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95) 내가 넘은 38선 (6)

 

    도대체 국어가 무슨 역할을 하기에 국가의 부침이 국어에 달렸다고 말하는가?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보는 국어의 중요성은 아래와 같다.

    첫째, 국어는 모든 지적(知的) 활동의 기초라는 것이다. 그 기초에는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가 필수이다. 기초가 이루어져야 정보가 이전되고 전달된다. 정보의 이전과 전달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정보의 소통이 없으면 인간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국어를 전혀 모르고 무얼 배울 수 없다. 국어는 결국 우리의 생각과 사고(思考) 그 자체이기 때문에 국어가 지적 활동의 기초라고 말한 것이다. 대단한 지적 활동이 아니라도 그렇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할 때는 언어를 먼저 생각한다. 미국 사람을 아침에 만나면, “굿모닝!”이라고 인사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좋은 아침!”이라고 할 수도 있다. “모닝이나 아침은 우리가 배워 익힌 어휘다. 따라서 많은 어휘를 익혀야 한다.

    일본인으로서 어휘를 몸에 익히려면 한자(漢字)의 형태와 사용법을 외어야 한다. 일본어 어휘의 반 이상이 한자이기 때문이다. 언제 익히나? 어릴수록 좋다. 초등학생 때가 가장 적합하다. 어릴수록 기억을 잘 하기 때문이다. “지루한 암기(暗記)에 대한 비판력이 생기기 전인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주입(注入)시켜야만 한다. 강제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 한자의 실력이 낮으면, 독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연히 책에서 멀어진다.” 그러면서 후지와라는 일본인으로 최초의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박사를 예로 든다.

    “어렸을 때, 뜻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소리 내어 읽는 음독(音讀)을 했는데, 그 덕에 한자가 겁나지 않아졌다. 독서를 좋아한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국어의 기초는 문법이 아니라, 한자라는 것이다. 비단 유카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국어를 잘 알아야, 한자를 잘 알아야 독서를 잘 하게 된다. 독서는 깊은 지식을 위해 필요하지만, 교양을 획득하기 위한 거의 유일의 수단이기도 하다. 독서는 교양의 토대이며, 교양은 전체를 보는 눈의 토대를 형성한다. 지금 일본은 어떤가? 대표를 뽑는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으나, 명색이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도 전체를 보는 눈이 어둡다. 그것은 교양의 쇠퇴가 가져온 결과이며, 활자문화가 쇠퇴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력을 향상시키고, 아이들을 독서로 이끌 수가 있느냐 아니냐에, 일본의 재생(再生)은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국어는 논리적 사고를 기른다. 후지와라가 미국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적이다. 수학실력은 일본학생과 비교하면 아주 열등한 미국학생들이 논리적 사고에서는 뛰어난 것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의 답도 모르는 학생이 이로정연(理路整然)한 논리로 토론은 잘 하더란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암산을 잘 하지 못하는 가게점원, 운동선수, 연예인 혹은 정치가 등의 말도 이치에 맞게 명쾌한 논지(論旨)로 전개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이에 비하면 일본학생은 수학은 잘 하면서도 논리적 사고나 표현은 미국학생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일본이 과학과 기술에서 세계 일류국가이나 논리적으로 사물을 생각하거나 표현하는 지적 작업에 있어서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에 비해 뒤 처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후지와라는 수학자이기 때문에 자연히 수학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예컨대, 수학으로는 논리가 키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수학의 논리가 현실세계의 논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수학에서의 논리는 맞느냐, 틀리냐의 둘 밖에 없다. 100%의 백()이냐 100%의 흑()이냐의 세계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절대적인 진()도 존재하지 않고, 절대적인 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회색이다. 이와는 달리 수학에는 공리(公理)라는 공통의 규약이 있고, 여기서 모든 논의가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는 공리가 없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공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현실세계의 논리는 보편성이 없는 공리 혹은 전제에서 출발하여 회색의 길을 걷는 것이다. 믿을 수 없다. 여기에는 사고의 정당성보다는 설득력이 있는 논리적 표현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국어를 통해서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를 통하여 풍부한 어휘를 익힌다. 적절한 표현을 배운다. 설득력이 있는 논리적 표현이 자연히 배양된다. 후지와라의 국어(일본어) 이야기는 다음 회에 계속된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 혹은 종족은 그들 나름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언어를 통해서 논리적 표현을 습득하는 현상은 인류 공통의 현상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 언어보다 뛰어난 한글을 갖고 있다. 일본에 비하여 어떤지 모르나, 그래도 우리의 사고(思考)에도 한자(漢字) 혹은 한문(漢文)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8.15 광복이후 한자폐지론과 한자활용론이 맞섰다. 그 와중에서 한자사용폐지의 보완책으로 19519월 문교부가 제정 발표한 교육한자 1,000자가 최초의 <상용한자(常用漢字)>. 한자를 제한하여 쓰기로 한 것이다. 그 후 1957년에 그 <상용한자>1,300자로 늘었다. 1970년 한글전용정책으로 <상용한자>도 일시적으로 폐지되었다. 그것이 부활하면서 19721,800자로 늘었다. 𐄁고등학교 한문교육용 제한한자인 것이다. 법률용 한자 등을 포함하여 현재 사용하는 한자는 4,800자라고 한다. (두산백과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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