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08) 천리구 5

 

    마천루에서 내려와서 米洲印象의 다음 페이지를 연다. 김동성이 안창호에게 보낸 서신이란 엽서 사진이다. 출처는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가자료 안창호 서신류이다. 엽서는 1911915일에 쓴 것이다. 김동성은 그때 헨드릭스 칼리지의 재학 중이었다. 엽서에는 아칸소 콘웨이의 Oct. 16”이란 우체국 소인(消印)이 보인다. 엽서 왼편에는 安昌浩 先生이란 수신인의 이름이 세로로 적혀있다. 그 바른 편에는 “123 Golden Avenue, Long Beach, Calif.”가 보이고, 그 아래 “C/O Miss Goode”라고 적혀있다. 안창호가 Miss Goode집에 기숙하고 있었다고 짐작된다.

    황호덕에 의하면, 천리구는 황성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의 현실과 근대 문화에 눈을 떴다 하며, 2차 한일협약(을사조약, 1905)를 전후로 민간 사학에서 열린 여러 연설회에 참여하여 신교육과 계몽사상을 접했다.” 이때 이준, 안창호, 이동휘의 연설을 듣고 감발(感發)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나중 개성의 한영서원의 설립의 계기가 된 것이다. 이준과 이동휘 등과의 관계는 알 수 없으나, 천리구는 1911년 북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안창호의 소식을 듣고 편지를 쓴 것이다. 편지 내용을 옮긴다.

    先生이 미주 오신 소식은 신한민보로 말미암아 듣사왔사오나 공과에 추신치를 못하여 이때껏 두어 줄 글월도 올리오지 못하였소이다.

소생은 송도 한영서원 생도로 2년간을 윤치호 씨 아래 있다가 청국 소주로 가서 경대대(京旲大) 학당에서 1년을 공부하고 하기 방학에 귀국하였다가, 어떤 선교사와 작반하여 다시 상해로 건너가 인도양으로 돌아 뉴욕에 상륙하였사오니, 이미 두 해가 가까옵니다.

先生을 마지막 뵈옵기는 송도 운계 李健赫[이건혁]씨 집에서 뵈었사오니 선생이 능히 기억하시올른지는, 소생의 성명은 金東成이요, 나이는 스물한 살이외다.

915

    국가와 민족이 이와 같이 흡업한 때를 당하여 어떻게 사람 노릇을 좀 할까 하고, 몸이 독자요 또 늙은 과거하시는 어머니를 집에 놓고 온 것을 생각지 말고 급급히 하는 공부나 하는 중이오이다. 대한 떠나실 대 평양대성학교는 어떠한 형지 있는 것을 보시고 오셨소이까? 선생이 모스크바에서 그 3년간 체류하시는 줄로 알았더니 어찌 그리 속히 오셨소이까?

이곳에 소생 외에 본국 학생 하나 있사오니 그는 캘리포니아 소학교를 지난여름에 졸업하였소이다.

여가가 계시거든 한 장 권면의 글을 받잡기 엎드려 바라고 이에 행은 중 강건하시기 기도하옵니다.

小生 金東成 二拜

     

    천리구는 도산이 미국에 온 소식을 듣고 안부를 물은 것이다.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밝히고, 한영서원의 학생으로서 미국에 오게 된 경위와 도산을 만난 곳을 말하면서,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어 도산이 설립한 평양대성학교의 형편과 도산이 생각보다 빨리 모스크바에서 미국에 온 이유를 묻고 있다. 또 국가와 민족에 보탬이 되는 공부를 하고자 늙은 어머니를 홀로 두고 왔다는 유학 이유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답신을 바란다고 하였다.

    도산이 천리구의 희망대로 답신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위의 편지를 보면서 모르는 어휘가 몇 있어서 찾아보았다.

(1) 공과에 추신치를 못하다: 공과는 工課공부하는 과정이다. 추신은 抽身으로 바쁜 중에서 몸을 뺌을 뜻한다. 공부에 바빠 편지 쓸 틈을 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2) 국가와 민족이 이와 같이 흡업한 때를 당하여: ‘흡업이란 단어는 내가 갖고 있는 사전에는 없다. ‘흡업한 때가 처음엔 어려운 때혹은 힘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한자가 있을 법한데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옥편에 있는 자를 전부 뒤졌다. 한자의 은 여럿이나 그 가운데 이 있다. ‘합할 흡이다. 우리에게 제일 가까운 글자란 생각을 했다. 일 것이고 생각했다. 그러면 흡업힘을 합해서 일을 함혹은 일을 함께 함이란 뜻이 된다. 문제는 흡업한 때. ‘흡업할 때여야 하지 않나? ‘국가와 민족이 무슨 일을 같이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3) 늙은 과거하시는 어머니를 집에 놓고: 과거는 寡居. “과부(寡婦)로 지낸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과거란 말은 過去科擧 정도다. 寡居란 말은 요즘은 쓰이지 않는다.

(4) 행은 중 항상 강건하시기: ‘행은이란 단어도 사전에 없다. 굳이 한자로 쓴다면 幸恩이 아닐까 한다. 행복한 은혜 가운데 건강하시기를 바란다는 뜻일 것이다.

언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꾸 변한다. 김동성은 나보다 50년 먼저 태어났다. 반세기의 차가 이렇게 크다. 아니면 내 공부가 부족한 것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복잡하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No.

Title

Name

Date

Hit

3267

그림 속에 시가 있고(김병기 화백 일대 7)

김형국

2022.07.07

1989

3266

영화 ‘애수(哀愁)’와 성춘향이야기

여상환

2022.07.06

346

3265

'동검도 채플', ‘채플 갤러리‘

이성순

2022.07.05

722

3264

이 생각 저 생각 (115) 천리구 12

최명

2022.07.04

1501

3263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500)

정우철

2022.07.03

527

3262

백세청풍의 주인공, 바람이 일어나다(김병기 화백 일대 6)

김형국

2022.06.30

1924

3261

진정 아름다운 여인아!

여상환

2022.06.29

424

3260

이 생각 저 생각 (114) 천리구 11

최 명

2022.06.27

1547

3259

한옥 형태의 대한성공회강화성당

이성순

2022.06.28

681

3258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499)

정우철

2022.06.26

492

3257

작품생활의 서울 속개(김병기 화백 일대 5)

김형국

2022.06.23

1941

3256

“빨리빨리 문화, 가소롭습네다.”

여상환

2022.06.22

390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