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07) 천리구 4

 

    사진 이야기의 계속이다. 천리구가 타고 간 배의 다음 페이지에는 그가 1909년 미국에 입성할 당시의 뉴욕 맨해튼의 사진이 있다. 한 페이지 반의 크기다. 마천루(摩天樓)라고 불러도 좋을 고층 건물들이 보인다. 그 옆에 명함만한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1916)에 실린 천리구의 삽화가 있고, 그 아래엔 위의 삽화의 대상으로 보이는 뉴욕 매디슨 거리의 사진이 있다. 높다. 그래 마천루에 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것저것 인터넷을 뒤졌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에는 여러 가지 사전(辭典)이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컴퓨터가 고맙다.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찾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원고지에 쓰던 글을 쉽게 타자하고 저장한다. 또 인쇄하고 전송한다. 새로운 문명이다. 하기야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도 뛰어난 과학자가 있었고 사상가가 있었다.

    요즘의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나 내가 어렸을 적에는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해저 2만리(1870), 80일간의 세계일주(1873) 등을 읽었다. 당시는 공상소설이라고 했는지 모르나 얼마안가 바로 현실이 되었다. 영화로도 나왔다. 책은 안 읽었어도 영화를 본 사람은 많을 줄 안다. 그런데 베른의 책에는 또 20세기의 파리(1863)가 있다. 여기서 그는 20세기의 파리에는 휘발유 자동차, 대량살상무기, 전자음악, 팩스(fax) 등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니 그 가운데 마천루도 많이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큰 도시나 다른 곳에 마천루가 많이 생긴 것은 맞지만, 파리에는 높이 제한규정 때문인지 사실 마천루는 없다. 파리는 그렇다고 치고 아무튼 오늘날 마천루는 세계 곳곳에 지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천(至賤)’이란 말은 하도 많아서 별로 귀할 것이 없다는 뜻이나, 마천루는 많아도 귀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천루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아주 높은 고층건물을 뜻한다.” 어느 정도 높아야 마천루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이거나 세계 공통의 기준은 없다고 한다. 대강 200m가 넘으면 마천루로 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건축법 시행령에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의 건축물을 마천루로 규정하고 있다. 땅이 좁으니 건축물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안보(安保) 때문에 여러 가지 규제가 있다고 한다. 롯데월드타워 때도 그런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높은 건물이 처음으로 많이 들어선 도시는 아마 시카고와 뉴욕 시일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적어도 10층 이상의 건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근대적인 마천루는 1885년에 건축된 시카고의 The Home Insurance Building이라고 한다. 마천루라고는 하지만 10층이었다. 1871년에 발생한 아주 큰 화재 이후 시카고엔 새로운 건축 붐이 일어났다고 한다. 신축건물들은 목재 대신에 주로 석재, . 강철을 사용했다. 화재 염려는 덜었는지 모르나, 이 빌딩은 1931년에 헐렸다. The Field Building(지금은 the LaSalle Bank Building)이란 다른 마천루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것이다. 단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의 역사를 잠시 살핀다.

    1931년 세계 최초로 100층이 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The Empire State Building)이 완공되었다. 102층이다. 지붕까지 높이는 381m.

    2004년 타이페이 101이 완공되었다. 이름에 있듯이 101층이다. 당시로는 아시아에서 제일 높았다. 지붕까지 높이가 449.2m라고 한다.

    2010년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가 완공되어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되었다. 착공 6년만이다. 건설에는 삼성건설도 참여했다. 163층이다. 높이는 828m이다. 상업, 주거, 오락 등의 대규모 복합시설이다. 서울 근교에서 가장 높은 백운대(836m)보다 8m가 낮다. 백운대보다 낮으니 낮다고 해야 하나? 부근에 백운대가 없으니 높다고 해야 하나?

    그 외에 유명한 마천루로는 뉴욕 시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이다. 쌍둥이 빌딩으로 북쪽 타워가 110층으로 높이가 417m였다. 2001년 소위 ‘9.11 테러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 후 그 자리에 7개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건물과 9.11 메모리얼 파크가 들어서게 되었다. 지금까지 제1트레이드 센터를 위시하여 4 개의 센터와 메모리얼 파크가 개장되었다. 2014년에 개장한 제1 센터는 104층이고, 높이가 541m라고 한다. ‘프리덤 타워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제일 높은 빌딩은 위에서 잠시 얘기한 서울의 롯데월드타워이다. 지상 123층이고, 높이 555m이다. 2010년에 착공하여 2017년에 첨탑공사가 완료되고 그해 4월에 개장된 서울의 명물이다. 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시카고의 시어즈 타워(The Sears Tower, 108층이고 높이는 527m. 지금 이름은 Willis Tower), 타이페이 101 빌딩 등엔 올라갔으나, 롯데월드타워엔 올라가는 것은 고사하고 건물 1층에도 들어가 보질 못했다.

    끝으로 뉴욕 시에 있는 록펠러센터 이야기를 할까 한다. 맨해튼 5번가와 6번가 사이에 여러 건물로 구성된 복합시설이다. 19개의 상업용 건물이 사방에 세워져 각 건물의 저층은 하나의 건물로 연결되어 있다. 억만장자인 존 D. 록펠러가 지었다. 1931년에 착공하여 1939년에 완공하였다. 보통 건물을 지을 때는 주위에 담장을 쌓는다. 안전을 위한 조치일 것이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건물이 어떻게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그래 혹시 담장에 틈이 있으면 드려다 본다. 한번은 록펠러가 담장 사이의 틈을 통해 안을 드려다 보려고 하였다. 그러자 경비가,

저리 물러가시오!”하였다. 그래 그는,

내가 록펠러요.”하고 이름을 말하자, 경비가 다시,

그래요. 그럼 난 루즈벨트 대통령인데요.”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그래 화가 난 록펠러는 사무실에 돌아와 부하에게 당장 담장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큰 구멍을 담장 곳곳에 뚫어 놓으라는 지시를 명했다고 한다. 그 후부터 미국에서 건물의 지을 때는 담장에 구멍을 뚫어놓는 것이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내가 어려서 영어 공부하던 Dixon English Series(?)에서 읽은 기억이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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