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재산을 쓰라 - 무재 칠시(無財七施)의 회상 -1

 

우리 동양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무재 칠시(無財七施)라는 말이 일반화되어있다. 이 말은 내가 비록 돈도 없고, 기타 재물도 없고, 화려한 직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통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보물 일곱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이다. 밝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기쁘게 상대방을 맞아주는 것이 큰 기쁨을 줄 수 있고, 상대방에게 기쁨과 안녕과 안전한 마음을 줄 수가 있다. 어린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자세에서 쉽게 볼 수가 있다. 어린아이는 자기 부모나 아는 선배나 어른을 만날 때 기쁨의 웃음을 받고 싶어 한다. 환한 얼굴로 받아들여주고 함께 웃어주고 함께 눈을 맞추고 하면 더없는 기쁨의 모습과 밝은 모습과 영혼이 크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아는 학자 분에게서 우연한 기회에 자기 성찰의 고백을 하는 자리에 함께 있게 돼서 흥미롭게 들은 적이 있다. 오래전에 자기의 부인될 사람과 맞선을 보게 되는데, 요즘이야 흔치 않지만 6.25전쟁이 끝나고 한동안 궁핍했던 시절에 서로 만날 기회가 없을 때에 기껏해야 셔츠에 바지를 다려 입고 맞선보러가는 것이 통례였다. 다방에 앉아서 상대방을 보는데 자기가 생각하던 용모가 아니어서 주저하고 포기 해야겠다는 생각했지만 초면에 서투르게 대할 수도 없고 해서 예의상 자리를 같이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그 상대방 여자 분이 활짝 함박웃음처럼 웃는 웃음이 배인 가지런히 박혀있는 박꽃 같은 잇속을 바라보자니 활짝 핀 모란꽃 속으로 자기가 함몰되는 강한 느낌과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함박웃음에 매료되어서 서슴없이 프러포즈를 하고 결혼하여 오늘날 사회 저명인사의 반열에서 활동하는 분을 알고 있다. 그 부인의 함박웃음, 환한 얼굴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 자기 운명을 바꿀 뿐만 아니라 주변을 화려하게 바꾸어 줄 수가 있다.

모두 밝은 웃음을 갖고 웃자. 모두 환한 모습의 웃음을 이웃에 뿌리자. 특히 긴장하고 오는 후배들을 바라 볼 때 밝은 웃음, 환한 얼굴, 부드러운 눈매로 받아들여 주면 상대방은 마음을 열고 그 영혼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밝은 얼굴, 기쁜 모습으로 상대방을 맞이하고 바라봐 주는 것.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무재 칠시(無財七施)의 으뜸이다.

두 번째는 언사시(言辭施)이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 우리 옛글도 있지만 그 말에도 염력이 있어 꽂히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 주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게 되는데, 주례 당일 날 아침에 목욕재계를 하고 주례 받을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면서 좋은 가정 이루어 사회에 크게 기여되기를 마음으로 기원과 기도를 드리고 주례 단에 서면 청중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말의 위력을 느끼게 된다. 감동 지수가 커짐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바쁘고 다른 일에 연관이 되어서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고 바쁘게 주례단에 서게 되면 아무리 말이 화려하고 재미있는 일화를 삽입하더라도 말이 겉돌고 박히질 않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 일반적으로 얘기되어지는 우리 사회현상 중 하나는 가수가 처음 데뷔해서 유명가수의 반열에 서기까지는 평균 같은 노래를 5천 번을 불러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유명가수로서 반열에 등장하긴 하나 흥미로운 것은 대개 그 가수의 운명이 5번 이상을 불러마지 않던 자기의 첫 데뷔곡과 더불어 그 운명곡선이 같이 그려져 나간다고 한다. ‘안개 낀 장충단공원’을 불렀던 배호, 영탄조의 노래로 아무도 그 음색을 흉내 내지 못했다. 배호의 전성시대를 이루었던 ‘돌아가는 삼각지’ 영탄조의 노래로 삼각지 근처 뱅뱅 돌다가 29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도 차분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음색과 호소력 있는 가창력으로 많은 팬을 가졌으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계속 부르다 어느 해 낙엽 떨러질 때 휘리릭 가고 만다. 또 있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젖은 손이 거칠어진 손마디가 애처로워 다시 태어나더라도 그대와 더불어 살리라.’ 얼마나 애절한 노래였던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이 찡하지 않을 부인이 어디 있으며, 하수영의 그 절절한 가사에 울먹이지 않을 아내가 어디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 가사 구절 중에 ‘다시 태어나도’ 가 나쁘다. ‘다시 태어나도’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해 휘리릭 하고 생을 마감하고 떠나고 말았다. 말이 주는 염력이다. 이것은 내가 직접 채취했던 기록 중의 하나다. ‘산장의 여인’을 불렀던 권혜경. 벌써 죽은지가 여러 해 되는구나. 그 노랫말에 뭐랬던가.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쓸쓸한 산장에. 거기는 왜 갔는가? 사랑에 버림받고 몸은 병들어서 혼자서 외로이 쓸쓸히 살아가네.’ 라는 노랫말이었다. 본인 말대로 자기는 ‘가수 데뷔 후에 그 노래밖에는 아는 바가 없다. 부르고 부르다 보니 자기 운명곡선이 바뀝디다.’ 속병, 피부병, 고혈압, 당뇨, 온갖 병이란 병은 다 걸리게 되었다. 병원에 가 진찰을 받았더니 ‘어떻게 이게 병주머니지 사람이 이럴 수가 있는가!’ 휴식을 하라고 하여 오대산 월정사를 찾아가 주지스님께 간곡한 부탁을 드리니 ‘인생이 안됐구만.’이라며 암자를 하나 지정해 주어 쉬게 되었다. 산딸기 따먹고 물장구 치고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몸이 나아졌다. ‘이것 봐라’ 하며 다시 고쳐진 몸으로 속세에 나가 활동을 하다 보니 다시 병이 도져 오르락내리락하는 인생이 어느덧 70이 지나고 노경에 이르게 됐다.

얼마 전에 ‘산장의 여인’을 불렀던 권혜경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보니 본인이 스스로 했던 자기고백이 뇌리를 스친다. 말에는 염력이 있고 5번 이상 부르게 되면 그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말의 위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지도자의 반열에 있는 사람은 말을 삼가야 되고, 말을 쏟을 때에는 말에 가시가 박히게 되고, 말에 무게가 실리게 되고,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말의 위력, 말의 무게, 힘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켜줄 수 있는 덕스러운 말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말이 대단히 거칠다. 특히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루어지는 말의 욕설은 천박하기가 짝이 없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영국인다워지라는 ‘Be the British’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국제신사 영국의 품격은 말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말의 정화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할 것 같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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