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이란 명(命)을 운반하는 것-1

 

한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나 대부분들은 장삼이사가 그들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눈에 번쩍 띄는 당대의 기인을 만나는 행운도 있게 된다. 내공이 투철하고 한 시대를 꿰뚫는 기인이 그들일 것이다. 내 경우에 있어서도 우연히 오래전에 만나 교분을 쌓아왔던 청오 지창용 선생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청오 지창용 선생은 당대를 손꼽던 풍수지리의 대가요 인물감별의 대가로서 이승만 박사 때부터 지우하심을 입어 지금의 현충원, 국군묘지를 감별하고 선정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미 유명을 달리한지가 여러 해이나 그가 평생에 주장했던 견해들이 새록새록 새로워져 함께 생각해보는 사고의 단초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호가 청오다. 푸를 청(靑) 깊을 오(澳), 성씨가 못 지(池) 이름은 창성 창(昌) 용 용(龍)이다. 소싯적에 풍수지리를 익히느라고 천하를 주유하고 강원도에 있는 어느 암자에 독거수행하고 있을 때이다. 공교롭게도 밤9시~10시경이 되면 어김없이 본찰에 있는 주지스님이 올라와서 청오선생 공부방 앞을 왔다갔다 배회하면서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참으로 아깝다. 아깝다. 이를 어쩐다.”

그리고는 다시 내려간다. 수행중이지만 지창용선생의 귀에 들리게 되고 신경을 잡아당기게 된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기를 여러 날 마침내 청오선생이 주지스님을 뵙고 3배를 드리고 사연을 물었다.

“저녁마다 같은 시간이 되면 제 방문턱에 와서 ‘아깝다, 아쉽다.’를 연발하시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니야 그건 내가 발설할 수가 없어. 천기누설이 되니까 안 되지.”

그러니까 조바심이 더 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말고 후학을 건지는 셈치고 알려주길 바랍니다.”

하도 간곡하게 간청을 하니 주지스님이 그랬다.

“자네는 백년에 한번 출생할까 말까할 정도의 탁월한 귀재고 천하의 명리를 터득하여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데 크게 조력을 할 사람인데, 다만 명이 짧아. 43살에 죽는다. 그러니 어찌 아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말을 듣고 있던 지창용 선생이 기가 막힌 생각이 들어서 또 주지스님이 법력이 높은 도인의 경지에 있는 스님이라는 사실도 익히 아는 터라 매달릴 수밖에 없다.

“살려주십시오. 방법이 없겠습니까?”

“방법은 글쎄, 천기를 누설하는데. 그러나 그 책임은 내가 지고 알려주는데 내말대로 하게나. 자네 성씨가 뭐지?”

“못지 자 지씨입니다.”

“이름이 뭐지?”

“창성 창 자 용 용 자입니다”

“용이 창성해서 하늘을 뚫고 올라가게 돼. 그러나 자네의 성이 지씨야. 연못속의 용이라는 것은 물이 깊을 때는 상관없으나 가뭄에 물이 마르면 천하 없는 용이라도 승천은 고사하고 생명유지가 어려워. 자네 43살에 죽는 이유가 그것일세.”

그제야 놀라고 마음에 집히는 바가 있어서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필묵을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드리니 주지스님이 일필휘지해서 써 논걸 보니까 푸를 청, 깊을 오, 청오라고 썼다.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자네 성씨가 지씨인 것을 바꿀 방법은 없어. 대신에 호를 청오라고 줄 터이니 푸르고 깊은 연못. 항시 깊고 깊은 연못이 돼서 마르지 않는 그러한 연못일세. 그러면 물이 마르지 않으니 용은 창성할 수가 있어.”

그 이후로 청오라고 호를 짓고 수련을 쌓고 세상에 이름을 내길 시작했다.

청오역술원이 서울 시구문밖 왕십리 가는 길가 2층에 있는데, 5.16 혁명나기 직전 어느 때였다. 본인의 얘기를 들으면 일요일 날 한낮에 손님도 뜸하고 해서 마의상서 원본을 들척이고 있을 때, 군인 네댓 명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모두 중령들인데 팔팔하고 한 사람은 까무잡잡하고 잠바를 입고 계급장을 달질 않았다. 중령들이 서넛 사람 옆에 앉더니 ‘일요일이고 해서 산책 나왔다가 역술원이라고 하고 선생이름이 고명하다고 해서 잠시 들렸습니다. 우리한번 좀 봐 주소.’ 그래서 앉으라고 하고 집단으로 그 상호를 살폈다.

“가만 있자. 좀 이상하다. 나가서 찬물로 좀 세수를 하고.”

“왜 그러십니까?”

“내가 사람을 보기를 수 십,년. 한 번도 판단과 예언에 틀린 적이 없는데, 당신들은 일개 중령들인데 전부다 장관의 상이야. 이럴 수가 있나. 내가 머리가 흐려졌나. 그래 찬물로 세수를 하고 들어온 거다. 살펴보니 틀림이 없어. 이것 봐라, 당신들 몸조심들 잘 하고 부디 대업성취해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하도록 하슈.”

그러자 중령들이 말했다.

“에이. 우리는 일개 중령들인데 우리가 뭘 하겠습니까. 기분은 좋습니다.” 라고 하면서 그 옆에서 묵묵히 가만히 앉아있던 잠바 입은 사람 하나를 천거한다.

“이분 관상도 봐 주소.”

“그래 그럼 당신들은 다 나가슈”

잠바 입은 다부진 사람과 마주 앉는다. 한참을 살펴본 후에 천수경을 책상에 놓고 지선생이 말한다.

“당신 죽소”

“예? 무슨 말씀입니까?”

“당신들이 이달 4월 달에 무언가를 도모하려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난 모른다. 관심도 없다. 그러나 당신의 명운이 목과 몸뚱이가 따로 노는 상으로 나오니 그건 죽는 거다.”

“틀림없습니까?”

“틀림없이 죽는 거다.”

“피할 방법은 없습니까?”

“글쎄. 그건 천기를 누설하는 건데 내가 그래서야 되나.”

이 사람이 깊이 고개를 숙여 간청을 한다.

“선생 꼭 들려주십시오. 알고 싶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약속을 지키겠소?”

“지킵니다.”

“당신들이 도모하려는 일을 무조건 한 달을 연기해라. 한 달을 연기해서는 어느 날짜를 선택해도 좋다.”

그리고는 잊어버렸다. 잊어버리고 나서 어느 날인가 그때도 일요일이었다. 헌병들 5명이 우르르 좁은 2층으로 뛰어올라왔다.

“선생, 가십시다.”

“왜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왜 그럽니까?”

“가면 압니다. 갑시다.” 하고는 내려서 까만 지프차에 태웠다. 그리고는 눈을 가리게 했다. 차가 어딘지를 한참 달리게 하고 어느 건물에 들어가서 내렸다. 눈을 풀어주었다. 한 5m밖의 의자에 장군 복을 입고 앉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이 말했다.

“선생 나를 모르시겠소?”

놀랜 지창용이 ‘전혀 모르겠는데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나를 잡아왔소?’

“잡아온 것이 아니라 모시고 오라고 했는데, 애들이 실례를 한 것 같소. 다시 날 잘 보시오. 날 모르시겠소?”

자세히 살펴보니 수개월 전에 중령들과 함께 왔던 키가 자그마하고 야전잠바를 입었던 그 사람이 틀림없다.

박정희장군이 내각 상임의장을 했을 때의 일화다. 본인에게서 들었던 내용이다. 그 후로 깊은 교분을 쌓게 되고 중요사가 있을 때는 반드시 초빙을 받아서 명리학적으로 해석이 어떻게 되는지 자문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지고 본인도 얘기를 한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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