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28) 천리구 25

 

    여성참정권의 다음 이야기는 <대학 사교 모임(College Socials)>이다. 천리구의 미국대학생활 이야기는 사교 문화와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주 테마다. 그는 사교 모임에 관하여 이렇게 시작한다.

    “이미 전해들은 것처럼, 오벌린 대학에서 여학생들을 위한 고등교육부를 시작했기에, 수줍음 많은 남학생이 대학에서 바로 앞자리에 앉은 아리따운 여학생의 모자 깃털 장식에 얼굴을 간질이는 일을 피할 길은 거의 없어졌다.”

    몇 번 읽고 옮기기도 했건만 위의 문장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의 고등교육부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무슨 규정인 것 같다. 아무튼 그것이 생겨서 여학생이 모자 깃털로 남학생의 얼굴을 간질여도 문제가 되지 않게 된 모양이다. 그것은 여학생이 남학생을 꾀는 수단인 것이다. 다음 문장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이 여학생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애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남학생이 풋볼 경기를 하든, 남학생 클럽 회원이든, 싸구려 쇼의 단골손님이든, 그녀는 그의 미끼가 된다. 그 결과 집들이 모임이며 무도회가 열린다.”

    여학생은 무슨 수, 예를 들면 위에서 말한 모자 깃털로라도 남학생의 주의를 끌어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한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여학생도 있겠으나, 남학생을 사귀어 애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여학생도 많다. 애인이 생기는 것만으로 족할 수도 있으나, 필경 그 애인을 결혼상대로 삼자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집들이 모임이나 무도회가 자주 열렸던 모양인데, 그런 행사는 것은 다른 대학과 공동으로 개최되기도 했다.

   우리가 남부의 한 대학에서 준비반과정에 있었을 때, 이웃 대학에서 초청장이 왔다. 그 모임은 졸업반 학생들의 연례행사로, 남부에서 가장 근사한 이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우리는 새로운 생활의 충격과 흥분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고, 대학의 오락 행사라고는 거의 몰랐다. 아마 그래서 초청장을 보내준 것이리라.”

    그렇다고 누구나 초청을 받는 것은 아니다. 천리구가 초청장을 받은 다음날이다. “황소 발(Bullfoot)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 선배가 몹시 부러워하며 자신은 5년간 대학에 다녔는데도 그 학교의 연회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 그는 꼬마 소녀가 언니의 여름용모피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우리를 부러워했다.”는 것이다. 모피는 겨울에 주로 착용한다. 여름용 모피는 기온과는 관계없이 멋을 내기 위하여 모양으로 두르는 것 같다.

    위의 인용문에서 우리1인칭 복수가 아니다. 언젠가 말했듯이 천리구는 1인칭 단수를 우리라고 썼다. ‘I’‘we’라고 쓴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천리구가 사교 모임인지 무도회인지에 가서 재미를 못 보아서인지 <대학 사교 모임>이란 글은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글을 우려먹는 나의 글도 재미가 없다. 하기야 재미있는 글도 있고 재미없는 글도 있다. 글만이 아니다. 세상사가 그렇다. 재미라기보다는 비위가 좋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비위(脾胃)에는 아니꼽고 싫은 일을 잘 견디는 힘이란 뜻이 있다. 비위라고 하니 갑자기 벽초의 임거정전(林巨正傳)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활 잘 쏘는 이봉학이가 동관대궐의 금호문을 수직하다가 잘못 아닌 잘못을 저질러 그나마 벼슬이 떨어졌다. 전주감영부터 뒷배를 봐주던 이윤경(李潤慶, 1498-1562)이 우윤(右尹: 漢城府의 종2품 벼슬)대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자, “지각없는 소리마라. 지금 세상에 벼슬을 다니자면 비위가 좋아야 하니 비위를 참고 지내보아라.”라고 타이르는 것이었다.

    그래 비위를 참고, 혹시 대학 사교 모임의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나하여 Google에서 그것을 찾았다. 그랬더니 14 College Event Ideas Students Will Actually Attend란 것이 나온다. “학생들이 실제로 참석하는 열네 가지 행사에 관한 아이디어이다. 몇을 적어본다. 이것도 재미없을지 모른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학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1) 캠퍼스 주변의 식당, 오락시설, 공원, 유적지와 같은 곳을 안내하는 것이다. 특히 신입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2) 식물이나 원예 혹은 자연보호에 관심을 북돋우기 위하여 근방의 유명한 공원을 방문하거나 아주 멀지 않은 곳에 큰 산이 있으면 같이 등산한다.

(3) 버스를 타고 시내의 이런 저런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노는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타코(taco: 고기와 양상추를 넣고 튀긴 옥수수 빵. 멕시코 음식)나 햄버거 등을 먹으면서 다닐 수도 있다.

(4) 지역 자선단체에 참여하고 자발적 봉사를 하도록 인도할 수도 있다.

(5) 노인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할 수도 있다.

    14개의 아이디어라고 했으니 많이 더 남았으나 이 정도에서 그치려고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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