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00) 내가 넘은 38선 (11)

 

    수학의 발전에는 논리의 힘 보다는 미적 감수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미적 감수성은 예술이나 자연과 접촉할 때 꽃을 피우지만 아름다운 문학이나 시가(詩歌)와 친숙해 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했다. 열매를 맞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 문학과 시가 이야기를 위에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가지고는 부족하다. 수학자를 낳는 토양(土壤)이 필요한 것이다. 자연환경이라고 해도 좋다. 후지와라는 그것을 찾으려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거기엔 일정한 형태가 있음을 발견했다. 천재를 낳는 세 가지 형태다.

    첫째, “전통적으로 무엇인지 대단한 존재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인도에는 힌두교의 가르침을 충실히 지키고 부라만(카스트라는 세습적 계급가운데 가장 높은 승려계급)이 존경받는 지방이 많다.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는 자세가 저절로 생기는 풍토인 것이다.

   둘째,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아름다움이 근처에 풍부하게 있어야 한다.” 슈리니바사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이란 수학자의 이야기다. 수학 이외의 다른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그는 독학으로 수많은 공식을 발견한 천재다. 그가 자란 곳은 쿰바코남(Kumbakonam)이라는 남부 항만도시인 마드라스(Madras)에서 250km 떨어진 변방이다. 그러나 훌륭한 사원이 산재(散在)해있다. 고대 촐라(Chola) 왕조의 도읍지로서 당시 왕이 왕실의 금은보화를 모두 투입하여 사원을 계속 지은 결과라고 한다. 인도에는 가는 곳마다 사원이 많다. 그러나 쿰바코남의 사원들만큼 아름다운 것은 보지 못했다고 후지와라는 말한다. 그 사원들을 보면서 라마누잔의 아름다운 공식과 어딘지 닮은 데가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타지마할(Taj Mahal)을 보았어도 그 기하학적 묘미에 감탄했을 것이다.] 수학만이 아니다. 쿰바코남 지방에서는 라만(Chandrasekhar Venkata Raman, 1888-1970)과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 1919-1995)라는 노벨 물리학수상자도 2명이나 배출했다.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도 잦으면 우연이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셋째, “정신을 존중하는 기풍이다.” 물질 아닌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풍토다. 현실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스트 제도에서 부라만 계급은 오만한 태도를 지녔어도 생활은 빈한했다. 위에서 말한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은 부라만 계급이나 매우 가난했다. 어머니가 음식을 구하러 동네를 돌아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라마누잔은 16세에서 22세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수학연구에만 몰두했다. 학문에 열중하는 것만 대견해서인지 부모는 한마디의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그는 독학으로 3,500가지나 되는 독창적인 정리를 발견하고 증명했다. 인도의 이러한 예는 영국에서도 발견된다.

    첫째, 기독교에 대한 신앙은 유럽대륙에 비하면 독실하지 않으나 영국은 전통에 대한 경건함이 있는 나라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은 있을지 모르나, 예컨대 케임브리지대학을 보면 교수 학자들이 까만 망토를 두르고 촛불 밑에서 엄숙하게 식사를 한다. 수 백 년을 두고 계속된 전통이다.

    둘째, 영국의 정원풍경은 다른 어느 나라의 정원에 비하여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지난 세기동안 영국은 경제적으로 사양(斜陽)의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에 공장을 지어 공산품을 생산하겠다는 경제정책 따위는 없다. 풍경을 지키겠다는 전통의 표출이다. 아니 전통을 지키겠다는 전통의 결과라고밖에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

    셋째, 돈을 천박하게 여기는 신사도의 정신이 살아있다. 물질을 존중하지 않는 인도의 브라만계급의 정신과 상통하는 전통이다. 후지와라는 이러한 영국의 모습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인은 전통적으로 자연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가졌다고 한다. 800만의 신(八百萬神)들 앞에 참배하면서 살았다. 사계절의 변화라는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도 있다. 산과 물이 어울려 풍광이 수려한 곳이 무수하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아름다운 정원을 도처에 조성했다. 내가 가 본 곳도 여럿이다. 교토의 요안지(龍安寺)정원과 요코하마의 산케이원(三溪園)은 오래 전에 갔어도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 영국의 신사정신과는 다르나 비슷한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는 무사도(武士道)정신이 있다. 메이지(明治)시대까지 일본인의 골격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정신은 돈을 천하게 보았던 점에서 영국의 신사정신과 상통한다. 이러한 정신과 아름다운 풍광과 정원 등이 후지와라가 말하는 미적 감수성과 연관이 있어서 천재적인 수학자가 다수 배출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본은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상실하고 있다. 과학만능 풍조로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상실하고, 열도개조 또는 버블경제로 인하여 국토가 황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골적인 배금주의가 풍미하고 있다. 일본인이 노벨과학상을 많이 받았으나, 그것은 과거의 축적의 결과이다. 앞으로는 그것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후지와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두고 볼 일이다. (계속)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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