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갸거겨...”읊조리는 소리가 옛적 훌룬부이르 스텝에 울려 퍼지고!

 

이제 그간 근 사반세기 북방유목유적현지를 답사해온 메모장들을 정리해오면서, 특히기억에 남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시베리아 최대의 타이가 동·서 사얀(鮮)산맥 투바(拓跋: Tuva)출신 오랑캐족 목민 노인이 당장의 남북이산가족 재회의 경우도 아닌 터에 생전 초면의 날 동포라며 끌어 안던 일이며, 일개 순록치기 조선사 초고를 들고 야쿠치아에 입국한 한 시골학교 훈장인 필자를 만나려고 국영방송 제작진이 달려오던 일, 가창력이 이태리인 수준으로 알려진 바이칼호 동남의 부리아드 코리족 일가동료들의 모임에서 음치수준임이 분명한 내 아리랑 열창에 그이들이 열광하던 일 등이다.

우리에게도 다소간에 그런 경향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서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이들의 열정은 더욱 더 강렬했다. 왜일까? 혹시 우리에겐 비유목지대 조선반도에 칩거해 살아내는 동안 “늑대 사냥개가 된 늑대”로 굳이 변신해 성공적으로 살아남아온 요소가 몸에 배어온 건 아닐까? 늑대(渤海: Boka)가 유목민의 상징 오랑캐를 상기케 하는 표상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이른바 동북아 역사대전쟁시대에 그이들에게 이런 우리가 마냥 겸허를 포기해도 좋을지는 모르겠다.


[그림] 동갑내기 남수랑스렝(1999년 당시 58세)은 유물 수집은 물론 각종 곤충까지 채집해온 꼼꼼한 수집가로 한글(鮮文)에 대한 애착은 실로 대단했다. 이 머나 먼벽지에서 왜일까? chuchaehyok.com에 실림


1999년 10월 10일 (일요일) 신 바라크 우기(右旗) 훌룬식당에 와서 한황과로 만든 가장 내 입맛에 맞는 오이지를 맛보다니 참 놀랍다. 시골 초등학교[천안 천동] 학생시절 어머니와 누이가 깨소금 뿌려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 반찬 맛 바로 그것이어서다. 훌룬호수의 훌룬(呼倫: Hulun)은 부이르호수의 부이르(貝爾: Buir-濊)가 남동생 숫수달이란 뜻을 갖는 데 대해 누이 암수달의 뜻을 갖는다. 모피(Fur)로는 암수달 모피보다 숫수달 모피가 훨씬 더 고급품이지만 깨소곰 뿌려 만든 오이짱아치 차리는 데는 아무래도 누이의 손맛이 더 정겹게 마련이다. 몽골의 조상제사 성지 화강암 동굴 가셴둥 언저리 오룬춘 아씨(阿西)의 손맛 돼지뼈 우린 국물에 끓인 쑥 된장국[大醬; 콩의 원산지 만주] 맛과 더불어 내 입맛을 그윽이 사로잡았다.

1992년 가을 울란바토르 거주 시에 월동준비 한다고 내몽골 산 중국오이로 몸소 담근 오이지가 몽탕 녹아 무산된, 40줄에 든 충청도 양반 사내의 첫 쓰라린 음식솜씨 발휘시도 첫 실패경험담이 떠오른다. 내몽골엔 오이도 두 종류가 있는가 보다. 여기선 김치 담글 적에 굳이 길림(吉林) 산 고춧가루를 사와서 담가야 제 맛이 나지 다른 현지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면 맛을 버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후 한국김치가 몽골시장에 유행되자 몽골사람들은 다른 중국산 고춧가루가 든 음식을 못 먹고 뱉어버리기까지 하는 걸 보았다. 한·중·일 가운데 유독 조선반도만 비유목지대인데도 유라시안 유목몽골로이드 유전자지도(B G Holt et al.이 Science 2013: 74-78에 발표한 Genetic realms and regions of the world에 실린 생명체 유전자 지도. 한국과 중·일은 명백히 차별화 된다)에 내포되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파이호(巴爾虎)로 음역(音譯)되는 바르쿠족은 호랑이 토템일 가능성이 있다. Bar가 몽골어로 범-호랑이인데 ‘쿠’는 ‘~을 가진’이란 뜻이므로 그런 가능성이 높다. 한자(漢字) 음역(音譯)에 ‘虎’자가 드는 것도 한인들의 음역(音譯)과 의역(意譯)을 동시에 추구하기를 좋아하는 음사(音寫)전통으로 보아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올콘섬 동녘 바이칼 호반 바르쿠진 분지를 따라 내려오며 범내, 범바위, 범고개와 범골과 같은 호랑이 관계 지명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2007년 경향신문 창간 60주년 기념 답사 중 7월 17일에 놀랍게도 셀렝게 강변 샤먼산 ‘게세르 100년 기념비’ 앞에서 현지 원주민에게 1905년에 마지막 호랑이가 총살되었다는 정보를 확보해 마침내 이를 확증할 수 있게 됐다. 금번 답사가 이룩한 무시할 수 없는 일대의 금자탑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곰(熊)은 사라지고 범(虎)만 판치는 조선반도(朝鮮半島)의 세태를 접하며, 그래서 차탕조선(Chaatang Choson) 시원유목태반의 맥이 끊겨가는 건 아닌가 하는 깊은 아쉬움이 남게 된다.

다소간의 비약을 용납한다면 이 일대 단군생가 가셴둥 화강암동굴의 치우 환웅을 둔 웅녀와 호녀의 사랑싸움 이야기가 바로, 북위 40도를 전후한 호랑이 북방 생태한계지대를 중심으로 이미 식량생산단계에든 레나 강 북극해권의 차탕이라는 선진 곰(熊) 토템 족이 아직도 식량채집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무르 강 태평양권의 수렵민 후진 범(虎) 토템족을 정복하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결국 부이르호반 몽골스텝에서 뜻밖에도 “가갸거겨...”를 읊조리며 어미 소가 떠도는 망아지를 찾아 울부짖는 듯한 간절함으로 우리를 향해 읍소하는 그런 말띠 동갑내기 남수랑수렝 피붙이의 맺힌 심정도 이 같은 깊고 드넓은 역사태반의 울어남이 아닐는지...그러기에 평생 심혈을 기울여 수집해온 역사정보와 유물들을 이제야 본 주인을 만났으니 돌려준다며 내게 서슴지 않고 죄다 기증했던 터였나 보다. 그럼에도 주로 비유목권인 백두대간 권을 헤매 돌던 독립투사 사가들이 그 건너편 유목지대 싱안 링을 유목사안(遊牧謝眼)을 뜨고 오간 흔적이 거의 없어 보이는 건 조선사 복원투쟁사 상의 일대 비극이라고 하겠다. 유목 주도 농경 통합 유형 동북아 유목재국(Pastoral nomadic empire)의 태반 에르구네(多勿都)-가셴둥(嘎仙洞)을 거의 직접 밟아보지 못했겠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하자이기도 한 신숙주 집안 출신인 신채호 선생이 간고한 역사투쟁역정 중에 이미 “조선-아침의 나라”설이 근거 없음을 일갈했고, 의학자이자 사학자인 최동(崔棟)교수가 「고조선태반 북만주설」(『조선상고민족사』동국문화사 1996,<장도빈 서문>)을 내놓을 만큼 지금 보아도 탁월한 시각을 제시했으며, 안중근 연극으로 부부 연을 맺어 한국인들에게도 존경받는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가 대노할 만한 훌룬부이르(Hulunbuir) 선원(鮮原: Sopka & Steppe) 유적발굴 조선상고사 사료정보를 선약을 깨고 터트린 북한 고고학자가 있을 만큼, 열강들의 각축틈바구니 와중에서도 특공대 차원의 숨은 팍스 몽골리카 기원(起源)유목태반 에르구네(多勿都)언저리 유적현장연구가 없지는않았다.

그이의 집 식탁에서 식사를 하며,그곳이 고향인 『몽골비사』 환원 3대 집안 답사 동반으로 몇 해 연상인 아 아르다잡 교수(내몽골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를 바라보며 “여기 머지않아 화석화가 진행될 살아있는 다구르족의 산 두개골이 있다”고 농담을 했다. 2003년 경 그이는 그렇게 몽골역사 복원을 위한 투쟁으로 파란만장한 집안 출신의 삶을 거두고 귀천했단다. 참으로 그이들의 그런 절절한 심정 앞에 조금만 겸허히 마음을 비우고 귀를 기울였으면 이내 들려왔올지도 몰랐을 수많은 메아리들이 있었을 수도 있었으련만. 이젠 먼먼 태평양 파도치는 쪽바다 가운데서 본향 훌룬부이르(呼倫貝爾)스텝의 바다에 남겨두고 떠나온 그리운 옛 동갑내기 친구의 강녕만을 빌어본다.


chuchaehyok.com 월요칼럼 2017. 11.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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