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02.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대한의 건국이념

 

엊그제는 3·1절ㆍ제헌절ㆍ광복절과 함께 대한민국 4대 국경일 중의 하나인 개천절(開天節)이었다. 하늘을 열었다는 ‘개천(開天)’은 환웅이 하늘에서 백두산의 신단수 아래로 내려온 것 혹은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고조선을 처음 건국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단기(檀紀)란, 단군기원(檀君紀元)의 줄임말로 단군이 즉위한 해인 서력기원전(西曆紀元前) 2333년을 원년으로 하는 기원을 의미한다. 올해가 단기 몇 년이 되는가의 계산은 서기 2017년에다 기원전 2333년을 합하면 된다. 따라서 올해는 단기 4350년이 되는 것이다.

10월 3일 개천절은 원래 음력으로 10월 3일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까지도 음력으로 지켜왔었다. 그러나 1949년에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양ㆍ음력 환용(換用)심의회의 심의결과 양ㆍ음력 환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와 10월 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에 따라, 1949년 10월 1일에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기존의 음력 10월 3일을 양력 10월 3일로 바꾸게 되었다.

개천절은 본래 한민족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檀君神話)’와 관련이 있다.

단군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건국신화로 원시시대부터 민간에서 구비(口碑)로 전해 내려왔으나, 가장 오래된 기록은 13세기 말 고려 충렬왕 때의 승려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三國遺事)》이다.

옛 기록에 의하면,

『 옛날에 환인의 서자인 환웅이 천하에 자주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내어 구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 보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 만하였다. 이에 신의 위력과 영험(靈驗)을 표상하는 부적과 도장인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내려가서 이곳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무리 삼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의 산꼭대기에 있는 신단수(神檀樹)아래로 내려와 이를 신시(神市)라 일렀다. 이 분이 환웅천황이다. 풍백(風伯)ㆍ우사(雨師)ㆍ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식(穀)ㆍ생명(命)ㆍ질병(病)ㆍ형벌(刑)ㆍ선악(善惡) 등을 주관하면서 인간의 360가지나 되는 일을 맡아 인간 세계를 다스리고 교화시켰다.

때마침,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았는데, 늘 신웅(神雄)에게 사람 되기를 빌었다. 이 때, 신(神)이 신령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곧 사람의 모습을 얻게 될 것이다.”

곰과 호랑이는 이것을 얻어서 먹었다. 몸을 삼간 곰은 여자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호랑이는 능히 몸을 삼가지 못했으므로 사람의 몸을 얻지 못하였다. 곰이 변한 웅녀(熊女)는 자기와 혼인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항상 단수 밑에서 아이를 갖게 되기를 빌었다. 환웅은 이에 임시로 변하여 그와 결혼해 주었더니, 웅녀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아 이름을 단군이라 하였다. 단군이 평양에 도읍하여 국호를 ‘조선(朝鮮)’이라 하였고, 뒤에 아사달에 천도하여 1,500년 간 나라를 다스렸다고 한다. 』

이러한 내용의 단군신화에는 우리 민족의 가치 의식이 그대로 나타나 있을 뿐 아니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세상으로 나아가 도리로 교화한다는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인본주의적이고 현세주의적인 윤리의식과 철학사상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홍익인간과 재세이화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이편(紀異篇)>에 실린 단군신화에 나오는 말로써 지금으로부터 반만년 전 이 땅위에 단군왕검이 세운 고조선의 건국(통치)이념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최고 이념인 것이다.

위 내용들은 고려시대의 학자 동안거사(動安居士) 이승휴의 《제왕운기(帝王韻記)》에도 잘 나타나있는데, 단군신화의 사상은 상고(上古)의 민간신앙에서 나오는 것으로 선왕당ㆍ천왕당ㆍ산신당 등 천신ㆍ산신숭배의 사상과 합치되어 있다. 단군숭배 사상은 고려 충렬왕 무렵에 원(元)나라에 대한 자립의식으로부터 싹터, 조선 세종 때 평양에 단군 사당을 지어 동명왕과 더불어 추앙하였으며, 구한말 자주 독립사상이 고조될 때 발생한 대종교(大倧敎)ㆍ단군교(檀君敎)의 성립 배경이 되었다.

또한 중국 이십오사(二十五史) 중의 하나인 《위서(魏書)》의 기록에 의하면, “단군 임금이 아사달(阿斯達)에 도읍하고 조선이라는 국호를 썼으니, 중국 요(堯)와 같은 시대(BC2333)였다”라고 되어 있다.

사회의 다원화가 진전되고 개인주의나 세계주의 또는 서구중심주의 같은 탈 민족적 사조가 확산되면서 개천절의 의의에 대한 인식이 해이해져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공휴일을 줄이자는 의견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개천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고 있고, 특히 개신교 일부에서는 단군 숭앙을 민족정체성 및 동질성에 관련된 상징 기제가 아닌 종교 차원의 우상 숭배로 여겨 배척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개천절은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단일 민족의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며, 그를 통하여 민족적 통합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와 함께 기념되어왔다. 따라서 개천절은 민족국가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명절이라 할 수 있겠다.

< 2017.10.05.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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