하고 있는 뻐꾸기과의 여름철새인 이 두견새는 뻐꾸기 특유의 종족번식 방법인 ‘탁란(托卵)’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탁란이란, 스스로 알을 품어 부화시키지 않고 휘파람새 등의 다른 둥지에 알을 낳고 사라지면 둥지의 주인(휘파람새)은 자신의 알과 혼동하여 제 새끼로 인지하고 열심히 품어 포란을 한다. 보통 뻐꾸기과의 새들이 휘파람새보다 월등히 큰데, 부화된 뻐꾸기새끼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둥지의 주인이자 경쟁자인 휘파람새의 새끼들을 제치고 먹이를 독차지한다. 그도 모자라 심지어는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만다. 이것이 이른바 탁란인 것이다.

환경의 변화 혹은 여타의 이유로 인해 최근 휘파람새의 개체수가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어 휘파람새를 이용해 탁란으로 종족을 번식하는 두견새의 개체수도 현저히 따라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두견새를 정확하게 구분짓자면 소쩍새(천연기념물 제 324-6호)와는 엄연히 다른 종인데 옛 시인들에게는 이 두 종류의 울음소리가 모두 다 너무도 구슬프고 처량하다 해서 대개는 같은 의미의 시구(詩句)나 시제(詩題)로 사용했다.

오늘의 칼럼은 두견새에 관한 이야기들로 엮어볼까 한다.

두견새에 얽힌 설화는 여기저기 참 많기도한데, 그중 중국 전한 말의 양웅이 지은《촉왕본기(蜀王本紀)》와 동진의 상거가 지은《화양국지(華陽國志)》촉지(蜀志)에는 촉(蜀)나라의 임금 망제(望帝)의 혼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두견새의 슬픈 전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 중국 촉나라에 이름은 두우(杜宇), 제호는 망제(望帝)라고 불린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망제가 문산이라는 산 밑을 지날 때 산 밑을 흐르는 강에 빠져 죽은 시체 하나가 떠내려 거꾸로 거슬러 올라오더니 망제 앞에서 눈을 번쩍 뜨고 살아나는 것이었다.

망제가 놀라서 그에게 물으니 “저는 형주땅에 사는 별령이란 자로 강에 나왔다가 잘못해서 물에 빠졌는데, 어찌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여기까지 왔는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망제는 하늘이 자신에게 어진 사람을 보내 준 것이라고 여기고 별령에게 집과 벼슬을 내리고 혼인도 시켜주었다. 망제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약했다. 정승자리에 오른 별령은 은연중 불측한 마음을 품고 대신과 내관들을 모두 자기의 심복으로 만든 다음 정권을 제 마음대로 휘둘렀다.

때마침 별령에게는 천하절색인 딸이 있었는데, 별령은 이 딸을 망제에게 바쳤다. 망제는 크게 기뻐하여 국사를 모두 장인에게 맡기고 밤낮으로 소일(消日)하며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그사이 별령은 여러 대신들과 짜고 망제를 나라 밖으로 몰아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다.

졸지에 나라를 빼앗기고 타국으로 쫓겨난 망제는 촉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며 온종일 울기만 했다. 결국 망제는 울다가 지쳐서 죽었는데, 한 맺힌 그의 영혼은 두견이라는 새가 되어 밤마다 “불여귀거(不如歸去)”를 부르짖으며 구슬피 울었다고 한다.

훗날 사람들은 이 두견새를 망제의 죽은 넋이 화한 새라 하여 ‘촉혼(蜀魂)’이라 불렀으며, 원조ㆍ두우ㆍ귀촉도ㆍ망제혼 등으로도 불렀다고 한다.』

두견새의 울음소리에 얽힌 슬픈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여럿 전해지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로는 단연 비운의 조선 제 6대 왕인 단종의 이야기를 꼽아야 마땅할 것이다.

병약했던 아버지 문종이 39세의 젊은 나이로 승하할 때(독살설도 있음) 단종의 나이는 고작 12세였다. 어린 임금이 나라를 다스림에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는 실권을 장악하고 심지어는 왕의 인사권까지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황표정사黃票政事)란 이야기도 이때 나온 말이다. 약화된 왕권은 결국 그의 숙부인 수양대군이 왕위 찬탈을 위한 반대파의 숙청사건인 계유정난을 일으키게 하는 배경이 되었고 왕위를 빼앗은 수양대군(세조)은 상왕인 조카 단종을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시키고 머나먼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淸泠浦)란 곳으로 유배를 보낸다.

단종은 유배지 청령포에서 하 처량하고 슬픈 자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관풍헌(觀風軒)의 자규루(子規樓)라는 누각에 홀로 앉아 두견새의 슬픈 울음소리에 자신을 견주며 지은 시가 이른바 자규시인데, 그 내용이 하도 슬퍼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비운의 어린 임금 단종을 기억하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一自怨禽出帝宮 / 일자원금출제궁 /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으로 부터 나온 뒤
孤身雙影碧山中 / 고신쌍영벽산중 /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
暇眠夜夜眠無假 / 가면야야면무가 /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窮限年年恨不窮 / 궁한년년한불궁 /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聲斷曉岑殘月白 / 성단효잠잔월백 / 두견새 소리 끊어진 새벽 묏부리엔 달빛만 희고
血淚春谷落花紅 / 혈루춘곡낙화홍 / 피 뿌린 듯 봄 골짜기에 지는 꽃만 붉구나.
天聾尙未聞哀訴 / 천롱상미문애소 /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슬픈 이 하소연 어이 못 듣고
何柰愁人耳獨聰 / 하내수인이독총 / 어찌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가

수양이 한명회ㆍ권남ㆍ홍달손 등을 불러 왕위의 찬탈을 획책하자 “하나의 하늘 아래 절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충신들은 단종복위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김질이란 놈의 밀고에 의해 발각된다. 이에 수양대군은 황보인과 김종서를 처참히 죽이고 성삼문ㆍ박팽년ㆍ이개ㆍ하위지ㆍ유응부를 잡아들여 모진 고문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굳은 절개가 절대 변할 기색이 없음을 느끼자 모두 죽였고 뜻을 같이하던 유성원은 자신의 집에서 자결을 한다. 이 여섯 명의 충신들을 일컬어 사육신(死六臣)이라 하며 오늘까지도 우국충절의 넋을 받들고 있다.

한편, 수양은 유배지로 보냈던 노산군(단종)을 완전히 처단하려고 사약을 내리니 충성스런 신하 왕방연이 청령포에 도착해 어명을 거행하려 하였으나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거행치 못하고 망설이는데 명예에 눈이 먼 공생(貢生) 복득(福得)이란 놈이 자처해 한 가닥의 활화살 줄로 단종을 교살(絞殺)함으로써(병자록 기준) 1457년 가을 단종은 열일곱이라는 꽃다운 나이로 숨을 거뒀다.

어쩌면 지금도 청령포 부근의 어디에선가 단종의 원혼이 한 마리의 자규가 되어 오늘까지도 구슬프고 처량하게 울고 있지 않을까 싶다.

< 2017.11.09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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