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탕조선, 유목몽골 뿌리를 캐다』-서평

 



‘조선(朝鮮)’은 중국말 한자가 아닌, ‘순록치기의 나라’란 토박이 한글이름이다! 이 책의 저자 주채혁 박사는 ‘朝鮮(Chao xian)’은 흔히 알려진 대로 ‘아침의 나라(Zhao xian)’란 의미가 아니고 ‘순록치기(Chaatang)의 나라’라는 나름의 견해를 밝히는 책과 논문들을 그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조선’ 명칭은 ‘Chaabog(순록)’을 치는 ‘Chaatang(순록치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란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1990년 북방 유라사아권 개방이후 20여 년간 주로 몽골-시베리아 순록·기마 양유목 유적 현지답사를 하면서 수집해온 비교적 방대한 자료를 정리한 위에, 2011년 말부터 ‘주채혁 닷컴(chuchaehyok.com)’ 월요유목몽골사칼럼에 4년간 연재된 글들의 모음이다.


[그림] 좌상은 처용탈 칼라복원 그림[李八燦 『이조복식도감』 조선문화예술총동맹출판사 1962], 우상은 엘미타쥬 미술관 소장 ‘황금마두 순록뿔탈’, 아래는 이상적인 사랑[새 생명 창조]을 이룬 여의주를 문 거북머리의 直立含珠 龜趺[보물 제489호 陜川 靈岩寺址 西龜趺 칼라 여의주 사진꾸미기; 박윤희 컴師]; 시원 Chaatang에서 騎馬 Honichin으로, 다시 龜船 Viking으로의 비약을 꿈꾸어보며, 구상해본 초벌 『차탕조선, 유목몽골의 뿌리를 캐다』의 표지그림. chuchaehyok.com에 실림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한(韓)민족은 기존 견해처럼 시원농경공동체가 아니라, 순록·양 유목태반 겨레인, 북방시원유목몽골로이드 주도 공동체였음을 논증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동북아사의 주도적인 흐름은 중국 한족 중심의 농경문명사가 아닌, 13~14세기 팍스몽골리카 체제의 구축을 지향해 치달려온 유목 주도 농경 통합문명사이며, 그 흐름은 현대에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곧 이 책은 중국과 시베리아·몽골·만주 순록~기마 양유목유적 현장등지를 수시로 문헌 및 현장답사 연구를 하며 40여 년을 ‘조선 겨레’ 연구에 매달려온 저자가 내놓은 시원유목제국 ‘조선’ 겨레의 태반과 그 문명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우선 몽골족의 직계선조 선비(鮮卑: 朝鮮의 鮮族)의 기원 동굴로 유명해진 가셴둥이 바로 곰과 호랑이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생태권역에 있어, 웅녀와 호녀가 환웅(桓雄)과의 동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겨룬 단군신화 속의 동굴 무대가 아닐까라는 데 주목한다. 또한 선비의 ‘卑’는 선족(鮮族)의 허리띠(Bus)라는 뜻이고 보면, 조선(朝鮮)겨레도 선비족처럼 선족이어서 조선과 몽골은 단군신화를 그 태반으로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저자는 고구려의 동명-주몽은 몽골어 투멘(T’umen)의 한자음으로 볼 수 있으며, 다물도(多勿都)는 ‘되물림’이라는 뜻의 이름을 갖는 오늘날의 훌룬부이르 스텝 소재 에르구네 시라고 주장한다. 주몽이 고리국(槁離國) 터로 추정되는 껀허(根河)에서 남하해 엄리대수로 추정되는 ‘이민’하를 건너 홀본(忽本)으로 볼 수 있는 ‘할힌골’ 천연요새에 입성한 후에 활의 나라-고올리칸국-고구려를 창업하는 과정을 담은 동명성왕 전설은 결국 ‘코리족(弓族)’의 순록유목→ 기마 양유목 발전과정과 똑 같은 역사적 실체를 담고 있어, 몽골과 고구려가 주몽설화를 공유하는 궁족의 분족(分族)이라고 본다. 여기에 몽골 부이르 호반의 고올리칸(弓王) 석인상과 제주도 돌하르방을 연계시켜 하르방을 ‘활의 왕(弓王:Харвах+vang)’으로 상정해본다.

또한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사신도 중 ‘현무’에 주목하면서, ‘현무신주신앙’의 핵심 내용은 암거북이가 숫거북이가 아닌 뱀을 수컷으로 삼아 서방질하고, 따라서 숫거북이는 뱀에게 마누라를 뺏긴 놈(王八蛋)이 된다는 불륜 짝짓기 사랑(新生命 創造)의 표상화로 파악한다. 그런데 현무도에서는, 거북이머리(龜頭)와 뱀머리(蛇頭)가 동일하게 표현하니, 뱀은 바로 거북이의 머리와 꼬리다. 이런 현무도의 의미는 거북이머리(龜頭)→ 용머리(龍頭)-거북꼬리(龜尾)로 표상되는 남근이 거북이 몸(龜身=龜甲)인 여근을 꿰뚫고 치솟아 오르는 황홀경의 극치를 회화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다시 곧 인간생명 창조과정의 생리 및 심정을 표상화한 짝짓기-거북놀이의 주술가(巫歌)의 가사를 낳게 되는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라는 수로왕조의 구지가(龜旨歌)나 수로부인조의 해가사(海歌詞)의 노랫말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거북신앙에 대한 고찰에서 나아가 저자는 남녀들의 짝짓기 사랑을 통해 인간은 개체생명으로 태어나며, 인간 개체생명의 창조과정인 남녀 간의 사랑을 지키는 것이 발전되어, 호국(護國)이란 ‘집단생명의 보위’로 이어진다는 데서 ‘호국룡 신앙’은 ‘거북신앙’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본다. 그 예로 저자는 숫거북이가 ‘마누라 뺏긴 놈’이라 해서 [처용가]와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고, 결국은 거북(龜)과 동해용(東海龍)의 아들 처용랑이 하나가 된다는 사실 곧 동해구=동해용이 된다는 사실에서 역신(뱀)에게 암거북이를 뺏긴 숫거북이를 표상화해 그려낸 현무신주신앙의 이어짐임을 밝힌다.

또한 저자는 차탕조선의 기원을 불함(不咸)-붉은 버드나무(紅柳)신앙과도 연결한다. 고구려 주몽의 어머니 유화 성모(柳花 聖母)는 용왕의 딸 하백녀(河伯女)인데, 그 설화의 무대인 눈강·송화강·흑룡강·두만강 물들은 다 동해로 흐른다. 때문에 하백녀 유화는 동해용왕의 딸이며, 그녀가 조선(朝鮮)의 여인이어서 조선류(朝鮮柳)인 ‘붉은가지 버드나무(紅柳)’로 상징된다. 최남선의 ‘불함문화’로도 익숙한 불함(不咸)-부르칸 신앙은 스키토·시베리안 원주민 사회에 보편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분포돼 왔는데, 투르크-몽골어로 하느님을 지칭하며, 이후에는 부처님도 그렇게 불렸다. 황금빛 햇살을 받아 타오르는 홍류(붉은가지 버드나무) 떼를 인격신화한 것이 부르칸-유화이다. 또한 ‘유화’는 ‘버들꽃’이라는 뜻의 이름 그대로 만주인들의 ‘보드마마(柳母)’ 모태회귀신앙과도 직결되는 등 동북아 초원에서 숱하게 발견된 ‘붉은가지 버드나무’의 존재에서 저자는 몽골과 고구려-고려-한민족의 ‘활겨레 분족론’을 다시금 확인한다.

저자는 몽골·고려관계에서도, 원나라 주자학을 완성시킨 북경 ‘만권당’의 기획자이자 주역인 고려계 몽골황족 충선왕의 위상을, 기황후계와 함께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욱이 원나라 소속의 고려계 몽골군벌로 성장하여 결국 궁극적으론 ‘조선’을 다시 건국한 이성계 가문과 같은 고려계 군벌로 초기에 몽골벌판을 군사-경제적으로 좌우하는 핵심 요새인 요양과 심양을 기반으로 일약 크게 성장하다 몰락한 홍복원 가문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 지금까지의 시각으로서는 낯설고 불편한 내용도 담고 있다. 결국 사상 세계사적인 가장 치명적 종속관계라 할 몽·려관계의 사슬을 최종적으로 적의 적과 연계해 결정적으로 끊어내면서 그런 세계사적인 시련 한복판 와중에서 물동이 이고 작두날 타는 조선무당인양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 적은 겨레가 작은 이 산성해도(山城海島)를 딛고 서서 금속활자, 한글과 거북선이라는 인류사적인 거대 유산을 남긴 것도 사실이었다. 무릇 세계사적인 시련이 없는 세계사적인 기여는 대체로 허상일 수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태반’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기존의 시각으로 해석된 사실들은 당연히 불편하게 재해석될 수밖에 없으며 이런 과정을 거쳐 비로소 우리 민족이 잃어버린 ‘본래의 역사태반’의 존재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역사해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기한 우리 겨레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학설들은 아직 미완의 현재진행형이다. 저자가 제시한 역사상에 동의하건 하지 않건, 이런 작업들 자체가 한민족 역사 지평의 씨줄과 날줄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2017년 ㈜ 혜안]


chuchaehyok.com 월요칼럼 2017. 10. 3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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