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98) 내가 넘은 38선 (9)

 

    앞에서 아동중심주의개성 존중을 타파하지 않으면 참을성 부족을 극복할 수 없다고 하였다. 어떻게 하면 참을성을 기르고 공부하는 기초를 몸에 익히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업형태를 크게 바꾸는 방법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후지와라의 주장이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수업시간의 태반은 국어에 할당하고 여기에 산수시간을 첨가해야 한다. 나머지 시간은 노래를 부르거나 체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도록 하면 된다. 이 연령의 아이에게 이과(理科)나 사회 등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일을 실제로 체험하도록 한다는 목적 애래 가르치는 생활과목이나 영어 및 컴퓨터 실습 등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한 시간이 있으면 운동장에서 서로 맞붙어 싸우도록 하는 것이 거친 세상을 살아나기 위한 지혜를 터득하는 데 보다 좋지 않을까?” [표현을 다소 고침.]

    아이들이 맞붙어 싸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체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론에서 다소 벗어난 이야기지만 여기서 베트남(Vietnam)이 생각난다. 베트남은 1884년에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 1940년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면서 일본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를 점령하기까지 50여 년 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확실치는 않으나 오래 전에 어디서 읽은 기억에 의하면,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면서 초등학교에 운동장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 아이들이 건강하고 크게 자라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책치고는 치졸하고 악랄한 정책이었다. 그래 베트남인이 얼마나 왜소하게 되었는지는 모르나, 이런 생각도 해본다.

    1954년 제네바협약(Geneva Accords)에 의하여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3국으로 분할되고, 이어 베트남은 북위 17도 선에서 남북으로 나뉘어졌다. 제네바협약에 의한 베트남의 분단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1955년의 선거를 통하여 통일의 여지를 남긴 조치였다. 그러나 남에는 미국과 프랑스 등의 지지를 받아 베트남공화국의 고딘디엠 정권이 탄생했고, 북에는 소련과 중공의 지지를 받은 베트남민주공화국의 호찌민(胡志明)정권이 세워졌다. 우리가 알고 있고 한국군도 참전했던 베트남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나는 여기서 베트남전쟁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세력은 베트콩(Viet Cong)이란 공산주의 게릴라였다. 정규군이 아닌 그들은 아주 좁은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생활하며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몸이 왜소했기 때문에 좁은 굴속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활약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초등학교에 운동장을 만들지 않은 정책이 청년들을 왜소하게 키웠고, 그것이 결국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베트남의 통일을 도운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지와라의 주장이 베트남 이야기로 번진 것이다.

    일본의 국어선생들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네 가지를 모두 중시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후지와라는 반대다. 말하기와 듣기는 학교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자연히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도를 말하면 읽기가 20, 쓰기가 5이고, 말하기와 듣기는 각각 1이면 된다. 읽기에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두어 국어를 가르쳐야 된다는 것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읽는 능력을 주입시켜야 한다. 지금은 1,600자의 교육한자밖에 가르치지 않으나,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1,945자의 상용한자를 모두 읽을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신문을 읽을 수 있는 국어능력을 갖게 된다. 우리가 일본신문을 보면 한자천지다. 특히 인명이나 지명의 한자는 별의 별 이상한 것도 있어서 중, 고등 교육을 받아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국어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졸업 때의 수준을 거기에 맞추라는 것이다.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책에 대한 친근감이 저절로 생기고 웬만한 책은 쉽게 읽게 된다. 지식습득은 자연히 늘어난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주판(籌板)이 더해져야 한다. 주판은 산수를 말한다.

    인도는 땅은 크나 인구가 많고 가난한 나라다. 인구가 많으니 별별 사람이 다 있겠으나 뛰어난 세계적인 수학자와 일류의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많이 배출된다. 그것은 초등학교에서 구구단이 아니라 십구단(19𐄂19)’을 암기시키는 산수교육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주에서 십구단을 암기시킨다. 천재적인 수학자와 컴퓨터 기술자가 나오는 이유다. 읽기와 계산 연습은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에 혈액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전두전야는 대뇌의 앞부분인 이마 근처인데 사람의 개성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지혜를 늘리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전두전야에 혈액이 증가하면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수학에 몰두하면 논리의 힘이 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게 아니라 미적 감수성이 발달된다고 한다. 미적 감수성은 독창력과 관계가 있다. 수학천재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모국어와 계산력를 가르친 결과라는 것이다. (계속)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납니다. 3월도 벌써 한 주가 갔습니다. 어려서 부르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짐작합니다.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 오며는

            이 땅에도 또 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줘요

겨울보다 기온은 많이 올라가고 바람도 겨울 같지 않지만 정말 봄이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제비도 보이질 않습니다. 春來不似春이란 말도 있습니다. 전한(前漢) 원제(元帝) 때 흉노의 왕에게 시집 간 절세의 미인 왕소군(王昭君)을 두고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란 시가 나왔습니다.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나라 때 동방규(東方虯)란 시인의 昭君怨(소군원)이란 시에 나옵니다. 정말 봄 같은 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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