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의 아우성을 듣자

 

아우성이란 말은 생각하건대 그리 좋은 말이 아니다. 불만과 분노가 한데 어우러져 높은 소리를 내고 주변을 시끄럽게 했을 적에 그것이 개인이건 단체이건을 막론하고 우리는 아우성이라는 표현을 쓴다.

허나 범상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사건마다 돌아가는 양상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우성을 치고 그 소리가 증폭되고 한다. 정돈된 사회일수록 발전된 문화 국가일수록 아우성이 적게 되고 수양이 되고, 남의 배려를 충분히 하는 인품을 갖춘 개인일수록 아우성의 빈도는 낮다고 할 수 있겠다.

각을 달리해서 아우성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오늘 우리가 점심을 먹은 것이 어떤 때는 생선일 수도 있고, 고기일 수도 있고, 그 중에서도 삼겹살일 수도 있다. 각자 사연은 다르나 허기진 배를 채우고 포만감에서 느긋한 표정을 짓게 된다.

여기서 생각해본다. 오늘 내가 먹은 생선이 고등어라도 좋고 꽁치라도 좋다. 또 오늘 내가 먹은 삼겹살이 어느 돼지로부터 잘라낸 고기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근원을 따져보면 불과 며칠 전 또는 몇 달 전에는 바다를 헤엄치는 생명력이 왕성한 어류일 수도 있겠고, 또 식욕 왕성하게 잡식성 체질을 과시하는 살찐 돼지일 수도 있겠고, 한 여름철 무성한 들판에서 한가롭게 배불리 풀을 뜯고 있었던 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생각을 해 본다. 며칠 후면 생선 또는 돼지나 소의 생명이 끊겨져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어차피 죽을 몸이면 이들에게도 각각 소망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인가. 무슨 소망일까? ‘내 비록 지금 생명이 끝나게 되는데 원컨대 내 생명을 이어받게 되는, 또는 내 생명을 먹고서 영양분을 섭취하게 되는 당신이 인격적으로 원숙하고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더 나아가 민족의 역사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기고 더 크게 인류의 평화와 문화 발전에 큰 족적을 드리우는 큰 인물이 되어 지이다.’ 이러한 간구가 깃들여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까? 만약에 내 생명을 던져서 보시를 하고 영양을 공급한 당신이 천하의 사기꾼이요 주변을 해치고 사람을 살해하고 나라 발전에 해악을 끼치는 잡스러운 인간부류라고 할 진대 ‘내 죽음이 원통하다’라고 아우성을 치게 되질 않을까?

인간이 나이 70이 지나면 종심(從心)의 나이라고 해서 유유자적하고 마음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그러짐이 없는 경지에 이른다고 하거늘 쉽지 않은 이정표다. 매일 삶의 기복이 끌탕을 하고 마음의 상태가 명경지수(明鏡止水)는 고사하고 죽 끓듯 끓는 것이 범상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머리 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던 윤동주의 시상처럼 큰 족적은 내진 못하더라도 ‘내가 이 생명체를 먹을 자격이 있는가. 내가 이 생명체가 부탁하는 소리를 깊이 되새겨 듣고 이 사회와 주변에 큰 덕을 베풀 수 있는 그런 인품으로 거듭나야겠다.’ 라는 결의라도 할 수 있질 않을까? 오늘 감사히 먹는 이 불고기, 갈비, 삼겹살을 놓고 이들이 외치는 아우성 ‘부디 내 생명의 공양을 받은 당신은 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깊이 깊이 생각하여 지이다.’ 라는 간구와 아우성이 귓전을 때린다. 내가 이 음식을 먹을 덕행을 쌓았는가. 내가 이 생명체를 먹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던가. 최소한도 덕행을 못 쌓더라도 남에게 해악을 끼쳐서는 안 되겠고 마음만이라도 사악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이 도가 아닌 것이 없다고 하거늘 오늘 문득 밥상에 오른 돼지와 생선의 아우성 소리를 들으면서 남은 인생의 활동 방향을 가늠해 본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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