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06) 천리구 3

 

    천리구의 米洲印象을 펴면 사진으로 보는 천리구 김동성이 먼저 나온다. 마흔 아홉 개의 요즘 보기 어려우나 재미있고 유익한 사진들이다. 제일 처음 사진은 1900년대 초의 개성(開城) 시가지다. 천리구는 개성상인의 아들이다. 그래 평생 개성인이라는 긍지를 갖고 송방(松房)의 후예답게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문화의식을 지녔다. 그 아래 두 번째 사진은 비슷한 시기의 개성 남대문이다. 페이지를 넘기면 석 장의 사진이 있다

    위편의 사진은 한영서원 최초의 학생들이다. 보통 갓보다는 차양(遮陽)이 좁은 패랭이 비슷한 모자에 한복을 입은 학생 13인이 서 있고 가운데에 서양인으로 보이는 남녀 두 사람이 앉아있다. 김동성은 1906년 윤치호(尹致昊)를 초빙하여 한영서원을 설립한 숨은 주역이다. 그가 한영서원을 다니고 졸업하였으니, 사진의 13인 가운데 한 명인지도 모른다. 13인이라고 하니 이상(李箱)烏瞰圖(오감도)가 떠오르나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 아래에 윤치호와 김동성의 미국 유학을 주선한 한영서원의 3대 교장 왕영덕(王永德: Rev. Alfred Washington Wasson)의 작은 사진이 있다. 서 있는 13인의 학생사진에 앉아 있는 서양인으로 보인다고 한 남녀가 왕영덕과 그 부인이란 생각이 든다.

    왕영덕은 미국 남감리교회 선교사, 목사, 신학자였다. 아칸소대학과 밴더빌트대학교를 졸업하고 1905년에 조선에 왔다고 한다. 위키백과에는 그가 1917년에 한영서원 후신인 송도보통학교 교장으로 취임하였다고 나온다. 교장이 된 것은 나중 일이고 조선에 처음 와서부터 한영서원과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김동성이 1908년 조선을 떠나 중국 쑤저우(蘇洲)의 둥우대학(東鳴大學)에 입학하였고 그 다음 해에 미국으로 갈 때 왕영덕의 도움을 받았다. 그가 아칸소의 헨드릭스 칼리지로 간 것도 왕이 아칸소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이다. [지난 회의 글에서 김동성이 헨드릭스 칼리지로 가게 된 연유를 모른다고 했다. 왕영덕에 대해 몰라서 그랬다.]

    다음 페이지부터는 미국 유학길과 관련된 사진들이다. 첫 사진은 우편엽서만한데 왼편에는 미국기가 날리는 큰 증기선으로 보이는 배가 있고 바른 편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덴마크 출생의 해상미술가인 안토니오 야콥슨(Antonio Jacobson, 1849-1921)이 그린 Liberty라는 이름의 뉴욕 항 경치다. 양념으로 들어간 사진이다. 해상미술가는 바다를 주로 그리는 화가다. 1916년경에 그린 The US Ship of Line이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장은 천리구의 미국 입국기록이다. 1892년에 문을 연 엘리스 섬의 출입국관리소에 보관된 것이라고 했다. 이 문서는 1909220일에 작성된 것이고, 그 날이 천리구의 미국 입국일이다. 잘 보이지가 않는데, 뒤의 해설에 의하면 목적지가 아칸소 주의 콘웨이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콘웨이는 헨드릭스 칼리지가 있는 곳이다. 입학허가를 받고 갔을 것이다. 왕영덕의 도움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이다. 그 입국기록문서가 지금도 보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인은 기록도 잘 하고 기록을 보관하기도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일화를 기억한다. FBI에서도 일정 기간이 지난 문서는 폐기하여도 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래 어느 직원이 그 규정에 해당하는 문서를 폐기하겠다고 상관에게 보고했다. 그랬더니 그 상관은 오케이. 그러나 복사를 해놓고 폐기하시오!”했다는 것이다.

    다음 페이지에는 큰 배의 사진이 두 장이다. 천리구가 미국에 갈 적에는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뉴욕 항까지 타고 간 ‘SS 필라델피아 호이다. 그는 중국 상해에서 요코하마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로 가는 빠른 길을 마다하고, 홍콩과 싱가포르를 지나 인도양을 항해했다. 그리고 이집트, 이탈리아, 알제리, 지브롤터를 경유하여 영국 사우샘프턴에 도착하였다. 런던에서 4일간 머물고, 다시 사우샘프턴을 출발하여 1주일 만에 뉴욕에 도착한 긴 여행이었다. 또 영국까지는 3등석이나, 영국서 뉴욕 갈 적에는 2등석이었다고 한다. 유학생신분으로 2등석은 하류이민자들과 섞기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호사스러운 여행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엘리스 섬에서 하선할 때의 일이다. 천리구는 중국서 갖고 온 한문(漢文)으로 된 여권을 제시했다. 이민관이 받아 보더니, “읽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천리구는 얼른 당신이 읽을 수 없는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오.”라는 위트 섞긴 대답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웃던 이민관은 천리구보고 통역관을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그래 천리구는 당신이 보듯이 나는 외국 학생으로 지금 뉴욕에 처음 도착했으니 통역을 쓰려면 당신이 부르셔야겠소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실랑이가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넘어갔다. 한문 여권은 있었지만 여행권 없이상륙이 허락되었다고 천리구는 회고했다. 요즘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뉴욕 시에는 유명한 브롱즈 동물원(Bronx Zoo)이 있다. 거기의 호랑이들이 그때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진 이야기가 곁으로 새었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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