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인조’의 굴욕적인 삼전도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보는 그 씁쓸함...

 


추석을 하루 앞두었던 지난 10월 3일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에 자리하고 있다.
성을 쌓기는 1621년 후금後金의 침입을 막으려 시작했으나 준공치 못하다가 1624년부터 축성되어 1626년에 완공하였으니 그때가 후금의 위협이 고조되었을 때였다. ‘병자호란’을 겪으며 방어력 보충을 위하여 몇 차례 증축을 거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병자호란’은 163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조선을 침공한 청나라와 함께 벌인 전쟁으로, 후금이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조선에 압박을 가하며 새로운 군신관계를 요구하자 조정은 주화파와 척화파로 나뉘며 갈팡질팡 한다. 세자를 볼모로 잡히지 않으려는 인조 역시 당찬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백성과 군사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하루를 연명하기조차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2007년 출간되어 100쇄를 기록하며 70만부 판매기록을 올리면서 제15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남한산성 - 김훈 著」을 ‘황동혁’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김훈 작가의 소설을 읽은 황 감독은 47일 동안 남한산성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과 특히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이 첨예하기 다투는 논쟁과 대립에 큰 관심을 갖게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남한산성>... 영화의 줄거리는 병자호란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황 감독은 이조판서 ‘최명길’역에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하여 출연작품마다 대박을 친 흥행배우 ‘이병헌’을 선택하여 그를 5년 만에 사극으로 끌어들였다. 그와 함께 맞설 예조판서 ‘김상헌’역으로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자신의 캐릭터로 승부를 겨루어 온 배우 ‘김윤석’을 내세워 곧은 성품을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세자를 볼모로 보내라는 청의 압박과 비좁은 성내에 갇혀 추위와 기근까지 짓누르며 옴짝 못하게 되는 ‘인조’에는 ‘박해일’을 캐스팅하여 거친 논쟁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임금의 모습을 그려냈다. 한낱 대장장이로 전쟁 통에 온 가족을 모두 잃은 천한 신분이지만 우연히 예조판서의 눈에 들어 왕의 친필인 격서를 들고 성 밖의 근왕병들에게 전하라는 명을 받아 목숨 걸고 이를 전하려는 ‘서날쇠’역은 배우 ‘고수’가 눈넢힌 산과 빙벽을 오르며 고군분투하는 열연을 펼친다.
‘최명길’과 동문수학 하였으나 무관이 된 수어사 ‘이시백’은 기백이 넘치는 장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조선의 천민 출신의 청나라 역관 ‘정명수’로는 ‘조우진’이 등장한다.

<남한산성>... 영화의 종반부, 청나라는 ‘인조’가 죄인이라며 곤룡포를 벗고 평민의 옷을 입은 채, 남한산성문이 아닌 서문을 통하여 나오되 말에서도 내려 걸어오라는 것도 모자라 세 번 절하되 한 번 할 때마다 세 차례씩 이마를 땅바닥에 붙이며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라는 치욕적인 절차를 밟게 한다. 요즈음 북핵으로 인한 사드설치 문제로 나라 안팎이 중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와중에 이 영화를 보니 답답하기만 한 지금의 대통령과 위정자들 그리고 제각각 떠들어대는 것도 모자라 삼분오열되는 국민들이 어쩌면 그 시대의 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는 생각에 미치며 깊은 한숨에 휩싸이고 말았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원작자의 소설과 이를 영상으로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중에 또다시 이런 수치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면 안 되리라는 교훈을 뚜렷이 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인조가 죄인처럼 남한산성 서문을 나서는 것만으로 끝을 맺었더라면 수치감은 덜하지 않았을까 사족을 달아본다.

- 인 승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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