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02) 내가 넘은 38선 (13)

 

    『日本포럼에 실린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의 글이 셋이라고 했다. 둘의 이야기는 했다. 마지막은 사쿠라이 요시코란 저널리스트와의 대담이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겠으나,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부모가 모범이 되어 성실한 가정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대담의 요지(要旨)이다.

    (1) 언제부터인지 일본에서는 여유교육(ゆとり敎育)’이 유행이었다. 그것은 주입식 지식교육에 대응하는 자율교육방식이다. 문부과학성, 일교조(日敎組: 일본교직원조합), 일부 교육학자들이 어린이중심의 교육을 외치면서 출발하였다. 엄격하게 가르치다가는 어린이들이 상처받을 염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린이들의 학력이 저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유교육은 어린이들의 방종으로 이어졌다. 그전의 아이들은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다. 예컨대, 영국의 여성여행가인 이자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일본을 여행하면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려고 하면 반드시 부모에게 받아도 되나요?”라고 묻고, 부모가 허락을 해야 받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가정교육이 엄했다는 증거다.

    또 에도(江戶)시대에는 데라코야(寺子屋)라는 서민 자제를 위한 초등교육기관이 생겼고, 여기서는 읽기, 쓰기, 계산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명치유신(明治維新) 이후에 일본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유가 있다. 에도시대에 식자율(識字率)50%를 넘었다. 그것이 기초가 되었던 것이다. 여유교육은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피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개념과 논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따라서 쉬운 문제를 내놓아도 잘못 푼다. 지적 호기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지 않는다. 결국은 천재 죽이기, 수재 죽이기 교육이 되고 만 것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하나?

    (2) 자녀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의무교육은 명치 5(1872)에 시작되었다. 교육은 부모의 손에서 학교로 넘어갔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교육이 기본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을 간과한 조치였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반듯한 가정생활이다. 이것이 기초다. 착실하게 식사를 하고, 잘 때는 자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생활이 중요하다. 어린이를 포함하여 개인의 자립과 권리를 강조하는 교육기본법이 문제인 것이다.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식사는 IQ와도 관계가 있다. 균형 있는 영양소를 섭취하면 몸이 튼튼해지고 뇌가 자극을 받아 IQ가 높아진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좋은 옷을 사주지 말고 규칙적이고 올바른 생활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3) 독서를 권장해야 한다. 누차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읽기, 쓰기, 산수가 교육의 출발이다. 그 제일 먼저가 읽기다. 독서다. 그런데 일본의 어린이들은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세기 말이니 4반세기 전이다. OECD39개국의 15세 어린이들 약 6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가운데 책을 얼마나 읽는가에 관한 항목이 있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나 일본 어린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편에 속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에 책이 없다고 했다. 단행본이 10권미만인 집이 11%였다. 읽을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러면 왜 책을 읽지 않는가?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초등학교에서 국어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4학년생을 보면, 명치시대에는 1주에 최대 17시간이던 것이 대정(大正)시대에는 14시간으로 줄었고, 소화(昭和)시대에는 12시간, 2000년대 초에는 대략 5시간이다. 국어실력이 없으니까 책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 읽기에서 자연히 멀어지게 된 것이다. 둘째는 참을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후지와라의 이야기인데, 그가 어렸을 적에는 부모들의 심부름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심부름을 하려면 지금 하던 일을 멈춰야 한다. 싫다. 그래도 하여야 한다. 그러자니 참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자연히 참을성이 길러진다. 읽기에도 참을성이 필요하다. 재미없는 활자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부모는 TV의 만화나 스마트 폰의 게임과 같은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못하게 해야 한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의 자유를 짓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자유가 지나치면 방종이 된다.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는 어휘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어휘가 부족하니까 사고(思考)를 위한 소재도 자연 빈약해진다.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후지와라는 말의 오염은 나라를 망치지 못하더라도, 어휘 부족은 나라를 망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모든 지적 활동과 학문은 어휘의 수확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학 역시 어휘의 수확물 아니겠습니까. 저는 뉴턴보다 훨씬 수학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가 풀 수 없는 문제를 순간적으로 풀 수 있습니다. 어째 그런가 하면, 전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세상이 발전함에 따라 수학적 어휘로는 제가 뉴턴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수학이든 철학이든, 갖가지 현상에 어휘를 대응해서, 그 어휘를 획득함으로써 다양한 사상과 이론, 정서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소 고침.)

    국어와 산수의 기초가 단단하면 나중에 독창성이 저절로 우러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No.

Title

Name

Date

Hit

3216

어떻게 살아야하나, New start의 재해석-3

여상환

2022.04.27

797

3215

한옥과 양옥을 결합한 서울의 명소 가회동 두 집

이성순

2022.04.26

1221

3214

이 생각 저 생각 (105) 천리구 김동성 (2)

최명

2022.04.25

1792

3213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490)

정우철

2022.04.24

758

3212

꽃으로 태어날까 나비로 태어날까(박경리 106, 연재끝)

김형국

2022.04.21

2232

3211

어떻게 살아야하나, New start의 재해석-2

여상환

2022.04.20

655

3210

보석 같은 성당의 장례미사

이성순

2022.04.19

1230

3209

이 생각 저 생각 (104) 천리구 김동성(千里駒 金東成) (1)

최명

2022.04.18

1923

3208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489)

정우철

2022.04.17

747

3207

국장이 따로 없었다(박경리 105)

김형국

2022.04.14

4776

3206

‘노실의 천사’ _권진규 탄생100주년기념

이성순

2022.04.12

1251

3205

이 생각 저 생각 (104) 내가 넘은 38선 (14)

최명

2022.04.11

1786

[이전] [6][7][8][9]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