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섬’에 사는 ‘천사 청년’

 

순례자의 섬 신안 기점·소악도는 인구 108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마을이다.

 

섬을 돌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가게 쉬랑께 를 발견하고 밖의 의자에 앉아 밀물을 만날까 염려되어 비상음식 밤을 꺼내 먹으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안으로 들어오라 한다. 자기들이 밀물 시간을 아니 염려 말고 식당에 차려진 음식을 먹으라 한다. 기계에서 갓 뽑은 향내 나는 커피를 제공하는 청년의 정겨운 말씨와 밝은 얼굴, 그리고 부엌으로 들어가 방금지진 감태 부치미를 내오는 청년 어머니의 친절에 감동하며 카페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듣는다.

 

전라남도는 섬 부자다. 우리나라 3300여 개 섬 중 2165개가 전남에 있고, 그중에서도 신안군에 1004개가 있어 신안군을 천사 섬이라 부른다. 기점·소악도는 2018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었고, 201910월 섬마을 가꾸기 목적으로 한국, 프랑스, 스페인 건축미술가 11명이 예수의 12사도 이름을 딴 작은 예배당 12개를 지어 순례자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스페인 산티아고를 본떠 섬티아고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의 작은 섬들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은 노두길로 이어져 있다. 노두길은 섬과 섬 사이를 잇는 길을 말한다.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난다. 오래전 섬 주민이 갯벌에 돌을 던져 다리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로 포장됐다. 매일 하루에 두 번 썰물이 되면 노두길이 드러나 기점·소악도가 하나로 이어진다. 서너 시간 뒤 밀물이 찾아오면 노두길이 사라져 다시 다섯 섬이 된다.

 

섬 출신 청년이 돌아와 지키는 섬 소악도에 카페 쉬랑께를 운영 중인 김현우씨가 있다. 섬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섬 주민 대부분은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중학생 때 섬을 떠나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소악분교 출신 김현우씨는 부친이 운영하는 김 공장 일을 도우며 순례길 관광객을 위한 카페 쉬랑께를 운영 중이다.

 

그는 순례길이 생기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느니, 일찌감치 부모님 일을 돕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순례길이 생기면서 카페 운영까지 하게 됐다” “김 공장으로 먹고 지낼 수는 있으니 우리 섬에 오시는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 쉬랑께에서는 집 반찬 하듯 청년의 어머니가 손수 만든 음식과 음료, 그리고 향내 나는 커피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대신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받는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신안군을 통해 장학재단과 복지재단에 각각 500만 원씩 기부했다. 고향을 지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발전하는 섬과 함께 성장해가는 어엿한 파수꾼이 된 청년은 아름다운 섬보다도 더 아름다운 마음과 생각을 가진 천사 청년이다,

 

아무도 찾지 않던 외딴 섬 기점·소악도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2021년에 54천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2018년에 비해 20배나 증가했고 올 해는 더 늘어날 것 같다. 노둣길과 언덕 위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조각같은 작은 예배당도 아름답지만 그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한 폭의 그림 같은 바다풍경을 그대로 지키려는 섬사람들의 자존심과 자부심과 친절이다.

 

머지않아 순례자의 섬 기점·소악도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명소로 떠오를 것 같은 기대를 한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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