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마치 외국의 대형 미술관에 들어선 듯 거대한 전시스케일에 놀라고, 최첨단 공상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크린과 음향에 또 놀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대한 스케일과는 달리 두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에 감탄을 한다. 또 한동안 잊혀왔던 우리의 슬픈 역사 70년을 다시 기억하며 내비게이션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로 들어가 본다.

 

오랜 동안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문경원전준호의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2021. 9. 3~2022 2.20)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남한 유일의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경기 파주시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촬영한 약 15분 분량의 영상 작품과 대형 회화, 설치, 아카이브, 사진 등의 작품이 공개된다.

 

전시장에서는 2채널 영상으로 시작하여 전시장 중앙에 채널 영상이 등을 맞대고 전시되어있다. 시간의 차이를 두고 배열된 영상은 같은 소재를 두고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다룬다. 특수한 장소인 자유의 마을을 통해 팬데믹으로 인해 고립과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 세계를 투영하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적 위기 상황 속에서 예술의 역할을 탐색하고자 한다.

 

대성동이라 불렸던 작은 마을은 1953년 한국전쟁 정전 협정 이후 '지유의 마을'로 명명되었고, 외부와 단절된 채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로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문경원전준호는 오랜 시간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고립된 자유의 마을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반영하며,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 변주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5전시실에 들어서자 가벽에 난 창 너머로 보이는 영상에 배우 박정민이 보인다. 박정민이 연기하는 남자 A는 자유의 마을에 산다. 그는 자신이 채집한 식물 표본에 풍선을 달아 하늘로 보낸다. 등지고 있는 다른 화면에는 그룹 갓세븐의 진영이 등장한다. 진영이 연기하는 남자 B는 미래의 고립된 공간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그러다 우연히 남자 A가 보낸 식물 표본을 받고 바깥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집을 나선다.

 

다음 아카이브 방은 문경원전준호가 2017년부터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모은 자료다. 그러나 이곳에 전시된 아카이브는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고, 계속 유동하며 자료 속 사건들이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시는 부자유한 자유의 마을을 매개로 여전히 우리가 통제된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카이브 방을 지나면 세로 4.25미터, 가로 2.92미터 크기의 대형 그림을 만난다. 문경원이 인물 A의 영상에 등장했던 겨울 산을 그린 대형 풍경화다. 그림에 나타난 영상 속 풍경을 보면서 관람객은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모호한 경계에서 예술가와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성찰하게 된다.

 

화면 옆과 바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소리가 입체적으로 흘러나온다. 관람객은 전시 공간과 하나가 돼 영상 속에 들어간 듯한 체험을 하고, 동시에 볼 수 없는 양쪽 스크린을 왔다 갔다 하며 자기만의 영상을 만들어본다. 이렇게 영상 속 허구의 세계와 관람객의 실제 세계가 시공간에서 서로 얽히고 지평을 넓혀가며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공존하는 느낌을 받는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예술의 위대한 힘을 절감한다.

 

이 성 순


 

 No.

Title

Name

Date

Hit

3197

운명(運命)이란 명(命)을 운반하는 것-2

여상환

2022.03.30

784

3196

‘구찌’의 대형멀티전시와 메타버스전시

이성순

2022.03.29

1124

3195

이 생각 저 생각 (101) 내가 넘은 38선 (12)

최명

2022.03.28

1751

3194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486)

정우철

2022.03.27

765

3193

반세기만의 귀향(박경리 102)

김형국

2022.03.24

2081

3192

운명(運命)이란 명(命)을 운반하는 것-1

여상환

2022.03.23

667

3191

‘대통령집무실’과 ‘2022 프리츠커 상’

이성순

2022.03.22

1168

3190

이 생각 저 생각 (100) 내가 넘은 38선 (11)

최명

2022.03.21

1757

3189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485)

정우철

2022.03.20

729

3188

생일잔치, 명절을 모르고 살았다(박경리 101)

김형국

2022.03.17

2036

3187

인생사락(人生四樂)

여상환

2022.03.16

773

3186

2022년 유행색? 우리나라 유행색?

이성순

2022.03.15

1176

[이전] 11[12][13][14][15] [다음]