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14) 천리구 11

 

    누가 무어라고해도 뉴욕은 도시다대도시다도시에 반대 혹은 대비되는 것은 무엇인가언뜻 농촌(農村)과 시골이란 말이 떠오른다농촌은 주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지역이나 마을이다시골은 서울에서 떨어진 마을이나 지방(地方)”이다고향이란 뜻도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이원수(李元壽)의 동요도 고향을 그리워한다시골에는 바닷가에 있어서 고기잡이를 주로 하는 어촌(漁村)도 있다농사나 고기잡이를 하지 않고목축(牧畜)이 위주인 시골도 있다.

    천리구의 도시의 이야기는 시골생활(country life)로 이어진다뉴욕에서 오래 머무를 틈도 없이 그는 아칸소 주로 향했다시골풍경이 바로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기차나 자동차로 미국을 여행을 하다보면 한 없이 넓은 벌판 사방에 흩어져있는 농가가 눈에 띈다천리구가 본 뉴욕의 마천루에는 물론 엘리베이터도 있고 화장실도 수세식이었을 것이다그러나 미국의 농촌에 수세식화장실은 1930년대에 와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수세식이 보급되기 전에는 화장실이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절의 해우소(解憂所뒷간)가 본당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그런 화장실을 미국서는 outhouse라고 한다. Outhouse는 딴 채헛간등을 의미하나옥외변소의 의미도 있다.

    시골의 어떤 아이가 장난삼아 자기 집의 outhouse를 흔들었다아버지가 가족을 모아놓고 누가 그랬느냐고 물었다아들인 한 아이가 자기가 했노라고 말했다그랬더니 아버지가 크게 야단을 쳤다아이는 울면서 아버지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어렸을 적의 이야기도 모르느냐고 대들었다아래와 같은 이야기다.

    조지 워싱턴이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그에게 도끼를 하나 주었다그것은 번쩍거리는 새것이었다조지는 그것을 갖고 다니며 물건 찍기를 좋아했다하루는 정원에서 얼른 와서 나를 찍어 넘어 뜨려라라고 말하는 것 같이 보이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그래 그는 도끼로 그 나무를 찍어 넘어뜨렸다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다.

누가 내 어린 벚나무를 잘랐느냐이 나무는 이 나라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종류며 많은 돈을 주고 산 것이다.” 그는 집에 들어서면서 매우 화를 냈다.

    “만일 저 벚나무를 죽인 자를 알기만하면 나는 그 녀석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소리쳤다아버지!” 어린 조지가 말했다. “바른대로 말씀드립니다제가 이 도끼로 그 나무를 잘랐습니다.” 아버지의 화는 바로 웃음으로 변했다조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는 두 팔로 어린 아들을 안았다. “나는 네가 정직하게 말해주어 매우 기쁘다네가 거짓말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열두 그루의 벚나무를 잃어버리겠다.”

     Outhouse를 흔들어대어 야단맞은 아이는 자기도 정직하게 사실을 말했는데 왜 아버지는 조지 워싱턴의 아버지와 달리 화를 내느냐고 대든 것이다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George Washington's father was not on the tree.” 조지 워싱턴의 아버지는 나무위에 있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그러면필경 그는 outhouse 속에 있었다해우(解憂중이었는데누가 흔들어 댔으니 화가 났던 것이다해우는 근심이 풀림또 근심을 풂.”이라고 사전에 나온다그러나 대소변을 해결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위에서 해우소가 뒷간이라고 하였으니해우의 뜻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셈이다조지 워싱턴의 이야기는 James Baldwin의 Fifty Famous Stories에 있다. Outhouse를 흔들어 야단맞은 아이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읽었는지 혹은 들었는지 기억에 없다.]

이왕 천리구의 시골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흘렀기에 다른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려고 한다이것도 어쩌면 해우와 관계된 이야기다대 여섯 살의 아이 셋이 절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었다천자문(千字文)을 막 뗀 아이들이었다절에는 기도하려고 온 청상과부가 있었다한밤중이었다과부가 소변이 마려워 해우소를 가려다가 멀고 캄캄한 길이 겁이 났던지 아이들 방에서 가까운 마루 아래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을 보기 시작했다자지 않고 있던 아이 하나가 그 소리를 듣고, “空谷傳聲(공곡전성)이구나!”하였다. “빈 골짜기에 소리가 퍼진다고 한 것이다다른 한 아이는 川流不息(천류불식)이구먼!”하였다. “흐르는 물은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러자 셋째 아이는 如松之盛(여송지성)이구나!”하였다. “소나무처럼 무성하다고 한 것이다이 세 구()가 모두 천자문에 있다.

    글을 읽음에 있어서는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그것을 응용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세 아이는 천자문의 세 구를 적절히(?) 응용하였는지는 모르나어린 아이의 수준으로는 좀 지나쳤다세 아이가 모두 과거하여 벼슬을 잘 살았다고 한다그러나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관리가 못되었다는 것은 나중 이야기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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