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보안여관’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바뀌다

 

세월이 멈춘 것 같은 80년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붉은 벽돌집 통의동 ‘보안여관’

흙벽을 드러낸 ‘보안여관’으로 들어서면 시간의 흔적을 말해 주는 밖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지금은 투숙 할 수 없지만, 예전의 여관 모습을 간직한 작고 좁은 방에서 토종 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송호철 작가의 비디오 영상 ‘4는 88이 아니다’, 안쪽에는 김준 작가의 ‘층간-소음’이 설치돼 있다. 볏짚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벌레 소리, 바람소리가 들린다. 토종 벼가 자라는 논에서 작가가 채집한 소리는 여관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린다. 전시장은 온통 벼와 볏 집으로 가득하다.

통의동 ‘보안여관'은 현대미술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 예술의 의미를 확장시키고자하는 생활밀착형 예술시리즈를 첫 번째 프로젝트 ‘먹는 게 예술이다, 쌀’(2017.10.16.~11. 4)전시로 시작된다. ‘벼-쌀-밥’의 순환 구조를 예술가들의 감각으로 풀어낸 전시 ‘흔들리며 서서; 교감식물’을 비롯해, 토종 쌀과 밭작물을 거리에서 파는 세모아 토종 마켓, 생태인류학적 관점에서 쌀과 인류 문명의 상관관계를 풀어보는 좌담 ‘교감하는 생태와 문명’, 교육 프로그램 ‘토종 쌀과 풍토·시간·사람’이 진행된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청와대방향으로 걷다 보면 붉은색 벽돌건물에 커다랗게 ‘쌀’이라고 쓰여 있는 낡은 건물 통의동 터주대감 ‘보안여관’을 만나게 된다. 시인 서정주, 화가 이중섭 등 예술가들이 묵었던 보안여관은 2004년 폐업했지만 2010년 본래 여관의 모습을 살려둔 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그리고 2017년 7월 바로 옆에 서점·카페·갤러리가 있는 현대적인 건물 ‘보안 1942’가 개장하면서 새로운 전시공간으로서 탄생되었다. 구관과 신관은 2층에서 다리로 연결돼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일맥문화재단 이사장이자 ‘보안여관’과 ‘보안1942’을 이끌고 있는 최성우대표는 프랑스 유학 후 1992년부터 2년간 프랑스 문화부 문화정책 부문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프랑스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경험을 갖고 있는 문화예술관련 행정가다. ‘보안1942’를 전 세계 문화예술가가 먹고, 보고, 머물고, 드나드는 일상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는 “프랑스 문화부에서 연구했던 경험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싶다“고 말한다.

통의동은 청와대와 경복궁, 광화문, 영추문, 통인시장, 북악산, 인왕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다. 조선시대에는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가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유난히 예술가들이 사랑하던 곳이었다. 한 때 ‘보안여관’은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시인과 작가, 예술인들이 장기 투숙하는 공간이고, 군사독재 시절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주 고객이었고 경호원 가족의 면회 장소로 사용되어 지금도 ‘보안여관’을 청와대 기숙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은 카페, 갤러리가 있는 ‘새로운 문화의 거리 서촌’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네다.

‘보안여관’은 과거 재개발로 없어질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여관을 지켜낸 곳이다. ‘보안1942‘는 ’보안여관‘의 DNA는 지키면서 이 시대에 맞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앞으로도 이 두 공간에서 많은 예술가들과 함께 우리 시대의 문화 예술에 관한 담론, 작가들의 작품과 문화관련 행정가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여 서울의 랜드마크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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