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이란 명(命)을 운반하는 것-2

 

세간에도 많이 얘기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재벌이 신입사원을 모집할 때에는 그 회장이 직접 인터뷰를 하는 데 거기에 관상가가 필히 배석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설마 그럴까? 이분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사실이다. 그것이 누구라는 건 천하에 다 알려져 있으나 그분의 이름을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고 자기가 배석을 해서 살펴서 보조를 드리노라. 짧은 시간에 뭘 볼 것인가. 자기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것은 장사를 하는 곳이고, 사람을 만나는 곳이고, 외향적으로 파고들고 발이 넓게 활동을 하는 그런 성향이어야 한다. 우수한 사람이라도 2가지 종류가 있다. 그런 양성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활동력이 강하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추진력이 강하고 이런 우수한 사람도 있으나, 음성적인 사람도 있다. 학업성적이 출중하고 또 연구심이 강하고 남과 더불어 어울리는 것 보다는 혼자 파고드는 힘이 강해서 조용하게 자기 과업을 수행하는 판사, 교수, 연구가, 이런 우수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음성이다.

그러나 성적이 좋기 때문에 시험에는 합격해 들어온다. 음성의 경우에는 시험에 합격해 들어오더라도 양성체질이 절대적으로 우세해야 할 기업에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탈락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기업으로 갈 길이 아니다. 해서 음성이냐, 양성이냐, 기업적응이냐, 아니냐, 이것만을 보고 그리고 반골지상, 반간지상이 아닌가를 살핀다. 삼국지에 보면 위연이 천하에 드문 무장이고 용력이 절륜했으나 기본적으로 상이 반간지상이었기 때문에 공명이 예단을 하고 준비를 해서 반역을 하기 직전에 마대의 칼에 명을 다하게 되는 그런 고사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반간지상의 사람이 반드시 있다. 이런 사람들은 혼자 뛰어서 각개약진 해야지 조직 속에서는 반드시 그 주인을 해치게 된다. 이런 것을 귀띔해 주는 역할을 했노라. 다소의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판단한다. 그런가. 자연스럽게 사람을 보는 상법에 대해서 강의도 듣고 귀동냥도 하게 된다.

어느 날 오전의 일이다. 시구문 밖의 역술원에 놀러갔을 때 안에서 어느 부인이 큰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것이 들린다.

“선생님, 내가 오늘 아침에 제주도에서 비행기로 허겁지겁 왔는데, 좀 말씀을 길게 해주셔야죠. 괜찮다고만 하시면 어쩝니까? 제주도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일부러 왔습니다.” 간곡하게 말씀듣기를 애원한다. 지선생이 그랬다.

“당신은 명운이 좋아. 몸 건강하고, 남편 사업도 잘되고, 애들도 말썽부리지 않고. 뭘 더 바라나. 지금대로 살아가. 남에게 조금 더 베풀기도 하고. 어여 가 보게나.”

그런데 그 부인이 다녀 간 후에 몰골도 초라한 속된말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들어갔는데 소곤소곤 얘기하면서 무려 30~40분을 걸려서 내보낸다. 나올 때 보니까 얼굴이 벌게져서 화색이 돌면서 나온다. 궁금하지 않은가.

“왜 제주도에서 일부러 온 사람은 1~2분을 아껴서 간단히 하시고 이 별 볼 일 없는 이 사람은 40~50분을 할애하니 그 기준이 무엇이오?” 물었더니 이 사람이 얘기가 그런다.

“대략 사람이라는 것은 운명이라고 그러는데 운명이 아니요. 명운(命運), 명을 운반한다. 명운이 있기 마련. 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숙명(宿命). 바꿀 수 없는 것. 예를 들어서 선생이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은 바꿀 수가 없잖소. 또 부모를 바꿀 수 없는 것 아닌가. 또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6.25동란에 전쟁을 치르고 허겁지겁 피 흘리는 그 시절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국운이 왕성해서 한 창 뻗어나는 호시절에 몸을 담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명이다. 변경될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끝인가? 그렇지 않다. 운(運)이 있다. 운은 무엇인가? 운반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 곱게 쓰고, 남에게 베풀고, 덕을 쌓고, 적선을 하게 되면 운이 열린다. 어디까지? 대략 3할 정도다. 즉 명으로 타고 난 것이 7, 노력을 해서 올라갈 수 있는 것이 3. 그래서 명에만 의지하면 7의 선에서 일생을 마감하게 되고, 여기에 명을 운반하여 꾸준히 노력하게 되면 8~9, 10 근처까지도 끌어 올려갈 수 있는 최선의 상승커브곡선을 그리는 일생을 살아갈 수 있다. 그 3의 노력을 더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는 대략 다 거기서 거기, 장삼이사다. 열심히 노력하면 약간 더 향상이 되고, 아들딸 잘 낳고, 애들 잘 가르치고, 이웃에 봉사하고 하면 그저 원만한 한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는 열심히 잘 살라는 격려를 해주면 족하다. 허나 간혹 가다 액운에 몰려있는 사람, 고비를 넘지 못해 허덕이는 사람, 그냥두면 자살할 사람, 그냥두면 사람을 죽이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칠 사람, 이건 바로잡아 줘야한다. 명운을 열어줘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연히 길게 얘기해주게 된다.”

“어떻게 구분이 갑니까?”

“한 눈에 그건 구분이 가지.”

그 말에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특히 인상적인 얘기 중에 하나는 자기네들은 ‘한창 토굴에서 공부하고 생각을 가다듬고 수양을 하여 기가 뻗을 때는 대략 90%까지 예측을 하고 맞출 수가 있다. 그러나 공부가 떨어지고 나태해지고 하면 열심히 보아도 4할, 40%를 맞추기가 어렵다. 이러면 헛소리가 되고 조금 더 나가면 사기꾼이 되기 쉽다. 그것이 관상가나 역술가가 계속 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더라도 돈이 다 나간다, 다 써야한다고 말하면서 내게 노트한권을 보여주었다. 그 노트에는 20여명의 명단이 있기에 이게 뭡니까? 했더니 자기가 등록금 대주고 키우는 전국의 대학생들이노라고. 그게 무려 20여명이 된다.

그리고 천기를 누설하기 때문에 재물을 써야 되고 친구를 사귀어야 된다. 인사동에 가면 ‘두레’라는 한정식집이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본인이 반드시 술값을 낸다. 나도 선생에게 얻어먹기를 십여 차. 내가 대접한 것은 한번밖에 없어서 송구스럽다.

“그 두레는 음식도 탁월할뿐더러 그 주인여자의 쑥대머리창이 절창이다. 장구치고 북치며 노래하면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이게 풍류로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 그리고 나라의 명운은 이러한 선각자들이 많이 나오고, 키우고, 격려하고 이래야 한다. 우리나라는 너무도 많은 사람을 잡아 죽였어. 조선조 500년간 당쟁을 통해서 당파이익에 충돌하면 잡아 죽이느라고 50을 넘긴 선비들이 별로 많지를 않다. 이렇게 인재를 학대해서는 뻗어날 수가 없다. 각국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키우고 가꾸고 우리나라가 운세가 뻗어나는 기에 해당하니까 사람을 아끼고 키우는데 같이 힘을 합치고 여선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전심전력 다 해서 큰 성취를 빌테니까 자주 뵙도록 합시다.”

깊은 감동을 받고 헤어진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선생이 돌아간 지가 몇 년이 되는구나. 이 분이 천하의 귀재인 것은 알았으나 경지가 그런 정도의 경지까지 이른 것은 몰랐는데, 돌아간 후에 여기저기 일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눈이 있어도 인물을 볼 줄 몰랐구나. 조금 더 크게 배우고, 크게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다 활용하지 못했구나 하는 깊은 자책을 하면서 재물은 써야 한다는 선생의 가르침과 풍류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빈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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