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미술의 경계 허물기

 

현대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의 국내 첫 개인전(2022. 3.31~ 8.14)이 용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인류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대규모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사진의 확장적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실험해 온 작가는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합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전시는 1980년대 중반 초기작부터 2022년 신작까지, 거스키의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40점을 소개한다. 특히 얼음 위를 걷는 사람’(2021)스트레이프’(2022)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거스키는 지난 40여 년간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사진의 확장적 가능성을 실험해 오면서 현대사회의 거대한 풍경을 대형 인화지에 담아왔다. 담담한 시선으로 주변의 풍경을 담백하게 포착했던 초기와는 달리 1990년대부터는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컴퓨터로 스캔·편집하여 새로운 작업방식으로 사진의 회화적 가능성을 탐구하여 작품세계를 확장했다.

 

거스키는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고층 빌딩, 공장, 아파트, 증권거래소와 같은 장소들을 포착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거대한 사회와 그 안의 개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과 건축 등 거대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문명의 단면을 기록해 온 작가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다.

 

1955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거스키는 전후의 폭발적인 현대미술을 목도하며 성장했다. 그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잭슨 폴록, 바넷 뉴먼의 추상미술등 당대의 다양한 경향들을 받아들이면서 사진을 현대미술에 본격적으로 진입시켜 사진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기존의 정형화된 사진의 틀을 벗어나 예술로서의 사진을 창조 하고자 하였다.

 

전시실은 조작된 이미지’, ‘미술사 참조’, ‘숭고한 열망이라는 큰 주제들로 구성된다. 작품 대부분은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을 컴퓨터를 이용한 이미지 조작으로 완성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사진의 틀을 확장해 추상 회화나 미니멀리즘 조각의 특성을 참조하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업이다.

 

벽면을 가득 메운 사진 '도쿄 증권거래소'(1990)'시카고 선물거래소'(2009)는 원근감 없이 평면 위에 인물들을 배치했다. 잭슨 폴록의 추상회화를 연상시킨다. 먼 거리에서 튤립밭을 촬영해 수평의 띠처럼 보이게 편집한 '무제 19'(2015)는 마크 로스크의 추상화를 떠오르게 하고, '정치학 2'(2020)'최후의 만찬'의 구도를 차용했다.

 

미국 대형 소매점을 촬영한 '99센트'(1999)와 물건으로 빼곡한 물류센터를 보여주는 '아마존'(2016), ‘시카고 선물거래소 III’ 은 소비사회의 스펙터클을 극대화하여 소비 지상주의와 자본주의의 결정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장이나 아파트와 같이 현대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를 포착해 거대한 사회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설명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전시장에 들어서자 평양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작품을 발견한다. 2007년 작가가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의 대규모 행사인 아리랑축제 매스게임을 찍은 평양 VI’ . 백두산과 붉은 하늘, 십 만 명이 넘는 공연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북한의 집단성을 금방 알게 한다. 이렇다면 북한의 시각적 특성은 성공한 것일까?

 

큰 스케일과 유난히도 많은 기하학적인 선의 표현방법에 놀라 경직된 채 전시를 관람하다가 맨 마지막 방 얼음 위를 걷는 사람앞에 다가서자 긴장이 풀린다. 라인강 인근 광활한 목초지에서 마스크를 쓴 채 거리두기를 하고 얼음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과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코로나 시대의 우리의 일상을 본 듯 친근하며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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